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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8. 2021

[교육] 본질에 집중하라 #2_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오랜 기간 반복하다 보면 맹목적으로 당연한 일들이 생기곤 한다. 으레 하던 일이라 의심할 여지없이 지속하는 일들이 그렇다. 가령 위험한 무기를 다루는 군인에게 필요했던 강력하게 필요한 규율은 내무 부조리가 되어 이유를 알 수 없는 문화를 만들어 내곤 한다. 학교 선후배 혹은 직장 선후배 간에 있는 의미를 상실한 군기 문화나 학교나 군대의 부조리가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목적 전도 현상들이 많다. 이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학교가 달성해야 할 본래의 목적을 잃은 것 같다고 저자 '고도 유이치'는 말한다. 그는 고지 마치 중학교 교장으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폐지나 고정 담임제 폐지, 숙제 폐지 등 우리가 듣기에도 파격적인 학교 개혁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바로 '본래의 목적'인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본질을 잃어버린 채 무의미한 반복만 남은 것들을 마주하곤 한다.

 영어 단어 100번씩 쓰기나 문제집 2장 풀어오기 등 본래 목적과 전혀 상관없이 과정의 동작이 그저 목적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전도현상을 마주하곤 한다. 학원을 가는 아이의 목적은 '점수 향상'에 있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목적은 '사회에 나가서 더 잘 살기 위해'다. 학교는 의미 없는 숙제와 규율을 지키도록 강요하고 잘하는 이와 못하는 이를 나눠 열등감과 우월감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군대의 본질은 국가나 지역의 방위나 전투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요즘 '여성 징병제' 같은 군에 대한 이슈가 한창이다. '여성 징병제'를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거나의 정치적 견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 징병'에 대한 근거로 '남자만 군대를 간다'는 형평성을 든다면 그것은 본질을 벗어는 행위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군대 조직을 이용하는 일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고 본질에서 벗어난 행위가 모여있으면 사실상 무의미한 것들이 된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사가 본질을 잃어버리면 돈을 더 벌기 위한 과잉 진료가 상식인 나라가 되어 버리고 치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경찰이 본질을 잃어버리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취업을 목적으로 경찰직을 선택한다면 경찰의 부패는 치안 불안정이 되고 만다. 군의 존재의 목적은 방위와 전투 수행의 최적화이고 경찰의 본질은 치안 유지이며 선생의 본질은 인재 양성이고 강사의 본질은 학력신장이다. 사회 전반이 본질에서 벗어나면서 세계 최강국에서 자리를 내어 놓고 망조의 역사를 걸었던 '청나라'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청나라의 주력군이던 팔기는 임관 후에 토지 소유를 받고 1년을 먹을 식량과 더불이 매월 용돈을 지급받았다. 그렇게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군 임기나 채우려는 군인들이 많아지던 청나라 군인들은 결국 교만해지고 사치가 심해지기 시작하며 안위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이로 건륭 중렵에 이르러서는 군기가 해이해져 제기능을 담당하지 못하는 지경이 왔다. 

 보고체계는 이미 본질을 상실하여 군향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된 청나라 군은 지휘관들이 사병의 수를 허위로 보고 하기 시작했고 해군 전력증강을 위해 들어가야 할 병선 축조의 수를 조작하여 그 비용을 착복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렇게 청나라는 비교적 훌륭한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군내부의 재정부족으로 군향 지급이 밀리기 시작하고 병사들은 훈련을 빠지기 일수였으며 훈련을 빠진 대신에 장사를 하거나 무기를 팔아 호구를 해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본질을 상실한 군인들이 방위를 담당하니 17세기까지 만만하게 여겼던 일본의 침략에도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지만, 본질을 잃은 건 군대뿐만 아니라, 정치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후 최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던 청나라는 영국, 프랑스, 심지어 일본과의 전쟁에서도 어김없이 지고 만다.

 외부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것은 분명하게 '군사력'이다. 내부적으로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경제력'이다. 그리고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호하고 육성하여 미래의 강력한 힘이 되는 것은 '교육'이다. 이런 교육은 반드시 '본질'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와 같은 전체주의 시대, 그것도 일본에서 사용되던 인사 방법이 한국에서 본질을 상실하고 의미 없이 반복하던 시기가 있었다. 머리의 길이는 0.6mm를 유지해야 하고 단순히 외워야 할 '암기 처리 대상'이 된 역사나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외국어 공부' 따위가 그렇다. 이 책은 결국 '교육'의 본질에 맞게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할 뿐, 엄청난 실험적인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다. 책은 꽤 얇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본질'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나의 철학과 맞닿아 교육 이외로도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본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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