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한국 독자를 위해 출판한 책이 아니다. 한국인이 한국인 독자를 위해 출판한 책이 아니다. 일본인이 일본인 독자를 위해 출판한 이 책은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일본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책이 한국어 번역본으로 이와 같이 출판되었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일본인들은 대게 극우적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유가 어찌 됐건 매스컴을 통해 보이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상당히 극단적이다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인구는 1억 3천만 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정치적 성향 또한 다양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극우'라고 칭하는 사람의 글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모습을 이해하고 그 관계를 설명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저자인 사와다 가쓰미는 1967년 생으로 방탄소년단 등의 한류 아이돌을 이해하기 조금 많은 나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마이니치신문사에서 30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직 기자다. 특히 1999년부터 4년 반 동안, 다시 2011년부터 4년 동안 서울 특파원으로 지냈다. 그는 88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 혼자서 배낭여행 차, 한국을 여행 온 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 가졌던 최초의 관심은 참으로 극미했다.
아주 오래전, 네이버에서는 '한일 실시간 번역 게시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게시판은 상당히 단순하다. 한국인은 한국어로 게시글을 게시하고, 일본인은 일본어로 게시글을 게시하면 실시간으로 게싯글과 댓글이 번역되어 서로에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얼마 간 지속되다가 이내 폐지되었다. 한일 교류의 창구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기획자들의 예초 예상과는 다르게 극우 양측 네티즌들이 상대를 헐뜯는 장소로 바뀌어감에 따라 게시판 성질이 '극단'으로 치닫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호기심으로 해당 게시판을 들여다보며 일본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족 있는지 살펴봤다. 그곳 올라가 있던 게싯글들을 읽어보면 '일본인'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반일 교육을 받고 자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한일협약으로 일제 식민지 시기의 보상이 다 끝났음에도 끊임없이 보상과 사죄를 요구해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인도적인 사죄를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죄를 요구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을 보며, 거지근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의 제품을 그래도 베껴 쓰는 양심 없고 국민성 낮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일본의 기술과 자본을 받아 성장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없는 괘씸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모두 일본의 핵심 소재나 부품을 사다가 조립을 하는 수준이라 한국의 기술력이 미천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부는 그들이 맞기도 하고 그들이 틀리기도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당연히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반드시 있다. 우리는 일본의 상품을 그대로 베껴 성장한 나라다. 하지만 일본은 독일의 상품을 그대로 베껴 성장했으며 기술과 자본은 '이익'을 향해 움직일 뿐이다. 끊임없이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정권'이 계속해서 바뀌는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비롯되어 있으며 불완전하게 종결된 근대사의 결말 때문이기도 하다.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일본인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되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문화 대한 관심이 적다. 한국은 일본의 핵심부품을 조립하는 회사라는 타이틀은 결국 '한국이 일본의 최대 고객'이라는 타이틀로 인식이 달라졌으며 한류 콘텐츠를 타고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동경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80년 대 민주화를 이루고 최근의 촛불 혁명의 성공으로 '올바름'이 중요하고 그것을 바꿀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인식이 분명한 나라라고 했다. 그런 듯하다. 어두운 역사라고 하지만 결국 그 역사의 끝에는 대중의 성공이 있었다. 그런 역사적 배경으로 한국민들은 '대중'의 힘을 굉장히 신뢰한다.
저자는 '불매운동'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최근의 불매운동이 규모화 되면서 놀랍다고 했다. 특히 여행부분에 있어서 일본의 타격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가 일본과 한국의 비교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말하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일본은 머리로 이치를 궁리하기보다는 실천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은 관념이 중요시되는 사회이다 보니 한국어를 일본어로 그대로 옮기면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사용하는 어휘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어는 그의 말처럼 관념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한 구절만 읽어봐도 '독일어 번역본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번역을 하더라도 그 나라의 문화에 따른 어감은 남아 있게 되다. 확실히 유교의 영향을 받은 사회의식 때문에 우리는 관념이나 명분을 중요시한다. 그런 이유로 일본어 번역본을 읽다 보면 너무 쉽게 풀어져 있어, '청소년' 책과 같이 쉽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책이 일본의 책 보다 조금 더 모호하거나 관념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공감하던 부분이다.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그들이 거의 비슷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아주 사소한 의사소통 때문에 함께 지내면 다툼이 일어난 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마치 일본과 한국은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 비슷하면서 약간의 차이 때문에 때로는 아주 다른 문화권의 나라들에 비해 다툼과 오해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짧고 쉬워서 오래 걸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아이들과 이번 주말에 외식을 하며 책을 읽었다. 주말에는 오롯하게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책을 놓지 못했다. 다음 주말부터는 손에 든 책을 좀 내려놓고 아이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