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 민음사 세계문학 필사 일력_2025 세계문학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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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포도 한 알을 지긋하게 바라본다. 그 굴곡진 표면을 감상한다. 검포도를 혀 표면에 올려 놓는다. 거기서 느끼지는 달콤 쌉싸름한 향을 느낀다. 그것을 입안에 굴린다. 그 작은 것에서 퍼져 나오는 미묘한 맛을 깊게 경험한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을 활용해 최대한 세밀하게 관찰한다.



단순히 코 아래 위치한 소화기관으로 음식을 밀어 넣고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작은 건포도 한 알이 가진 모양과 질감, 냄새, 맛을 깊고 풍부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을 '건포도 명상'이라 부른다.



언젠가 한 친구가 말하길, 일상과 여행이 다른 이유는 일상은 반복되지만 여행은 일회성이라 다르다고 한다. 곧 지나갈 것들을 머릿속에 새겨내기 위해 우리는 여행지의 온도, 날씨, 주변 사람들이 짓는 작은 표정과 몸짓 하나도 모두 음미한다.



어떤 것들은 일상이 되면서 상당수를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겨 '의식'이 할 일을 털어 버린다. 뇌가 하고 있는 이런 '인지적 경제성'은 현실을 '자율주행'에 맡기고 과거와 미래로 낮잠자러 떠나는 운전자와 같다.



하나씩 곱씹지 않으면 그냥 표면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문학'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우리 문자가 '표음문자'이기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소리'를 전달하는데 탁월하지만 그 의미까지 곱씹기에 '읽기'라는 행위는 '의미'에 머무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사'는 꼭꼭 한 단어, 한 문장을 씹어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 도움을 주는 매체가 반드시 종이와 펜일 필요는 없다.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곳에서 언제든 할 수 있는 필사도 '종이'와 '펜' 만큼이나 효용있다.



민음사에서 이와 같은 필사 일력이 나왔는데 이것이 '2025 세계문학 일력'이다. 문학의 장점이라면 작가가 남기던 순간을 포착하여 저장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냉동실에 들어간 냉동만두처럼 아무리 오래 지나도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잇다는 것이다.



문학은 순간의 장면뿐 아니라 생각과 상상을 저장하는 매우 획기적인 방식인데 그것은 '죽어 있는 시계'처럼 멈춰 있다가, 언제든 정확히 하루 두 번은 맞는다.



좋은 글이 언제 나의 폐부를 찌를 지 알 수 없기에 항상 글 근처를 방황해 다니는 애독자로써 민음사의 '고전문학 한 구절'은 무작위로 쏟아내는 죽어있는 시계더미와 같다.


아주 정확한 시간을 정확히 맞춰 낼 수 많은 문장들이 스마트폰에서 나를 깨우면 꽤 2025년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는 날도 생기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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