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허영심이 중요한 이유2_왜 불편한 옷을 입고 일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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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외에서 일할 때, '설리번'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호주 기반 제조도매 회사다. 대체로 털실이나 크래프트, 봉제용품 등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기업이었다.


나는 당시 소매 매장에서 일했다. 어떤 상품은 주문을 하면 '박스 포장' 되어 제품이 오지만 어떤 제품은 직접 직원이 와서 '재고'를 파악하고 '디스플레이'를 해 놓고 갔다.



'설리번'에서 우리는 '3불'이 조금 넘는 털실을 주문하곤 했는데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성인 남자인 나도 박스를 들고 진열하기가 쉽지 않았다. 털실은 무게도 무게지만 먼지가 일어나기 쉬웠고 쪼그려 앉아서 그것을 정리하고 나면 옷에 더러운 먼지가 묻고 정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옷매무새도 망가지고 하루종일 찜찜한 일과를 보내야 했다.



어느 날은 '설리번 직원'이 방문했다. 2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애띈 금발 백인 여성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기억에 선명하다. 백인 여성은 초록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정장 치마'에 단정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왼쪽에는 '인보이스'를 비롯한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가벼운 인사와 프로모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 제품을 정리하겠다면 매장 뒷편으로 갔다. 허리가 곧고 워낙 옷차림이 깔끔하여 그녀의 업무가 '사무직' 혹은 '관리직'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녀는 제품을 가지러 차로 갔다. 그리고 그 이후의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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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정리하는 일을 하다보면 나를 포함하여 우리 회사 직원들은 편한 복장으로 일을 하곤 했다. 다만 그 '설리번'에서 온 직원은 말끔한 복장을 하고 꽤 무게가 가는 상자를 혼자 짊어지고 와서 매장에서 제품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서류 작업이나 재고 파악만 하고 정리하는 일은 '다른 직원'들이 와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받은 충격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본래 뉴질랜드에서는 '버스 운전', '공사 현장' 등에서 쉽게 '젊은 여성'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무거운 것을 혼자 이고 지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건, 그녀의 '복장'이었다.



그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주변의 아무개에게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아무개'는 평소에 꽤 부정적인 성격이었기에 반응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겉멋만 잔뜩 들었지, 편하게 입고 일해야지!"



다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품격은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로 예를들자면 변호사일은 굳이 양복이 필요 없다. 물론 상담을 포함한 기타 법정 출석을 위해 복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변호사법에는 직무 외 행위에도 품위 유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변호사의 일은 상담을 하거나 책상 앞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에도 말끔한 복장을 유지한다.



복장은 직업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이라고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택시 기사 분들 역시 운수종사자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허용되는 복장과 허용되지 않는 복장이 따로 존재한다. 실제로 복장의 유무에 따라 사람이 그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옷을 갈아 입는 행위는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게 보인다.



머리를 만지고 복장을 정리하고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하여 일을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그 분야에 그만큼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것이 태도이고 그런 태도를 가지면 대체로 그 분야의 사람은 믿을 한 경우가 많았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이런 말을 했다.



"상대를 겉보기로 판단하지마라. 그러나 명심해라. 상대는 당신을 겉보기로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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