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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가_이처럼 사소한 것들

by 오인환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말도 안되는 행동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선택에서 몇 번의 '감정적 선택'을 한 적 있다. 그 선택은 옳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선택에 대한 댓가를 치루고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만족스러운 삶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떤 선택을 하건, 문제는 반드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좋은 선택을 배워야 하는가. 아니다. '받아드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어떤 선택도 '좋다'는 받아들임이 결국 선택 자체를 최선으로 바꾼다.

오른쪽과 왼쪽 중 어떤 선택지가 좋은지 묻는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아무거나' 선택해야 한다. 고심해서 '오른쪽'을 택하나, 고심해서 '왼쪽'을 택하나, 주어진 문제는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가위를 냈다고, 혹은 보를 냈다고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도 없다. 주어진 상황은 언제나 '임의'로 주어진다. 결국 바보 같은 선택도 최선의 결과를 숨기고 있고, 최선의 선택도 바보 같은 결과를 숨기고 있다.

세상이 임의로 주어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에 너무 고심할 필요가 없다. '가위바위보'는 고심하나 하지 않으나 성공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아무거나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도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밈'은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다.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 쳐해진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좋아'라고 먼저 말해본다. 모든 선택지를 최선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말이다.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마지막은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했던 도덕적 고민과 내적 갈등은 '선택'을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선택에 누구도 '바보 같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받아드릴 그릇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짧은 분량임에도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에는 오웰상을 수상하며 꽤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

어떤 책은 바로 직후 재독하게 되는데, 두 번을 읽는 것이 곧 하나의 완성체인 것 처럼 그렇다. 대표적으로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가 그렇다. 교모하게 엮인 플롯과 반전은 완독 후에 저절로 첫 장면으로 가게 만든다.

처음 읽을 때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두 번째부터는 작가가 치밀하게 숨겨둔 복선을 찾아가며 감타나게 된다.

다시 읽으면 소설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 또한 완전히 다른 의미의 이야기가 된다. 클레이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핑거스미스'와 마찬가지로 두번을 읽어야 소설이 완성된다.

이 소설은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인 뉴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석탄 상인인 빌 펄롱의 이야기다. 그는 아내와 다섯 딸을 둔 가장이다. 어린 시절에 미혼모였던 어머니와 함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자랐다. 미시즈 윌슨의 배려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운좋게도 크리스마스에 읽은 이 소설의 배경도 크리스마스였다.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고자 했다. 거기서 그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만다.

'핑거스미스'처럼 소설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잔잔한 소설에서 갑작스럽게 추리소설처럼 속도감을 갖기 시작한다. 펄롱이 거기서 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여성들이다. 그중 한 소녀는 펄롱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청을 받아 들아지 않았던 펄롱은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후 그 내용을 '아내'인 아이린에게 말한다. 다만 아내는 괜히 수녀원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꽤 인상적이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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