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헤겔. 이런 서양 철학자들의 철학에 비해 우리가 머물고 있는 동양의 철학을 얼마나 알고 있나. 나는 서양이던 동양이던 철학사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대략 이 둘의 차이를 이야기해보자면, 서양 철학은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동양철학은 본질에 의한 사상을 중시한다. 서양 철학은 논리를 중심으로 한다. 동양철학은 직감을 중심으로 한다. 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싶다. 동양 철학의 개념은 독자가 마무리를 짓고, 서양 철학의 개념은 주창자가 마무리 짓는다. 서양 현대 사회에서는 서양철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명확한 정답을 내리기까지 꾸준한 토론과 논증과 비판을 하는 서양철학이 현대에서는 주류가 된 이뉴는 '명확함'이라는 날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만면 동양 철학은 날카롭다기보다 넓게 포용한다. 동양철학은 얼핏 두리뭉실한 듯하면서 넓게 포용하고 상세하다기보다 포괄적이다. 이런 애매모호함은 현대인들에게 답답하거나 뜬구름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양철학의 완성은 주창자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로 완성된다. 독자의 사유와 경험에 의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열린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주자학과 양명학 등 어려운 동양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몇 가지 용어 공부가 필요하다. 일단.
성(심): 타고난 마음
이: 다스릴 수 있는 것
리: 우주의 원리
기: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
지: 아는 것
행: 행동하는 것
음: 안, 차가운 것
양: 밖. 뜨거운 것
사: 현상
이: 본체
등의 용어들이 나오는데, 이미 내가 읽었던 책 중의 명리학에 관한 책을 읽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명리학 또한 다른 동양에 크게 다르지 않게 크게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일단 주자학을 먼저 살펴보자면 12세기 중국 남송의 유학자 '희'라는 사람에 의해 생겨난 철학이다. 그의 존칭이 '주자'이기 때문이 이를 '주자학'이라고 부른다. 주자의 학문은 앞서 말한 '이(본체)', 기(우주를 이루는 것)'가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봤다.
또한 '양명학'은 마찬가지로 명나라 중기에 태어난 '왕수인'이라는 사람의 성인데, 이는 주자학이 발생한 뒤 200년이 지난 뒤에 주자학의 권위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사상이다. 주자는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하였는데 그 뜻은 '성(타고난 마음)'이 곧 '리(우주의 원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성'이 '리'라고 하는 성리학 사상에 반대하여 이와 기의 세계를 구분하지 않고 세상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사물이 있을 뿐 그가 가지고 있는 형이상의 세계와 형이하의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런 대략적인 내용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 책을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공부하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자학과 양명학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명학은 인간만이 마음(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물의 이치는 본질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서만 만들어진다. 때문에 사물의 생성원리가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마음이 곧 이치라는 것을 주장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서양 철학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용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책의 앞 장에서 설명한 듯, 불교와 유교처럼 우리가 이미 익숙한 철학에 많이 닮아 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다. 주자학이나 양명학과 같이 동양 철학은 요즘처럼 민주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이 세상을 나누는 이데올로기처럼 사상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 천지가 개벽한 세상에 사회주의의 중국과 민주주의의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과 한국처럼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이런 동양철학은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할 수 있는 좋은 철학이다. 책은 얇고 가볍다. 책을 읽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인터넷 서핑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런 학문은 전공이나 공부라고 생각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지는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