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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7. 2021

[일기] 새벽 4시 반.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5시 50분이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눈곱 정도 떼어내고 이클라이너 의자에 앉아 간의 책상 하나 놓는다. 전날 밤 미리 세팅해 놓은 유튜브 촬영 장비에 핸드폰을 거치해 놓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백색 소음 하나를 켜놓는다. 옆에서 아이가 자고 있을 때는 노란 불빛의 스탠드를 하나 켜놓고 책을 편다. 4월 1일부터 일주일간 매일 새벽 4시 반에 스트리밍을 켜고 있다. 일주일째 실시간 시청자 수는 0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켠다. 대략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면 아이가 깨어나 인형을 들고 서재로 들어온다. 그럼 스트리밍은 종료가 된다. 내가 지키려는 나의 루틴이다. 최근 읽었던 책인 '나의 하루는 4시 반에 시작된다'를 보고 시작한 일이다. 자기 계발의 시작과 끝은 행동이다. 1일 1식 책을 읽고 1일 1식을 하고 있고 이번의 책을 읽고서는 새벽 기상을 시도해보고 있다. 물론 새벽 기상을 하려는 이유는 많다. 책이 도화선이 됐을 뿐이다.

 오늘 아침도 다른 일주일과 같은 루틴으로 시작했다. '진화의 오리진'이라는 책을 편다.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읽었는데 끔뻑 꾸뻑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 잠에 들진 않았는데 중간중간 깨어난다. 책의 내용과 꿈의 내용이 뒤섞이며 도통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 애매해지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노트북을 꺼내어 지금의 글을 쓴다. 루틴을 만드는 일은 처음에는 어렵다. 하지만 일정 시간과 기록을 쌓아 두면 우리가 흔히 부정적인 상황에 자주 쓰는 '매몰비용의 오류'가 적용이 된다. 즉, 쌓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그만 두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 같으면 1일 1포 스팅과 1일 1식이 그렇다. 언제든 포기해도 되는 2~3일 정도의 기록을 넘어 한 달, 두 달, 반년이 되면 그때는 도무지 찜찜하여 겨딜 수 없는 짝짝이 양말처럼 거슬리다가 결국 해야만 잠이 드는 일이 된다.

 내가 쌓는 습관도 그렇다. 혼자 지키는 약속보다는 공개적인 기록이 남을 때 그것이 지켜질 확률이 높다. 나는 꾸준히 독서 기록을 작성한다. 짧으면 2,500자에서 길면 5,000자까지의 기록을 매일 작성한다. 1일 1포 스팅 치고는 글자 수가 꽤 많다. 원래 책을 읽는 권 수가 많아 대략 1년 평균 200권의 책을 읽었으나 지금은 아마 이 정도 속도라면 150권 정도밖에 읽지 못할 것이다. 실제 글을 5,000자씩 꾸준하게 포스팅하고 각종 SNS나 플랫폼에 글을 기재하고 나면 이 책, 저 책을 마구잡이로 읽고 덮는 독서 습관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물론 속도도 느려진다. 독서 기록을 하지 못할 책은 잘 보지 않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몰비용'에 대한 '보상' 때문이다. 내가 지금 드리려고 하는 습관은 사실상 기한을 정해 두었다. 4월 한 달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습관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새벽 3시 반에 기상하여 방송을 하는 일이었다.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3시간 정도 독서나 공부를 했다. 정확히 5개월을 채우고 나는 그 일을 멈추었다. 실시간 시청자 수가 5개월째, 0명인 것을 보고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습관의 최종 목표는 나의 개인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할 의무감에 기대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습관 길들이기도 어쩌면 비슷하다. 그런 이유에서 4월 한 달 정도만 진행하련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의 저자 김유진 작가님처럼 오롯한 새벽이 주는 혼자만의 시간을 소유하고 그 장점을 그간 찾아볼 것이다. 나의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하고 있다는 연계 감을 주고 백색 소음을 공유한다.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습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매일 새벽 1시 반쯤에 잠에 든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3시간 남짓하는 잠 밖에 들지 못한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것이 다음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함에도 늦은 밤에는 잠에 쉽게 들지 못한다. 아마 시간이 쌓여가면 일찍 잠에 드는 습관도 생겨 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점이 있다. 새벽 6시 반이면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우리 아이들을 보다 먼저 깨어나 맞이 할 수 있다. 유치원 가는 시간까지 2시간의 시간 동안 저녁에 놀아주지 못하는 놀이와 책 읽기의 공감을 한다. 아이들은 눈을 비비고 제일 먼제 보게 되는 장면은 책상 위에서 새벽부터 책을 읽는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아버지 하면 생각나는 모습이 이런 모습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자극이다. 물론, 오늘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눈꺼풀 때문에 책이 아닌 컴퓨터 키보드를 잡고 있지만 말이다. 어제는 새벽 2시가 가되어 잠에 들었다. 따지고 보니 2 시간하고 얼마 간 잠에 들고일어난 샘이다. 나중에 낮잠을 자면 좋겠지만 해가 뜨고 나면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어차피 일어난 거, 뭔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생산적인 해야겠다. 그런 본전 심리가 든다. 오늘도 일어난 김에 남은 몇 분 책을 더 읽어야겠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hiCrc1ds79Oed2u2DhI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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