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Mar 20. 2021

[역사] 보이지 않는 돈_인류역사의보이지 않는 손

 막연한 경제책이라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의미하는 듯한 제목인 '보이지 않는 돈'은 '천헌철 작가'님의 글이다. 그는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8년에 은행에 입 행한 뒤 여러 가지 경제 관련 업무를 하시다가 지금은 은행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한다고 했다. 책을 시작하는 시작 글에 그가 쓰게 된 이 책이 첫 책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결코 처녀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은 경제 책이라기보다 '역사책'에 가깝다. 어쩌면 애덤 스미스의 시장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보이지 않는 돈은 조용히 묵묵히 일하며 인류의 역사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최초 전쟁과 금융이라는 장으로 시작하는데 이후로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훑고 지나간다. 미국의 남북 전쟁이나 워털루 전쟁 등에 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고 흔히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관한 내용도 등장한다.

 이탈리아 독립전쟁이나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전쟁, 러일 전쟁, 세계 대전 등을 차례대로 소개하며 '돈'이 우리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쳐 오고 있는지 그 역할을 설명한다. 책에 나오는 숫자들은 대게 명확한 경우가 많았다. 17세기 정도면 조선 후기, 우리나라에서는 세도정치로 국내 정치가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쯤이다. 이 시기에 경제에 관한 내용은 역사책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다만 노론과 소론 등 국내 정치 다툼과 외척에 의한 조정의 부패가 겨우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모습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이나 채권 가격 혹은 지금도 내로라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생겨났고 거기서 거론되는 숫자는 대게 명확하다. 남북 전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대략 그 시기 우리나라 상황을 살펴보자면 마치 조선이 망한 것이 의외라기보다 유럽 등 서양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썩은 채 발견되지 않은 것이 용하다 싶을 정도다. 어쨌거나 문명국이라고 불러지는 서양 세력의 금융은 전쟁과 맏닿아 있다. 우리의 전쟁이 오로지 정치적이었던 이유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왕권에 위협이 될 때만 군사가 움직이던 봉건제도 속 전제 군주국가의 조선 누리던 오랫동안의 평화가 단순히 국력이 아니라 운이었을 뿐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당시 영국이나 미국의 상황을 보자면, 철저하게 경제와 정치는 따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양측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있어가며 정치가 경제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경제가 정치의 눈치를 보기도 할 뿐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경제적인 거물을 따지고 보자면 '거상 김만덕' 정도 일까? 로스차일드 가문이나 제이피모건과 같이 엄청난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민간의 활약은 우리나라의 아쉬움이기도 한 듯하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일본으로부터 '독립축하금' 명목으로 받아왔던 3억의 차관을 포함한 보상금 6억 달러는 우리가 강력한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수동적 산업혁명'을 발생시켰다. 민간으로부터의 산업혁명을 거쳤다면, 우리는 중앙정부에 대항할 강력한 민간의 균형을 갖췄을지도 모른다. 다만 위에서부터의 일방적 형태의 산업 혁명 주도는 우리 국민을 수동적인 관리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했다. 그런 역사 때문에 우리는 수 십 년의 가혹한 군사독재 시대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의 주권을 다시 되찾아 왔다는 혁명들에 의해 우리의 주권의식이 타국가들에 비해 높다고 여겨지지만, 어쩌면 우리 의식 깊은 곳에 남아 있을 수동적 유전자들이 우리를 역동적인 국민으로 발돋움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도 여전하게 어른들을 보자면, 박정희 대통령을 우상시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의 업적은 분명히 하더라도, 같은 리더십을 다른 국민에게 적용해도 같은 결괏값이 발생되냐를 따져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주권 국민의 노력에 의해 경제적 주권 또한 중앙에서 민간으로 충분이 이동했고 정부가 쥐고 있던 금융의 힘이 민간에게 이양됨으로 우리의 경제 형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충분히 발전했다. 이는 이는 제조업 위주의 발전 모델을 차용했던 당시 정부와는 별개의 방향의 발전이다. 지금도 우리 한류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한국의 위상이 더 드높아진 이유 또한 제조업 기반의 산업 사회의 측면이라기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궜던 문화의 힘이다. 주제를 벋어 났지만 어쨌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은 그렇다. 

 돈의 주체가 중앙이 아니라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스스로 가격을 만들어내고 사업을 만들어내고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고용과 주권을 만들어내던 말 그대로의 '보이지 않는 손'인 '돈'에 관한 내용이다. 책은 역사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발전해가면서 현대 금융에 관한 해석으로 넘어간다. 총 2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읽으면서 참으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역사] 유관순은허구 인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