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통지표, 좋은 말만 가득?_초등2학년 학교 생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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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햇수로 학부모가 된 지 3년 차,



두 번째, 연말 통지표를 받아봤다.



1학년 때, 통지표를 받았을 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 보는 기분이었다.


그 감정은 2학년 통지표를 받을 때까지 유효하다.



엄밀히 말하면 초등학교 통지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의미 없음'에서도 아주 미묘한 의미를 찾아 보려고 '다른 학부모'가 올렸던 다른 댓글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찾아 봤었지만 내린 결론은 비슷하다.



초등학교 통지표가 '크리스마스 선물'과 비슷한 이유는 이렇다.



그 평가 본질이 '선물'에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일'일 뿐,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성적표에는 '수우미양가'로 '학습에 대한 평가'가 있었고 '선생님들의 평가'도 꽤 냉혹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쓰여진 평가로는 '내성적이다'라는 평가가 있었던 듯하고, 얼핏 떠오르기에 '교우관계'가 원만하다고 적혀 있진 않았던 것 같다.



INFJ인지 INTJ인지, 지금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분류되어 소속감을 갖고 있지만 그때는 I 성향이면 '기죽은 아이'라는 이상한 인식이 있었던 듯 하다.



되돌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에 친구관계가 나쁘진 않다. 친구 무리가 항상 있었고 개중에서도 꽤 까불거렸던 기억이 있다. 아마 '선생님', '어른들' 앞에서 '내숭'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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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부터 '쌍둥이'는 항상 붙어 있었다.



선생님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리는 하나는 '비교하지 말아주세요'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비교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도입이다.



처음에는 '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말씀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하고 선생님들의 평가를 막아섰다.



무엇이라고 말씀하시던 '둘'이 다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냥 조용히 듣는 편으로 바뀌었지만 대개 하시는 말씀이, '다율이가 하율이보다...' 혹은 '하율이가 다율이보다...'로 시작한다.



쌍둥이라도 성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발달 단계가 다른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는 '하율'이가 '다율'이보다 빠르고, 어떤 경우에는 '다율'이가 '하율'이보다 빠르다. 그래서 그런 평가는 매년 달라지곤 했다.



하율이의 특징이라면 '교우관계'가 좋다는 표현이 많다. 특히 학교를 다르게 하고 학년을 다르게 해도 항상 비슷한 평가가 있는 걸 봐서는 실제 그런 학교 생활을 하는 모양이다.



친구를 데리고 와도, 남자 아이,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골고루 데리고 온다. 무언가 씩씩한 학교 생활을 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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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문장 이해력과 표현력이 좋아 글쓰기 공책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담아냄. 주변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자주 보이며 친구들의 장점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구체적으로 칭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가 돋보임. 편견과 남녀 구분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열린 태도로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딸, 아들' 통지표를 슬며시 인터넷 공간에 올려 놓는 부모는 대부분 마치 '메르세데스 벤츠' 마크가 '슬며시' 보이도록 소소한 일상을 찍는 심리와 같을 것 같다.



자랑하고 싶지만 대놓고 하고 싶지는 않아, '질문'이나 '고민' 형식으로 슬며시 포스팅하는 속이 살짝 보이는 귀여운 괴씸함 같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책을 '오디오북', '만화책', '동화책' 할 것없이 정말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다. 글쓰는 것도 좋아해서 취미가 '글쓰기'일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책이라도 많이 읽어라'라는 교육 철학이 살짝 통해 들어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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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율이는 성격이 조금은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본래 하율이보다 더 야무진 편인데 선생님께서 '다율'의 교우관계를 살짝 걱정하시긴 하셨다.



너무 '하율이'하고만 놀고 싶어 한다는 점이셨다. 3학년이 되면 각각 분리를 해서 반을 배정하면 어떤지 제안을 주셨지만 3학년 때도 같은 반으로 부탁 드렸다.



일단 쌍둥이를 키우다보니 '담임선생님'이 두 분, 숙제 관리가 '두 개', '참관 수업'이 두 번인 경우를 감당할 수가 없다.



쌍둥이를 키우다보면 정말 생각치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얼핏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아니라 주변에서는 가볍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주신다.



'옷을 어떻게 입혀라'


'반은 분리해서 배정시켜라'


'언니와 동생을 명확하게 구분시켜라'



뭐 이런 느낌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지나치게 여쭤보시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누가 언니에요?' 하는 질문이다. 쌍둥이라는 것을 아시면 거의 99%의 확률로 물어본다.



그러면 '제가 안 알려줘서 얘들도 몰라요'하고 웃는다.



그렇게 지나가면 가볍지만 어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간다.



"그러면 안되지, 언니, 동생은 분명히 해아지."



하고 꼭 한마디 씩 한다.



"알아서 할께요!"가 턱끝까지 차오르다가 그냥 삼킨다.



잠깐 스치고 마는 사이에도 왜 그렇게 조언들을 많이 하시는지...


지금은, '네. 그래야죠'하고 웃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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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율이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이다.



독서량이 풍부하고 독서 태도가 우수하며 활동과 관련된 주제를 깊이 있게 사고함. 매 학습 활동에 신중하게 접근하며 자신의 생각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힘이 좋아 글쓰기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음.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냄. 작은 일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마음을 표현하는 순수한 모습이 있음. 친구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관심을 보이며 사이좋게 지내는 편임.



'책책책'



책에 둘러쌓여 살다보니 아이들이 밖에서도 습관이 어디 가지 않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목도 가누지 못 했을 때, 중년의 아빠와 거의 고등학생, 대학생 처럼 보이는 딸이 서점 '추리소설' 코너에 서서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



"아빠, 이거 진짜 재미있어, 남편이 불륜을 저질러서... 어쩌구 저쩌구..."



이런 대화였는데 그냥 그 장면 하나가 나의 유일한 '육아'에서의 '로망'이 됐다.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통지표를 보니, 이대로 조금만 크면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다들 잘 지내고 있구나, 하니 마음이 놓인다.



연초라 최근 꽤 바쁘다. 어제 아이들이 방학식을 했고 오늘은 할머니댁에 내려가 있다. 아이들이 올라오기 전까지 후딱후딱 준비할 것을 준비하고 육아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성장'할 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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