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선이 어쩌고저쩌고, 역배열, 골든크로스, 데드크로스, 거래량, 장대음봉, 장대양봉 도지 등. 주식 용어에 빠삭하다. 이런 주식 용어를 암기하는 것은 단기 거래를 목적으로 한다. 오늘 매수해서 짧게 3일 뒤에 매도하거나 길게 3개월 뒤에 매도하는 포지션을 갖는 사람들은 호가창과 캔들의 흐름을 살핀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직업으로 갖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래야 한다. 다만 자신의 소득이 다른 부분에서 발생하고 모이는 돈을 투자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런 식은 결코 좋지 않다. 나는 전문가를 신뢰하지만 결코 전문가가 되고 싶진 않다. 주식거래만 전문으로 하는 행위를 포함해 어떤 특정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일은 현재까지는 꽤 좋은 수입 직군이었음에도 앞으로는 굉장한 리스크를 가진 집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본업과 부업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공유경제의 발전으로 물품 소유의 개념이 소유에서 대여로 바뀌었다.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대여해서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저렴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조금 주춤한 이 사회는 앞으로 그 규모를 역행하지 않을 것이다. 자차 하나 없는 우버가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되고 호텔 하나 없는 에어비앤비가 최대 회사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소유의 개념을 벗어나고 있다. 이것은 직업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플랫폼으로 규정되는 산업에는 플랫폼 노동이 발생한다.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의 어플로 음식을 시켜 먹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노동법에 보호되지 않는 배달원들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의 산업이 4차 산업으로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노동법'의 보호를 벗어난 자영업과 노동자의 중간 경계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대게 독립적이면서 구속되어 있는 모순된 지위의 중간에 서 있다. '의사, 약사, 변호사'들의 지시 공유 또한 특정 계층의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고 있다. 네이버에서 하고 있는 '엑스퍼트(Expert)'서비스를 이용하면 큰돈을 들여 법률 서비스를 들을 필요 없이 5천 원, 1만 원으로 법률상담을 들을 수도 있다. 시대에는 분명한 하나의 노선이 아닌 불분명한 다수의 노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의 명함은 다양하다.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작가'로 불리고 있고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지 않음에도 영어에 관한 강의를 한다.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역사, 인문학 관련 인플루언서로 등록되어 있다. 이는 다양한 독서로 충분히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단일 산업이 아닌 복수 산업의 융합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우리가 발전해 오던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더 이상 발전의 희망을 볼 수 없기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만 기존 산업을 온라인과 융합하는 산업의 구조 변화를 이끄는 미국만이 겨우 커다란 규모의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존에 있던 산업을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투자자가 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다. 전문 투자자는 투자만을 전문으로 한다. 그 분야에 최상위층까지 실력발위를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비전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 최상위가 아니란 것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한 분야로 내몰아 갈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로 확장시켜야 한다.
'작가'와 '투자'는 반드시 직업으로 선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 읽었던 '공간의 미래'라는 책은 건축가 유현준 님의 글이다. 그의 직업은 작가는 아니지만 벌써 수 권의 책을 내고 있다. 또한 방송 출연과 강연을 함께 한다. 그는 방송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또한 강연 가도 아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튜버들 또한 본업을 가지고 있다. 본업 뒤에서 글을 써서 작가가 되기도 하고 유튜브 활동을 하기도 하며, 방송 출연과 사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본업에서 충실이 일정 금액의 소득을 발생시키고 그밖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의 확장을 통해 또 다른 수입을 발생시키는 것을 택해야 한다. 매시간과 매분을 분봉, 일봉을 보며 급등주의 타이밍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주가의 상승은 시장에 맡기고 스스로는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한다. 투자란 것은 그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푼돈을 밀어 넣어 그 회사의 발전에 홀짝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년 25%씩 성장해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전문가가 하는 역할은 한 분야에 대한 깊이가 깊어 개인이 그 분야에 대한 이해가 힘들 때 미리 학습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오프라인 속에 갇혀있던 지식인과 기득권의 지식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올라와 저렴하거나 무료의 상태로 널브러져 있다. 우리가 말하는 '빅데이터'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총합하여 알맞은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전문가의 지식은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빅데이터로 분류되어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미래에는 '노동'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종신고용의 고용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는 전문가의 역할이 전문가의 전유물이었을 때나 가능했던 1980년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에나 가능했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복잡한 전문지식이 필요했고 그것을 독점했던 소수가 돈을 벌었다. 인터넷에는 지방 강사보다 훨씬 뛰어난 강사들의 강의가 공짜로 돌아다니고 있고 실용음악학원에서 들을 법한 가창력 높이는 법들이 공짜 동영상 속에 있으며 명문대 교수의 강의도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역할은 이제 얻기 어려운 정보를 얻어 독점지위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경제력을 잃어버린 저렴한 정보를 언제든지 이용하는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 명함은 많을수록 좋다. '뭐하는 사람이지?'는 예전에나 통용되던 말이다. 지금은 '지식 큐레이터', '방송인', '연예인', '크리에이터' 등 정체가 모호한 사람 인플루언서들의 시대다. 한 분야의 최고는 정말 최고들에게 넘겨주고 얼치기식의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진 영향력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성공하는 사회가 됐다. 우리 아이의 장래희망 '의사, 작가, 변호사, 교사'의 틀을 벗어나 '인플루언서'처럼 명확하지 않지만 크고 넓은 범위를 아우를 수 있고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이용하여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