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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괴이한 조예은 작가 단편소설집_트로피컬 나이트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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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연휴기간 혹은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책 같다.


조에은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현실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그 이야기 속의 작은 균열을 타고 비현실로 이동한다. 일상의 익숙한 장면으로 몰입을 시작하고 굉장히 낯선 방향으로 후반 전개를 이어가도록한다. 그 과정이 너무 매끄러워 '먼지의신'이라던지, '별을 이동하는 고양이의 이야기' 같이 허무맹랑한 소재도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게 한다.


'조예은 작가'의 글이라면 '칵테일, 러브, 좀비'를 비롯해 몇 편 읽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역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의 나이는 1993년 생으로, 흔히 말하는 MZ 작가다. 소재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문체가 깔끔하다. 글을 읽노라면 여대생이나 젊은 여성 직장인의 수필을 읽는 분위기가 난다.


소설을 어느정도 읽다보면 내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대략의 가늠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조예은 작가'의 글은 크리셰라고 불려지는 형태를 피해 완전히 예상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다. 그 예상치 못함이 주는 황당한 경험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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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는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단편집이다.



할로우 키즈


고기와 석류


릴리의 손


새해엔 쿠스쿠스


작은 나의 신


나쁜 꿈과 함께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제목만 보고는 그 소재나 주제를 가늠조차할 수 없다. 또한 소재나 주제를 가늠하더라도 예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편은 '새해엔 쿠스쿠스'와 '작은 나의 신'이다.



그 소설의 도입부분은 누구나 경험할 법한 감정이나 상황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여기서 '누구나'는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겠다.



흔히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줄인말이 유행했을 때, 그토록 공감가는 말이 또 있을 까 했다.


새애엔 쿠스쿠스에는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하고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주변에 아무개에 대한 존재가 나온다. 그 존재를 은근 시기 질투하다가 질투의 대상이 살짝 무너졌을 때 느끼는 세속적인 쾌감과 그 쾌감에 대한 인간적인 자괴감.


그런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다. 혼자서만 느끼던 그런 찌질한 감정이 잘 묘사되어 무언가 내면이 들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은 나의 신'의 주인공에게도 공감이 꽤 됐다. 소설속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다.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라이더와 마주치는 것 조차 꺼리는 대인기피 성향의 인물이다. 게다가 빈곤함과는 살짝 거리가 멀어 집안에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 그런 히키코모리가 친하지 않았던 동창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극도로 느끼는...


소설을 읽으며 뜨끔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내면 어딘가를 들킨 것은 아닌가, 싶은 소설이었다.



소설의 방향은 마치 '꿈'처럼 아무 방향으로나 튄다. 꿈을 꾸다보면 굉장히 독창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여덟편의 소설이 다 그런 방향이다. 고로 읽고 나면 무언가 '스토리'가 남았다라는 느낌보다, 자고 일어나 금방 잊혀지는 꿈을 꾼 느낌이 든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조예은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꽤 맞는 작가'구나, 한다. 짧은 시간 틈틈히 읽기 너무 좋은 단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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