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나선형으로 상승한다'.
나를 중심으로 그려진 원에는 모양과 형태가 다르지만 비슷한 궤도를 그리는 것들이 돌고 있다.
문장을 읽는데 처음에는 공감이 되질 않다가, 몇 문장을 더 읽으니 공감이 된다. 막상 삶은 새로운 것들이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를 나아가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를 중심으로 한 관계가 형태를 바꾸며 일어난다.
'이상한 사람'은 학창 시절에 '학우'나 '교사' 중에 분명 있었고, 군대를 갔더니, '선임'에 있었다. 직장을 다니니, '상사'나 '사장'에도 있었다. 그들은 분명 일정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나의 주변에 맴돌고 있다.
'좋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도 언제나 그 얼굴과 모양, 형태, 관계를 다르게 하며 시간과 장소를 바꾸고 나타난다. 물론 그들 각자 다른 개인이 틀림 없겠지만 나를 중심으로 이뤄진 '나의 삶'에서 그들은 같은 배역을 하고 있다는 다른 배우들처럼 보인다.
같은 배역이라도 연기자가 다르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언제가 좋아하던 드라마의 배역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날들이 있었다. 드라마 속 배역은 그대로 두고 갑자기 연기자가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좀처럼 같은 인물로 몰입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같은 '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떤 집에 살아도 지저분한 사람은 지저분한 집에 살게 된다. 평당 수억원을 하는 집이거나, 월세가 겨우 수십만원 안팍하는 고시원을 살아도 정돈하는 사람은 정돈된 집에 살고, 지저분한 사람은 지저분한 집에 살게 된다. 그것은 집의 문제가 아니라 집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문제다.
'차', '집', '물건', '사람' 다 같은 방식이다.
결국은 그것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자세로 다루는지가 중요하다.
'후안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여자친구'와 '다음번 여자친구'도 별 차이가 없다. 그들은 각자 다르지만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나선형의 궤도에서 '여자친구'라는 역을 맡아 있을 뿐이다. 고로 첫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이미 마지막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던 셈이다.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자기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 일리 있는 생각 같다.
'현 여자친구'와 어떤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 여자친구'와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롤'에 맞는 삶을 살며 그들의 궤도대로 돌고 있을 뿐이다. 고로 중오한 것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고보니, 항상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언제나 발생했다. 완전 무결함으로 나아가고 있어도 언제든 '완전 무결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상황이나 어느 장소에가도 '문제'이건, '사건'이건 모양만 다르게하고 튀어나오곤 했다.
어쩌면 기억나지 않을 유아기부터 그런 나선형의 상승이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가 상승해 나아감으로써 나선형은 중심축으로 더 넓게 궤적을 옮겨 그려갔다.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면서 더 많은 '문제'와 더 많은 '해결', 더 많은 인물들이 비슷한 비율로 생겨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혼이 나는 상황,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갈등, 고등학교 시절 '학업에 관한 문제, 20대 시절 연애 문제와 진로에 관한 문제, 30대 시절에는 가족과 돈에 관한 문제 등.
문제라는 녀석은 얼굴만 바꾸고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듯하다. 고로 맞춤형 해결책은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 그저 '문제 해결력'이라는 포괄적인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튀어나오던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농사, 강의, 식당 아르바이트, 마트 지점장, 마트 아르바이트, 클럽청소, 학교 청소, 무역, 일반 사무직, 텔레마케터, 건설 노가다, 온라인 유통업.
대부분의 일을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어떤 일을 하던지와 상관 없이 중요한 듯하다.
그렇게 뼈대가 확실하게 굵게 되면 다음 내가 갖게 될 직업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지, 만나게 될 사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던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당당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