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앎'이 부족하고 늙은이는 '힘'이 부족하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젊을 때는 '앎'을 확장하고, 늙어서는 '힘'을 길러야 하지 않나.
젊은이와 늙은이의 중간 단계쯤 도입하는 '중년'의 시작에서 '앎'과 '힘'이 가장 균형적으로 길러져야 함을 느낀다.
어떤 이유에서든 출간된 글이건, 출간되지 않은 글이건, 매번 일정 분량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적게는 10분, 많게는 1시간도 걸리지만 하루도 걸러본 적은 없다. 가만히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 술을 마시며 하루쯤 걸러도 되는 이 '뻘짓'을 계속하는 이유를 나는 지금도 찾고 있다.
이 뻘짓에 대해 나름의 '논거'를 갖다대어 보자면 이렇다.
요즘 '딥시크'니 뭐니하고 말이 많은데, 과거 손정의 할아버지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아와, AI를 세 번 외쳤던, 당시 납득불가능한 사건이 상식이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원리를 모르고 봐서는 하늘에 내리는 비가, '천지신명'의 뜻처럼 보이는 것처럼, '알고리즘'이나 'AI'도 기본적 이해가 없으면 '신'의 뜻처럼 보일 세상이다. 무지는 공포를 낳고 공포는 선동되기 쉬우며, 곧 이를 이용하려는 집단이 생겨나게 된다. 과거 '날씨'의 원리를 알고 있던 이들은, 이에 무지한 이들을 선동하여 '신'의 권력을 얻은 바가 있다. 즉 과거 우리를 먹여 살리던 농사의 뿌리인 '날씨'를 아는 것이 중요했던 바와 같이, 현대 우리를 먹여살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아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대부분의 이런 인공지능이라면 '기반 기술'이 '언어 처리'라고 볼 수 있다. 챗GPT 또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고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인식하여 문장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시말하면 입력과 출력이 모두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아직 그 '언어'라는 것이 '문자'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하고 있다는 '추론'도 언어적 패턴을 바탕으로 하기에,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이 직접 논리 연산을 수행하거나 감각 정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빅데이터 속 언어에 포함된 패턴과 확률을 바탕으로 지어진다.
챗GPT에게 내 책의 이름을 알려주고,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하라고 명령했더니, 출간 당시 내가 출판사에 넘겼던 '작가 소개 정보'가 그대로 나올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덱스트가 기반이 되어, 정보를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 본인이 생성해 낸 정보가 더 많이 온라인상에 뿌려지게 된다. 다시말해서, 지금 한창 언어 학습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 초기 모델들이 '나의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면, 그 초기 데이터가 다시 대답이 되고, 그 대답이 다시 학습의 재료가 되는 그 순환의 고리 속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시말해서, 나의 생각과 기록, 경험이 온라인상에 작은 씨앗을 뿌리게 되면, 자가생성하는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를 씨앗이자, 양분삼아 쑥쑥 성장하게 된다.
2000년 대 초반, 한 대기업에서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게 꽤 큰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더 꽁꽁 숨겨두는 선택을 했는데, 이것이 뜨는 태양빛을 가리려는 손가락의 연약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 애초에 컨트롤C와 컨트롤V로 같은 내용을 수백개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무작위로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언어기반 인공지능이 수천억, 수조개까지 몇초만에 복사 생성해 낼 수 있는 세상에서 차라리 누출된 이름이나 몇몇 정보는 직접 홍보하는 편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과거의 세상과 천지로 다르다. '아버지가 20년 전에 쓴 지식인 질문'에 20년 후 '아들'이 답변을 달수도 있는 세상에서 '시공간적 초월은 이미 당연하다. 이미 죽은 자의 '브이로그'에 '응원'하는 댓글이 앞으로도 달릴 것이고, 12년 전 질문을 오늘 답변하는 일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세대를 다르게 태어난 할아버지뻘 미남미녀를 동경하는 손자 부류가 생겨날 것이고, 같은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보다 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끼리 결속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예순이 넘은 할아버지보다 멕시코에 있는 또래 10대와 BTS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더 문화적 공감력을 생성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 흐름은 대체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테레토리' 즉 영토를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고, 과거 오프라인에서 세력을 결집하여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을 확장하던 세력은 그 형태를 '온라인'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컨텐츠만 좋다면 비록 모든 배우가 외국인이고, 모든 대사가 외국어로 진행하고 있는 '오징어게임'도 세계적인 주류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라고 부르는 이 흐름은 AI의 초기 성장에 더불어 더 확장되고 이에 따라, 축적된 데이터가 많은 쪽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영향력의 확대를 기대 할 수 있다. 혹 이런 완전히 공상 영화 같은 미래가 나의 세대에 펼쳐지지 않는다 하여도 데이터가 증명하는 신원은 마치 과거 시대의 계급처럼 세대를 계승하여 전달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