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일했던 '곳'의 화장실에는 파리가 제법 많았다. 화장실 '파리' 때문에 '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언젠가는 급한 탓에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파리들이 '윙윙'거리며 겁도 없이 날아 들었다. 그 콩할 만한 것들을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피하게 되는 이유'는 매서운 '범'을 만났을 때 피하게 되는 '매커니즘'과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파리'를 피하게 됐다.
그것이 본질일까. 누군가를 성가시게 함으로써 '더 강한 자'를 물리치는 전략을 취한다면, 그것이 조금이라도 '생존 능력'을 향상 시키는 쪽이라면 어쩌면 파리의 전략은 따스한 날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던 '햇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날 데카르트는 방에 앉아 있었다. 천장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파리 한 마리가 그곳 어딘가에 앉았다.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저 파리의 위치를 정확히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데카르트는 방을 좌표계로 설정하고 파리의 위치를 두개의 수치로 고정하면 파리의 움직임을 '기하학적으로 기술 할 수 있다고 봤다. 그것은 공간이 본격적으로 수학의 언어로 넘어간 전환점의 시작이다.
인간은 도형을 도혀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수학은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위치' 자체를 수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파리를 보던 데카르트가 '좌표평면'을 떠올리고 인간은 공간을, 더 넘어서 '시간'을 수학의 영역으로 끌고 올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파리 한마리가 움직이는 동선에 궁금해 했을지는 알 수 없다. 화장실 문을 열고 윙윙 날아다는 파리를 보고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일이 없을 때, 가만히 누워서 꼼짝도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파리는 저 파리녀석은 뭐하러 저렇게 움직일까.
파리의 신경계에는 '정지모드'가 거의 없다. 파리의 기본 상태가 '대기'가 아니라 '탐색'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미세한 공기의 흐름, 빛의 변화, 온도차, 냄새 농도의 변화 등을 파악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덕에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파리의 시간이 2억년이라면 30만년인 '호모사피엔스'보다는 600배는 더 이 행성에 살아 남은 셈이다.
움직임이 '기본모드'이기에 그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우리에게 '덜 위협적이면서 더 성가신 존재'가 된다. 그렇기에 더 많은 포식자가 그들을 피해 달아났는지 모른다.
그 많은 '대멸종' 시기에는 생물종의 90%가 넘게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생물의 수가 아니라 생물종이 90%가 사라지는 와중에 '파리'는 몇차례나 살아 남았다.
파리의 움직임에는 꽤 정확한 철학이 숨겨져 있다. 파리가 스스로 가진 철학은 아니겠으나 거기서 철학을 찾아 볼 수는 있겠다. 파리는 비행에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적은 에너지로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전체 에너지에서 극소수 밖에 안 되는 그것을 아끼다가 그들은 간혹 '벽지'에 흔적이 되기도 한다.
'아끼면 똥 된다'
그것을 정확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별것 아닌 것을 아끼려다가 되려 큰 것을 잃는 경우를 나는 몇번 경험했다. 아끼던 것은 자존심일 수도 있고, 겨우 숫자로 표현되는 '소득'이나 '관계'일 수도 있겠다.
양보를 모르고 존재감 없을 정도로 미묘한 그것을 아끼려다 된통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겠다.
어쩌면 '택한 것'이 아니라 '택했던 선조'의 '선조'가 그 선택을 했기 때문이고, 그들이 후손을 남기고, 남겨서 그렇게 됐을 뿐일 것이다.
수세대만에 그들은 '선택'이라는 유전자를 부여받고 능동적인 '본능'을 갖게 됐을 지다. DNA를 직렬타고 연결된 '승리자의 정보'가 스스로를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게 했으리라. 비록 그것이 '인간의 입장'에서 하찮고 더러운 존재로 보였겠으나 그것은 그렇게 또 생존해 내고 다음 세대에게 그 유전자를 남겨 냈을지 모른다.
겨울이 되자, 그 많던 파리 녀석은 사라지고 없다. 정말 기가 막히게 생존을 위해 '때'를 정확히 지키는 존재들이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파리만큼 '인류사'에 기여를 했는가, 파리만큼 철학을 갖고 있는가, 파리 많큼 우수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또 그것도 아니면 파리만큼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