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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0. 2021

[미래] 식량 무엇이 문제일까_농업이 주요한 이유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받은 책이 없어 살펴보다 보니 정원에 있는 외부 우편함에 책이 들어가 있었다. 태풍이 지나갔던 터라 책이 살짝 눅눅하게 젖여 있었다. 뭐 어떤가, 읽을 수만 있으면 되지 싶었다. 눅눅한 우편물을 뜯었다. 책의 표지에는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교양'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10대 필독서로 선정된 책들도 몇 권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주변에서는 청소년 책인데 왜 읽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청소년 필독서라고 선정된 책들 중에서 성인이 읽어야 할 책들은 상당히 많다.

 예전에 내가 가르치던 애들 중 일부는 해당 학원에서도 손을 놓은 아이들이었다. 영어는커녕 전 과목이 40점이 넘질 못하는 아이들을 맡게 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과 조금 대화를 하고 보니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들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들은 고등 필수 영단어를 외우고 해당 학년의 교재를 풀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중학교 영어 단어장, 중학교 수학책 등 중학교 교과서들을 가지구와"

 아이들에게 중학교 수준의 가벼운 문제 몇 개를 물었더니, 아이들은 난생처음 배운 것처럼 반응했다. wild(야생의)라는 중학교 영어 단어 조차 암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wilderness(황무지)라는 수능 필수 영단어를 암기하고 있으니, 당연히 이해도 안 될뿐더러, 모래지반 위에 고층 건물을 쌓듯, 쉽게 허물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이들에게 중학교 내용의 속성 과외를 따로 진행했다.

 우리는 가끔 착각한다. 자신이 고등학생이라고 중학교 내용을 시시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성인이기 때문에 10대 필독서를 건너뛰기도 한다. 나 또한 이 책에서 모르는 내용을 접한 것들도 많다. 뭐든 처음 접할 때는 모르는 부분 있다면 쉬운 책을 먼저 접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책에서는 '술'에 관한 내용이 하나 나온다. '주조'는 실로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술을 만들기 위해, 비교적 많은 과일과 곡식이 소모되는데 영양학적으로 낭비라는 것이다. 때문에 술은 식량이 풍부한 시대에 발전한다. 이처럼 술이 발전하던 시기를 지나면 얼마 후 대기근이나 흉년이 찾아온다. 술이 발전하던 시기인 풍작의 시기에는 사람들이 인구가 급증하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흉년이 문제다. 그 많은 인구를 부양할 경작지가 적어지기 때문에 대기근이 일어나는 것이다.

 태종 시기 126만 결이던 조선시대 경지면적은 실제로 순조 7년에 145만 평으로 오히려 늘었는데 문제는 경작지는 거의 그대로인데 인구가 3배가 늘어난 상황이다. 그런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조선은 실제 경작지가 꾸준하게 늘어났음에도 항상 빈곤한 국가로 후기를 보낸다. 그런 조선 후기 중에서 유일하게 '술'에 인연이 있는 왕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정조대왕이다. 정도는 술을 좋아했는데, 정조대왕은 화성 주위의 땅을 개간하여 대규모 국영 농장을 만들고 저수지 등을 파기도 했다. 종자 개량과 지배 여건 개선 등 기술을 혁신한 그는 경지면적 확충하는데 힘을 쏟았다. 책에서는 그린란드의 예를 들면서 설명을 하지만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식량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흔히 '식량은 산술급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로 표현하곤 하는데 19세기 영국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토머스 맬서른의 저서인 인구론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사실 전 세계 인구는 21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110 억 명으로 늘어 느는데, 이는 식량 공급이 결코 따라잡을 수가 없다.

 때문에 현재 경작지에서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면 또다시 대기근이 발생하며 식량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내가 대한민국의 농사가 유망하다고 전망하는 까닭이다. 이는 마치 조선말에 상황과 비슷한 상황인데, 일본은 토지조사와 산미 증식을 통해 쌀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실제로 일제시대에는 인구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일제 시대 이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는데 강화도 조약으로 인해 일본으로 쌀이 유출되기 시작하자 생산된 쌀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쌀값이 폭등하게 되었다. 이후 군인들에게 지급할 쌀도 부족하게 되어 우리가 아는 임오군란이 일어나게 되고 나중에는 동학농민 운동으로 까지 번진다.

 이처럼 단순한 쌀 자급의 문제로 국가의 안보가 위협이 되자, 우리나라는 이를 청과 일본에 의존하여 진압하고자 했는데, 그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청일 전쟁이 발발하게 되고 이어 나라조차 빼앗길 정도로 역사가 바뀌었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 식민지가 된 역사와 우리가 일본에 식민지가 된 역사는 깊게 보자면 식량과 깊은 영향이 있고 이는 기후와도 연결되어 있다. 실제 아일랜드는 대기근 전 당시의 인구를 지금도 회복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역사를 바꾸어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역사 또한 기후 변화라는 지구의 현상의 연장선일 뿐이다. 실제로 인구가 폭등하는 시기 농지를 갖고 있는 대주주들은 기근이 발생했을 때마다 기회를 잡곤 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살펴보자면, 27세의 나이에 200만 평의 대주주였던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정미소에서부터 시작해, 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업을 키웠고 정주영 회장 또한 정미소를 넘겨받고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농업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때, 전통 재벌들은 부를 축적하였다. 

 책에서는 마지막 장에 스마트팜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로 많이는 아니지만 제주의 농장은 꽤나 전통방식에서 스마트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조량과 하우스의 온도는 자동 개폐기가 온도와 기후에 따라 열고 닫기를 하며, 운반 또한 예전에는 리어카나 경운기가 하던 일이 전기 전동차가 대신한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의 규모의 농업 선진국이 아닌 네덜란드라는 농업 선진국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하는 구절에서도 몹시 공감했다. 제주에는 농업 박람회나 감귤박람회 같은 행사가 열리고 있어 가끔 방문하기는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있고 참가자들도 많다. 그런 이유로 아마 제주의 농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농업에 종사할 인구보다 지식산업에 종사할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농촌에서는 빠른 스마트팜화를 해야 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큰 생산량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옆 국가인 중국의 인구 정점은 2029년이다. 앞으로 8년 간 꾸준히 증가한 중국의 인구는 15억 명이 될 것이다. 이런 수요처가 우리의 옆이라는 건 엄청난 기회다. 제주와 상하이는 비행기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상 제주에서 인청공항에 가는 거리와 상하이와의 거리는 거의 같다. 

 아마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제주의 농업은 앞으로 역사에 없던 전성기를 맞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가 내가 다시 제주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써 미국과 중국은 대두와 옥수수를 필두로 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전쟁을 속을 살펴보면 무역 전쟁이다. 중국이 인구가 급장 할수록 중국은 세계의 다양한 수요처에서 많은 양의 곡물과 식량을 빨아들이듯 흡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으로 밖에서의 기근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번 독후감에서는 할 말이 많았고 무역 전쟁에 대해서고 깊게 쓰고 싶었는데.  네 살 쌍둥이 녀석들이랑 전쟁을 치르며 읽고 쓰느라, 글이 도대체가 엉망이다.

 지금은 식량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차후 인구 폭등 시기에 기회를 잡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농업을 진흥시켜야 할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태풍이 두 개가 겨우 한반도를 비켜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또 대형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새로운 기후를 맞이 하는 게 어쩌면 역사의 대격변을 다시 맞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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