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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14. 2021

[과학] 무신론 과학자가 말하는 신_신, 만들어진 위험

 'outgrow: 옷 등에 비해 몸이 너무 커져서 맞지 않게 되다' 이 책의 원제는 "Outgrowing God"이다. 우리가 성숙해짐에 따라 기존에 입던 옷이 맞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이르는 영어 단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신에 의해 '쑥쑥' 자라났고 나름의 엄청난 문명을 이뤘으나, 이제 여기서 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우리는 신을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져 있음을 이야기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아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다. 당연히 그의 책인 만큼 신앙적인 내용을 담을 리가 없다. 이 책은 '왜 신이 거짓'이며 우리는 '신'이라는 허울이 아닌 '과학이 알려주는 현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는 '성서의 진실'을, 2부에서는 '신에게서 벗어나기'에 관해 담고 있다. 앞과 뒤의 분류는 명확하다. 1부에서는 역사를 다루고 2부에서는 과학을 다룬다.

 이마트에서 우연하게 아이들과 장을 보다가 발견한 책이다. 한참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구매하지 못했다. 당시 읽어야 할 책들이 한가득이라 구매하지 못했다가 최근 아른거리는 소재의 흥미 때문에 서점으로 가서 구매한 책이다. 이 책은 스탠스를 모호하게 하지 않는다. '신은 없다.', '모두 유전자의 일이며 과학적 현상 들일뿐이다'라고 말한다. 성경을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있고 어떤 오류가 있는지 과학자의 시선에서 다룬다. 어떤 역사적,  논리적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 따지고 든다. 우리가 성경과 종교에 갖는 신성불가침을 넘어서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있을 법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의 두려운 공백 속으로 들어가는 대담한 발걸음을 해야 한다 그는 말한다. 우리 사회를 암묵적으로 지탱해주던 가상의 유대는 종교 특히 기독교에 의해 이루어져 졌다. 이에 관한 내용은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라는 '바트 어만'의 책에서 충분하게 이해했다. 우리가 기독교인이던 아니던 간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대부분은 기독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은 '친족'의 범주를 벗어난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시켜주는 공통적 매개체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써 완전한 '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독교인을 결집시키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유대적 결합은 마을이나 국가와 같이 모호하고 거대한 집단에 대한 결집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를 벗어나야 할 때가 왔다고 그는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보호해 줄 보호자로서의 능력은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부모가 더 이상 자녀의 보호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고 여겨질 시점부터 누구나 '독립'이라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신'에 의해서 충분히 성장했고 이제는 신을 놓아줄 때라고 한다. 종교인이 비종교인에 비해 선하다는 인식에도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종교가 없는 사람도 인심이 후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또한 종교가 없다고 말한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진리가 다윈 이전에도 많은 과학자들에게도 존재했을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논리 또한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과학자들도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중 명백해 보이는 것을 지적할 만한 과감한 용기가 부족했다. 2007년 영구아트무비에서 제작한 '디워'가 개봉했을 때,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배경으로 승천하는 '디워'라는 영화를 비판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진중권 교수는 디워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고 다수의 공격을 당했다. 이처럼 사회분위기상 다수와 다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언제나 저항을 초래한다. 다수에 등을 돌리는 행위에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는 분명 맞는 이야기다. 우리는 언제나 다양성을 존중하며 획일화된 사상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위기란, 꼭 다수뿐만 아니라 신의 존재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에서도 느낄 수 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조던 피터슨 교수'는 '신은 존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책에서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는 개신교도다. 그는 신이 존재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무신론이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서 작가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가 이제 outgrowing 상태라고 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 outgrowing이 아닌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도 연약한 인간으로 신의 도움이 분명 필요하다던 그의 이야기는 이 책의 저자인 도킨스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사실 꼭 종교적인 입장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신'은 우리의 필요 조거에 속한다. '신'이 사라진다면 우리를 유지시키던 사회의 근간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문제가 없음을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타나섬인 바누아투에서 '존 프룸'을 숭배하는 신앙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존 프룸은 메시아 같은 가공인물이고 타나섬 주민들은 그가 예수처럼 자신들을 살피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John from America'로 알려진 군인에서 유래했다. 사실 이 외로 종교와 신이 어떻게 우연히 인간사회에 발생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간단한 실험과 사례를 들었다. 이는 분명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다만, 우연하게 발생한 사건에 대해 규칙이 있다고 믿는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비둘기에게도 그 사건을 발생시킨 '근본 원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믿음이 생긴다. 가령 임의로 주어지는 '먹이'와 같은 보상에 우연히 왼쪽으로 돌던 비둘기가 먹이를 먹기 위해 반복적을 왼쪽으로만 도는 패턴을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내 주변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종교를 통해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시키고 사회를 살아가고 가족과 국가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장소에 가더라도 주말마다 열리는 교회를 참석하며 새로운 인맥을 쉽게 형성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받는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누구도 명백하게 말할 수 없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모태신앙 자다. 예전 그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다수의 이야기가 매우 잘 통하던 친구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나누자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가 답답해하는 경계에 부딪쳤다. 책은 나와 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혹은 신이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기에는 분명 좋은 책이다. 다만 종교인들이 보기에 다소 답답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는 예전에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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