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Museum), 음악(Music), 놀이공원(Amusement Park)의 어원을 따라 올라가면 Muse를 만나게 된다. 뮤즈(Mus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 학문, 시의 여신들이다.
자연과 목축의 신, 판(Pan)은 패닉(panic)이라던지, 곡물의 여신 세레스(Ceres)는 '시리얼(cereal)이라던지. 불카누스(Vulcan)는 화산(Volcano)이라던지.
이런 식으로 유럽 문화권에서는 적잖게 어근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 추후 '영단어' 암기 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근대 이후 과학기술이 유럽 문화권에서 발전됐기 때문에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명사에도 상당히 많이 '그리스로마신화'의 이름이 사용된다.
가령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에서 온 헬륨(helium),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Chronos)는 정밀시계(Chronometer), 동일시화하다(Synchronize)에 사용되고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는 '화성(Mars)'에서도 사용되지만 계엄령(martial law)에서도 사용된다.
'광개토대왕'의 '광개토(廣開土)'는 글자 그대로 넓은 땅을 크게 열었다는 의미다. 즉, 그의 업적인 영토확장을 명사화 했다. 후대에 그 이름을 들으면 그 업적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역사 서술을 하곤 한다.
실제로 장수왕(長壽王) 또한 79세까지 살았는데, 당시 고대 동아시아 군주로는 이례적으로 긴 수명이다. 그의 지속된 통치와 안정성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앞서 언급한 명사중 '헬륨'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에서 왔다. 과학자들은 이 원소를 태양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헬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단순히 '헬륨'이라는 '소리'와 '최소 원자'의 존재를 연결 시키는 일은 어렵지만 어린 시절부터 '헬리오스'를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헬륨'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받아드릴 수 있는 기초 뼈대가 된다.
이게 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헬리오스'를 아는 아이가 '헬륨'을 알게 된다면 그 뒤에 '헬륨'이라는 음성 신호와 '최소원자'의 성질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이어 한자와 그리스로마신화를 더불어 삼국지, 각종 고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명사와 어근이 새로운 어휘를 받아들이는 배경이 되면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에 장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로라도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똘기, 떵이 새초미...'로 시작하는 꾸러기수비대라는 만화가 있었다. 이 만화는 당시에 그냥 만화영화였지만 이 중독성 강한 노래는 '자축인묘 진사오미...'하는 12지신을 순서대로 외우도록 했고 실제로 만화 영화상 큰 구성은 옥황상제가 자신의 생일에 동물을 불러 모아 도착하는 순서대로 1년을 맡기겠다고 유래한 전설을 그대로 모티브로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고양이가 초대되지 못했는데, 중국과 한국에서는 그것이 쥐에게 속아서 빠지게 됐다는 이야기와 늦게 출발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유로 고양이는 '쥐'만 보면 못잡아 먹어 안달이났다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스토리텔링은 인간이 어떤 것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즉 마구자비로 기억에 순서대로 집어넣는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다양한 스토리 위에 명사를 얹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억을 쌓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 차후 학습에서 우수할 여지가 더 높은 셈이다.
삼국지에는 '삼고초려', '읍참마속', 칠종칠금'과 같이 다양한 사자성어가 등장하는데, 유비와 제갈공명을 모르고서 삼고초려라는 한자를 암기는 것과, 마속을 모르고 제갈공명을 모르고 그 전후 상황을 모르면서 '읍참마속'을 만나게 되는 상황은 굉장히 갑갑한 상황이다.
마치 어떤 드라마에서 일부 대사만 떼어내서 드라마 전후 관계를 모두 알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학습만화에 대해서는 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런 서사와 관련되어 있어서는 간단하게라도 학습만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딸이 학교에서 인기가 너무 많은 책이라 빌려 보려면 경쟁을 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기에 전권은 모두 사줬다.
이런 지출은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