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살피니 네이버 '도서인플루언서'에 '9위'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그것 참 잡겠다고 따라 붙을 때는 그만큼 멀어지더니, 얼마부턴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그림자들 닮았다. 아무개는 '인플루언서 그거 하면 뭐가 좋냐'고 묻지만 '기분이 좋다' 정도로 답할 수 있다.
'인기 연예인' 누군가는 걸출한 명문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밝혀지기로 그가 졸업한 학교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학교였다. 한 인터뷰에서 그에게 묻기를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하고 물었고,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랬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럴싸한 타이틀을 얻을 수 있지만 굳이 입을 닫지 않고 주절거리자면 '인플루언서 순위'로 내가 얻은 것은 '어? 9위네?'하는 순간의 도파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게 무슨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다고 더 발악할 것도 없다. 작정하고 덤빈 바도 없고, '저 숫자'라는 것은 얼마간 간신히 한 자리에 매달려 있다가, 여차하면 두자리로 떨어지는 그곳 아닌가...
처음 글을 쓸때만 해도 쪽지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작가님, 지금 작가 님 글이 제 핸드폰에서 어떻게 보이시는 줄 아세요? 그렇게 무자비하게 글자수를 쌓아 올리시면 읽기도 전에 질려 버립니다! 글에 '엔터좀 치세요' 그랬다.
동생은 대충 찍은 사진에 무식하게 글만 많은 인스타 피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오빠, 인스타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웃으며 넘어갔지만, 이렇게 하는게 아니라도, 나는 이렇게 밖에 못한다.
'명색이 작가라는 양반이 띄어쓰기랑 맞춤법도 모릅니까. 글에 왜 이렇게 비문이 많습니까.'
인터넷에 흘러 넘치는 '어쩔티비 저쩔티비, 안물안궁 뇌절티비, 우짤래미' 이런 건 그런가보다 넘어가는데 이상하게, 각잡고 쓴 글에는 '일체의 오류'도 허가하지 않는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봐, '맟춘뻡'과 '뛰었쓰기' 따위는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합니다' 하고 넘어가고 그냥 쓴다. 그러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글 좀 쓴다는 사람이 '자기계발'인지 '자기개발'인지도 모르는구나'하는 인식이라는 것은 나조차 있기 마련이다. 그건 아마 불편한 첫 감정일 것이다. 그걸 꼭 지적해야 속이 후련하겠지만, '어이그, 나도 똥묻은 개다.'하고 삼킨다.
한 작가가 물었다.
'작가 님, 도서 리뷰 올리실 때, 협찬 받았다는 내용은 빼고 직접 구매하신 것처럼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아, 죄송합니다. 그게 민감한 내용이라서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 볼지는 몰랐으나 실제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으면 '저 글은 과연 진실성이 있을가'하는 의문이 나조차 들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로 '무지하게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좋다, 나쁘다'라는 평을 남기지 않는다. '좋다'는 평을 하지 않는 이유가 '나쁘다는 평'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인데, 그것이 어찌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도를 도서리뷰하며 배운다.
코코 샤넬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은 결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말라. 다만 세상은 당신을 겉모습으로 판단할 것이다."
혹은
"초라하게 입으면 사람들은 당신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고, 완벽하게 입으면 사람들은 당신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즉 상대에게는 조금 여유있고 자신에게는 조금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주절주절 이야기가 두서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9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