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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놀이다, '저소비 생활'이 재미있을 수 있는 이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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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생관'을 따져 보자면, '인생'은 일종의 '놀이'다.



가장 많이 하는 예시는 이렇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빈 통'이 놓여진 '빈 공간'에 들어가도록 한다.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어떤 지시나 목적, 제한 시간도 두지 않는다. 단지 들어갈 때, 공 하나를 손에 쥐어준다.



이렇게 공 하나를 들고 빈방으로 들어간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손에 쥐고 있는 공을 '빈 통'에 던져 넣는다. 무한대의 시간을 떼우기 위해 참가자들은 손에든 공을 공 안으로 집어 넣는데 이 과정에서 빈 통으로 공이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참가자들은 '공'을 반납하며 '빈 방'을 나온다.



자, 여기에 공을 집어 넣는데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공을 집어 넣는 행동은 '왜 중요한 일인가', '누가 집어 넣으라고 강요했으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인생은 이처럼 일종의 '놀이'다. 놀이의 방법과 목적은 본인이 설정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는 빈 공간과 빈 시간을 떼우기 위해 그것들을 활용할 뿐이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의미기 발생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의미는 발생하지 않는다.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복숭아 바구니에 축구공을 집어 넣는 행위는 그저 축구공을 바구니에 집어 넣는 행위가 됐다.



누군가 거기에 규칙을 만들고 의미를 발생하자, 그것은 '농구'라는 스포츠로 의미가 발생했다. 문화와 시장도 의미에 따라 발생했다. 바구니에 공을 넣는 행위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마이클 조던은 그저 바구니에 공 잘 넣는 사람으로 의미는 발생하지 않는다.



'저소비 생활'이란 단순히 돈을 적게 쓰는 것보다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선택'이라는 '놀이'를 진행하도록 하는 일종의 동작버튼이라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놀이는 진행되지 않는다. '선택'은 매순간을 진행시키는 놀이의 주요 포인트다. '저소비 생활'은 빈공간과 빈 바구니가 주어진 '삶'이라는 놀이터에서 내가 부여한 일종의 '놀이'가 된다.



'이번에는 얼마를 아꼈구나, 이번에는 얼마를 벌었구나.'



이 놀이는 누구를 이길 필요가 없다. 그러니 패배는 발생하지 않는다. 패배는 발생하지만 '도달'이 가능하니 '승리'는 발생한다. 실패는 할 수 있겠지만 내 손에는 '무한'에 가까운 동전이 들려 있다. 언제든 무한대의 동전을 집어넣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완전한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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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공간에 공을 들고 갔다고 모두가 같은 놀이를 하진 않는다. 누군가는 그저 벽에 공을 튕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구니를 맞추는 놀이를 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공을 내려 놓고 바구니를 관찰할 수도 있다.


그것이 그 사람이 그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것도 아주 자유롭게 말이다. 무엇을 하라는 강요가 없으니 그저 가장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혹은 공간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방식이 우연히 다수와 일치하여, '방을 나온 뒤', 그래서 '누가 일등인데?'하고 비교는 할 수 있다. 거기서 패배와 승리가 나눠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어짜피 방을 나온 뒤에 공간과 통, 공은 모두 회수됐고 더 많이 공을 넣은 사람이 됐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의미는 '금강'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언제든 부여하고 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내가 '인생'이라는 놀이터에서 하고 있는 가장 흥미진진하게 하는 놀이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이다. 삶을 단조롭게 하고 소비를 줄이고 간간히 주어지는 짧은 행복을 느껴보는 '놀이'를 하고 있다.


이 놀이는 나름의 재미가 있으며 당분간은 꽤 오랫동안 즐기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 언젠가는 그냥 비싼 자동차나 명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것은 그냥 다른 놀이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것도 게임이고, 이것도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잘 활용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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