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먹을 때마다 죽음을 보는 남자의 이야기_못 먹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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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서점을 갔을 때, 아이가 추천해 준 책이다. 10살이 된 아이가 간혹 책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무언가 알고 추천해주는 건 아니다. 단순히 책 제목이 재미있어 보여 추천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알고 있다. '책'의 제목과 '내부'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그런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뽑아든 책에서 좋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그 탓에 가끔 아이에게 '아빠 책 좀 추천 해줄래?'라는 질문을 종종한다.

책은 역시 '최근'에 몰입해서 보고 있는 '정해연 작가'의 글이다. 글이 쉽고 가독성이 좋아 요즘처럼 바쁠 때 가끔 꺼내 보기 좋다.

소설 '못먹는 남자'는 굉장히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다. 어떤 사건으로 '먹을 때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남자의 이야기.

독특한 설정답게 내용은 흥미롭지만 다소 개연성을 기대하고 읽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킬링타임'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훌륭하다'라고 할 수는 없다.

주인공 '민제영'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얼굴을 아는 타인을 보게 된다. 그 고통으로 식음을 전폐하여 매우 깡마른 인물로 설정이 된다.

꼭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것이 아니더라도 하루 세번 식사를 할 때마다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그 고통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본인이 아닌 생명을 위해 본인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에 대한 물론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있지 않다면 조금 냉정하게 식사를 즐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본래 '식사'라는 것이 '내가 아닌 생명'의 '생명'을 취하는 아주 이기적인 일이지 않은가. 그것이 '동물'이건 '식물'이건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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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주인공 '제영'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인물이 하나 더 등장한다. 역시 식사를 할 때마다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다.


같은 능력임에도 이 둘은 다른 선택을 한다. 제영과 같이 최대한 식사를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그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소설에서는 이 둘의 구도를 '선과 악'으로 나눈다. 다만 글을 읽으면서 과연 그것을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는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고 생각해봤다.



어차피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능동적인 '악'이 아닌, '목격자'로써의 삶. 또한 삶을 팔고자 하는 자와, 사고자 하는 두 사람 사이에 거래를 성사시키는 목적으로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행위. 이 행동에 대해 '저것은 나쁘다'라고 단언할 수 없었었다.



책은 초반과 후반에 몰입감이 강하다. 다만 중반에 비교적 불필요한 사건과 인물들이 사건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속도감 있는 전개가 완독을 부추긴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면 한동안 그 작가의 책을 사두고 연속해서 읽는다. 그러다보면 작가가 사용하는 전개 방식과 필체가 익숙해져서 작품 자체의 신선도가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정해연 작가의 또다른 장편 소설을 완독했다. 물론 바로 다음 작품을 읽고 싶지만 잠시 다른 작품을 읽어가면서 이번에는 어떤 소설을 읽을지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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