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현대인들의 문해력 이슈는 '독자'의 탓만 있는 것일가. 문해력 이슈는 왜 생겼고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지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최근 문해력에 관한 기사 혹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문해력 '사흘'을 보고 '4일째'라고 답하는 젊은이들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책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자, 그렇다면 문해력 이슈에 대해 몇가지 확인해보자. 아래 글을 읽고 '당최'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무선MAC 필터링, 무선 액세스 제어 또는 ACL(액세스 제어 목록)을 활성화 한 경우 먼저 비활성화한 다음 앞 페이지의 방법 따라 구성을 완료하시오.'
두 번을 읽고, 세 번을 읽어도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윗글의 문장은 '와이파이 공유기 설명서'다. 와이파이 연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 중 하나를 설명한 글이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맥락'과 '목적'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긴급하게 '와이파이'를 사용해야하고 연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저 문장을 찾으면 '무선 MAC 필터링'이라던지, '무선 엑세스 제어', 'ACL'와 같은 어려운 용어는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
즉 맥락과 목적이 명확할 때, 때로는 꽤 어려운 전공이나 주제도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가 있다는 말이다. 필요에 의해 와이파이 공유기 해설을 찾아 봤을 때, 정확히 기술적 용어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대략 어떤 것이겠구나, 짐작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냥 뭔가가 활성화 됐는지 확인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마음먹고 부스럭거리며 와이파이 공유기를 만지작하다보면 '아, 이거 구나'하고 알게 된다.
문해력이란 별것이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하는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다. 단순히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뭘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하면 그만이다.
'맥락'과 '목적'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대 우리가 만나는 글은 '맥락'과 '목적'이 잘 정리된 글이 얼마나 있을까. 인터넷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글들은 '맥락'도 '목적'도 빠져 있다. 글쓴이의 목적과 읽는이의 목적이 다르기도 하다. 고로 그 전체의 일부이자 파편의 조각을 주워 담는 읽기로는 '전체'를 보는 힘이 길러지지 않는다.
'맥락'이라면 큰 흐름에서의 방향을 의미하고 '목적'이라면 어쩐지 '목차'로 구성될 수 있다. 글의 출처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도 알 수 있으려면 어떤 구성이 필요한가.
딱 하고 떠오르는 하나는 '종이책'의 구성이다. 책표지에는 '제목'과 출판사, 작가라 적혀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저자'의 설명이 적혀 있고 그 다음에는 서문, 그리고 목차가 적혀 있다.
글이 마무리 되면 '마무리' 글, 추천사가 적혀 있고 감사의 말씀이 적혀 있다. 이런 글읽기에 익숙해지면 꽤 많은 전체를 알게 된다.
이제, 앞서 봤던 '와이파이 공유기 설명서'를 훑어보자.
'무선MAC 필터링, 무선 액세스 제어 또는 ACL(액세스 제어 목록)을 활성화 한 경우 먼저 비활성화한 다음 앞 페이지의 방법 따라 구성을 완료하시오.'
덜렁 한 구간을 맥락없이 던졌을 때는 파악할 수 없었겠지만 무언가를 한참 헤메다가 저 글을 발견했을 때, 저 글은 아주 쉬운 설명이 된다.
책은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의 완전체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책'의 구성은 '바퀴'와 같이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한 발명품 중 하나다. 세계 어느 나라의 책을 보더라도 책의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이런 책의 특징이라면 '불특정다수, 집단지성'의 의한 필터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기 작가는 꾸준하게 출판을 이어간다. 인기 출판사도 그렇다. 다만 어떤 작가와 출판사는 몇몇의 실패를 겪고서 서서히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출처'와 '진위' 여부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된다.
출판사 대표, 편집자, 작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글을 다듬과 구성을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정보는 점차 깔끔해진다. 그런 노고에 비하면 '종이책'은 거의 '무료'나 다름 없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저자김지원출판유유발매2024.03.04.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이 하나 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반드시 가격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주 유명한 인문학자가 쓴 글이라던지, 세계 최고가 쓴 책들, 오래된 선인이 쓴 기록, 로마의 황제가 남긴 글 할 것 없이 모두 2만원 내외에 구매할 수 있다. 이런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에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글도 있다. 괜히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 대충 휙 하고 훑어보는 책도 있다. 그런 책들도 마찬가지로 2만원 내외다. 그런 책들은 실제로 '전자책'이나 '도서관'에서 대여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하고 만족하며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