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장인 공(工)에 사내 부(夫)를 사용한다. 장인이란 '기술자'를 의미하는데, '장인'의 의미를 조금더 깊게 파고들면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문화를 달리하여 'Study'를 보자면 이는 라틴어 'studium'에서 시작한다. 이는 '열정, 몰입, 애정, 노력'과 같은 말이다. 이를 더 파고 들어가면 인도유럽 공통어에서 'stu-' 접두사를 만난다.
이 접두사는 '밀다 혹은 찌르다'라는 의미와 어원을 함께 한다. 즉 밀어붙이고 지속하고 몰입하는 능동적 투입을 'study'라 한다. 문화는 분명 다르지만 이 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요령'을 통한 '획기적인 돌파'라기보다 '꾸준함' 즉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조병학' 작가의 '천재들의 공부법'에는 '획기적인', '쉽게 하는', '재미있게 하는'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천재'들의 공부법이 그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가장 완벽한 상태는 '더 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도 있다. 즉 수천년 간 인간이 고민해왔던 '천재들의 공부법'이라면 돌고 돌아 '순정', 더 할 것 없이 이미 '너'와 '내'가 알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피아니스트들은 '근육'이 음표나 소나타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손가락에 이 기억을 저장한다. 다시말해서 잘 우려낸 총명탕을 먹거나 좋은 스승, 좋은 악기, 좋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손가락'이 기억할 만큼의 지나한 반복이 결국은 정답이라는 것이다.
'공자'의 핵심 문장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과 지위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자기 역할에 맞는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공자가 말씀하시길 사회 혼란의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지키지 않음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롤'에 대해 수행하지 않고 다른 이상향에만 눈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서, '농부'도, '의사'도, '요리사'도 모두가 '큰돈 벌고 은퇴하기'에만 신경 쓰고 있으니, 그 본질은 누구도 챙기지 않는다.
그러나 농부의 본질은 농작물을 길러내어 사회에 좋은 양식을 제공하는 것에 있고, 의사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있으며, 요리사의 본질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내어 놓는 것에 있다.
물론 '돈'과 '명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지,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드라마 '허준'에 보면 '병자'들을 뒤로하고 '과거길'을 올랐던 아들 유도지에게 유의태가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달을 위한다면 중국말을 배워 역관이 될일이고, 돈을 벌고 싶다면 장사치가 될 일이지, 의원의 소임은 첫째도 둘째도 병자들을 돌보는 일이다."
철지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배신하지 않는다. '돈'이 아닌 '본질'에 충실한 이들을 사회는 대체로 신뢰한다. '설혜심 교수'의 '매너의 역사'를 보면 아주 간략한 예시로 좋은 '의사'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좋은 의사를 고르기 위해서는 의사가 타고 있는 '마차'를 보라고 한다. 의사가 좋은 마차를 끌고 있다는 것은 그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환자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의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며, 또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보게 됨으로써 더 많은 경험을 얻고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인해 그의 실력이 늘어나면 환자들은 다시 그를 찾고, 그는 다시 돈을 벌게 되니, 좋은 의사는 좋은 마차를 타고 다닌다는 논리다.
비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도 그렇지 않다.
'손흥민 선수'는 대단한 연봉을 받고 있겠지만 그가 축구공을 찰 때마다, 자신이 차는 공이 몇억을 벌고 있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공을 차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본질'이 우선시 되면 '부와 명예'는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일이다. 세상에 살아가다보니 생각보다 사회에는 '장인'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직업인들은 자신의 '롤'을 수행하기보다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최소한 '미용사'라면 즐겨보는 '미용 채널', '잡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요리사'라면 평소 즐겨가는 식당이나 요리책 한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본업과 전혀 무관한 '어떤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어 은퇴하라'하는 책을 들고 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가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천재들의 공부법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천재들은 '수능'을 잘 치룬 수험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빌게이츠, 로뎅, 일론머스크, 뉴턴, 아르키메데스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위대한 과학자, 철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당시 그들의 시대에서 적잖은 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들이 '돈'에 대한 엄청난 집념과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집념과 욕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고로 나는 이 책이 '수험생'이 아니라 '직업인'들이 보면 더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