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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도입, 생각할만한 메시지, 괜찮은 반전_기린의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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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니혼바시 파출소 앞을 지나간 밤 9시.


파출소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던 순경이 남자의 뒷모습을 목격한다.


남자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다리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얼마 뒤 남자는 조각상 기둥 받침대에 기대어 움직임이 없다.



술에 취한 노숙자 정도라고 알고 있던 순경이 남자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이봐요! 잠에 든 건가요?"



순경은 남자의 몸이 스르륵 허물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에 남자의 가슴께에서 무언가 꽂혀 있음을 안다. 그리고 와이셔츠가 검붉게 물들어간다.



흥미로운 소설의 도입이다. 도대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 흥미로운 도입과 걸맞지 않게 사건은 너무 쉽게 해결된다. 두꺼운 소설책 도입에 사건의 윤곽이 잡히고 이후부터는 '게이고'의 다른 소설 '편지'처럼 '추리'보다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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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미 아귀가 들어 맞은 사건에 대해 의심하며 소설의 후반부까지 호기심을 끌고 간다. 가가 형사는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싶은 인물, 사건, 장소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무리 소설이지만 헛수고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싶은 행동을 꾸준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가가 형사의 모든 행동은 역시나 사건을 새로운 방향으로 연다. 그리고 실제로 완전히 다른 색깔의 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소설 후반부로 이어지며 소설이 '추리소설'이라는 정체성을 재확인하기 전까지, 소설이 가진 정체성은 '살인 사건'을 통해 벌어지는 일본 사회가 가진 다양한 문제와 시선에 대한 메시지다.



"살인 사건은 암세포와 같다."



하나의 살인 사건으로 피해자와 피의자, 그 둘이 모두 비극을 맞이 했으며, 그 가족이 그로 인해 겪어야 하는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공감되도록 그려진다.


사건을 완전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한 주변인들에게 '지금의 심경은 어떻습니까?'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있습니까.'하고 묻는 꽤 비인간적인 '매스컴'의 잔혹성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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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더라도 먼저 사실처럼 그려져 누구도 보상할 수 없는 가해자가 생기는 묘사는 '일본' 소설이지만 어딘가 매우 낮익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다작하는 작가답게 글에 대한 만족의 편차가 심하다. 어떤 경우에는 꽤 취향에 맞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기계에서 뽑아 내듯 억지스러움도 적잖다. '기린의 날개'는 전자에 가깝다.


다만 사실 '추리하는 과정'만큼이나 이 소설이 주려는 메시지에 더 공감이 가서 사실살 후반부의 반전은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근 한주간 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라 괜찮았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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