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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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글을 읽다가 괜찮은 구절을 발견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조차 5성급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을 차지한 자들이 사유한다."

장르소설에서 좋은 문장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다른 글에 비해 쉽게 만나지는 못한다. 다만 이 문장은 소설을 읽다가 '그렇구나'하고 공감하여 잽싸게 사진을 찍어 두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도 최상층 사람들이 사유한다'라...

사실 비슷한 농담이 있었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수많은 야근' 때문이라는 농담이었다. 실제로 서울에서 생활할 때,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듯 출렁거리는 도시야경을 바라보곤 했다. 밤에 꽤 높은 건물 위에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최상층 사람'이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또한 그들과 같이 도심의 작은 빛을 만들고 있었기에 어쩌면 그 빛을 통해서 '너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동질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에서 10년 가까이 살면, 특히나 외곽지역으로 나갈수록 특이한 경험을 한다. 일을 마치고 대여섯시 즈음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면 '식당 주인'이 '가족'과 식사하기 위해 '문'을 닫는 경우를 왕왕 마주한다.

'오클랜드'나 '크라이스트처치'처럼 규모가 있는 도심은 문을 연 식당이 있지만 내가 있던 소규모 도시에서 저녁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쉽게 말해서 '해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항상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사적인 시간'이라고 보여진다. 한창 그 문화에 젖어 있을 때, 1년 간 한국으로 돌아와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적이 있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지 모르고 아무 곳이나 들어갔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운 나쁘게 악덕 기업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 기업에서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갑자기 '롯데리아' 햄버거를 사준다. 1인당 버거 하나 정도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최소 9시까지 근무가 확정으로 바뀐다.

첫 사회생활을 해외에서 했고, 그 뒤로 10년 간 해외에서 일을 했기에 해가 떨어졌는데 '타인'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다는 상식이 너무 이상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희안한 노릇이었다.

해외에서도 대부분 식당은 중식당, 일식당, 한식당인 경우가 많았다. 크리스마스나 국경일에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는데 유독 아시안 레스트랑은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

이런 걸 보면 '동양인'이 가진 근면 성실함은 문화가 아니라 '뼈'와 '피'에 녹아 있는 유전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한다.

"돈만 많으면 한국만큼 좋은 곳도 없어~"

돈만 많으면 어디든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다보면 들어오는 급여를 사용할 곳이 굉장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껏해봐야 비싼 와인을 먹는다거나 변기물 색을 조금더 파란색으로 바꾸는 일 말고는 흔히 말하는 '돈 쓰는재미'라는 것이 크지 않다.

좋은 자동차가 의미하는 바도 없고 좋은 집이 의미하는 바도 없으니 그저 자산의 형태로 무언가를 쌓아두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없다면 자랑할 곳도 으스댈 곳도 없다. 비싼차를 타는 사람을 보면 '능력있네'라는 생각보다 '비싼차를 타네' 하는 정도 일뿐이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과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다들 적당히 벌었고 적당히 일했고 적당히 행복했으며 노후에 대한 걱정이나 미래에 대한 진로 고민 따위도 없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것을 임시직이 아닌 직업으로 두었으며 다들 자신의 직업에 적당한 책임과 자부심을 가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것 또한 '법'이나 '문화'가 아니라 어쩌면 '유전자'에 박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은 확실히 돈을 벌면 살기 좋은 곳이 맞다. 집에 앉아서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을 불러 먹을 수 있고 늦은 시간 밖으로 나가면 식당이며 놀 곳도 항상 열려 있다. 그 말은 언제든 누구든 그 시간에 일하고 있다는 것이고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을 언제든 고용해서 써도 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도 집에가면 쉬어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벌 수 있을 때 벌어라..'하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의식이 어쩌면 서로를 더 힘들게하고 서로를 더 편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냥 책을 읽는데 마침 옛날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있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한국이 좋다, 나쁘다. 해외가 좋다, 나쁘다의 개념이 아니라 '음.. 맞아 그렇지...'하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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