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언제부터 부담이었나.
생각해봤더니 대략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 기간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 번의 사건이었는데 하나는 '삼성'에서 '애플'로 모든 기기를 변경하던 일이다. 삼성에서 애플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패드를 모두 옮기게 되면서 기존에 있던 정보를 '외장하드'에 백업했다.
사실상 '기억상실'보다 더 끔찍한 일이 '상실되지 않는 기록'이다. 그간 쌓아 두었던 적잖은 기록 중에 나로부터 '사라져야 했던 일부 기억'이 있었다.
사소하게는 '옷'부터 크게는 '차'와 '전자기기'까지 하나하나를 모두 바꿔가면서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사라져야 할,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기록들'을 '외장하드'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기록과 메모가 함께 사라졌으니, 한때는 '참 괜찮은 문구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했던 기록의 상당수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일단 외장하드로 옮겨두면서 이를 다시 불러 들이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쉬운 의지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지난 바람대로 일부 기억은 매우 희미해졌음으로 그 사건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두 번째 사건이란 '결과'는 기억이 남는데 '원인'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항상 나의 경우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메모장처럼 사용했다. 좋은 문장이 떠오르면 잽싸게 앱을 열어 사진을 하나 박아두고 얼른 메모하고 저장했다. 그렇게 쌓아두던 글이 대략 100건에 가까웠지만 어떤 '원인'이든, 그 100건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100건의 기록에는 이미 완성된, 즉 4000자를 넘어가는 글들이 빼곡 했다. 그러니 실제로 바쁜 날이 있다면 이미 완성된 다양한 글들을 '예약 발행'하거나 하나 조금을 수정하여 업로드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실제로 몇개월은 글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글밥'을 쌓아 두었는데 그 모든 기록이 사라지고 말았다.
법륜 스님의 말로 맛있게 밥을 먹고 양분을 취했으면 그만이지 '똥'을 싸놓고 아까워 할 필요가 없다 하셨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생각을 했으며 좋은 글을 썼으면 그만이지 그것이 사라졌음에 아쉽지만 미련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것에 미련이 사라졌지만 그것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너무 바쁜 날, 미리 꺼내 둘 '저장된 그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떤 주말에는 장을 볼 필요 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 필요한 주전부리를 꺼내 요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텅빈 냉장고 같은 '저장글' 덕분에 바쁜 날에도 바지런히 장을 봐와 요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탓에 아이와 도서관을 가면 꼭 책을 많이보고 다양한 사색을 즐기며 글을 써보겠노라, 그리고 나의 냉장고 칸에 언제든 꺼내 먹을 다양한 양분을 저장해 놓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살면서 하나씩 발견되는 그 보석과 같은 문장이 날을 잡고 기다렸다고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고, 살면서 사소한 것으로부터 얻게 되는 인사이트도 마음을 굳게 먹고 시간을 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더라.
고로 아이와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끄적거리기도 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남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놀고 있는 동안 찍어 두었던 세장의 사진과 '억지로는 남길 수 없겠구나'하는 깨달음,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 이렇게 셋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것이 고작이라고 하기에는 어쩌면 아이와 남긴 사진과 시간이 사라진 글들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억지로는 남길 수 없겠다는 깨달음' 역시 다시 꾸준히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아이와 주말에 한 번 도서관을 가기로 약속을 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못가던 시간이 얼마나 되던가. 이제 다시 아이와 매주 시간을 내며 놓치고 사라졌던 것들을 새로 생겨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