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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흥미롭지만 2% 아쉬운_청부살인, 하고 있습니

by 오인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설의 주인공 도미자와 미쓰루는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 한다. 그가 갖고 있는 은밀한 부업은 '청부 살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650만 엔, 즉 6500만 원에 살인 의뢰를 받으며 의뢰 후 일 안에 판단하고 2주 안에 작업을 완료한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배경이다. 우리는 눈을 뜨고 회사를 출근하면 얄미운 상사나 부하직원이 있다. 그들에게 바득바득 이를 갈면서 하루하루를 살지만 정작 그를 '청부살인'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청부살인이란 '우리의 현실'과 괴리가 큰 비현실적 소재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검색해보면 섬뜩할 만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의도가 의심쩍은 질문들이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닌다. 그런 글은 누군가가 그저 호기심으로 적어두기에는 너무나 상세하다. 우리는 구글이나 네이버를 통해 평범한 일상의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어두운 인간 세계를 들여다 보기도 한다.


자살이나 청부살인에 관한 글들이 이처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현실세계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서 청부살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끔찍한 묘사가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주인공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얼핏 장편소설 같지만 단편소설 같기도 하다. 총 일곱 편에 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내용은 모두 독립적이다. 서점에 목적 없이 들어가면 아주 오랫동안 머무르는 편이다. 이 책을 구매할 당시에도 그랬다. 보통 목적을 갖고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구매해야 할 책이 확실한 경우는 보통 yes24 장바구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저 훑어보면서 숨은 보석을 찾는 재미가 서점을 방문하는 이유다. 고맙게도 서점의 운영은 암묵적인 어떤 규칙이 있다. 사장은 고객이 편하게 책을 훑어볼 수 있도록 무신경하거나 보이지 않고 고객은 서점에서 훑어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가급적 줄인다. 이 책은 빈손으로 나오지 않고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들고 나와야 했던 결과물이다.


소설을 읽는 일이 많지 않아 서점에서 무언가라도 들고 나와야 할 때는 반드시 소설을 들고 나오려고 노력한다. 사실 예전에는 소설을 많이 봤었는데 어쩐지 서른 이후부터는 소설을 잘 보게 되지 않는 듯하다. 무언가 꾸며낸 이야기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원래 소설을 좋아했고 재밌는 소설을 보면 하루 종일 기븐이 좋았던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꾸준하게 소설을 의무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소설류는 일본 작가의 글이 많았다. 일본 작가들의 글은 직관적이다. 문장에 은유가 적고 직관적인 편이다. 그래서 일본인이 한국인을 보면 감정적이거나 사유해야 할 문체를 많이 사용한다고 느낀다. 개인 작가들의 문체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이 차이는 공지영 작가와 츠시 히토나리 작가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보면 명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일본 남성과 한국 여성의 연애 소설인 이 소설을 읽으면 대략적인 한국어 일본어 문체의 차이가 작가의 성향 뒤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는 추리소설이 많고 재밌는 경우도 많다.


이 소설도 앞서 말한 것처럼 직관적인 해설로 쓴 글이다. 비슷한 류의 소설도 많고 특유의 일본 번역체의 느낌도 난다. 일본어 번역은 우리가 읽힐 때 쉽게 읽히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렇다. 사실 같은 설정으로 7개뿐만 아니라 더 많은 소재를 양산해 낼 수 있는 플랫폼을 소설은 갖추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약한 반전과 자극성이다. 소설은 충분히 재밌다. 다만 읽고 나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책을 조금 더 자극적이고 큰 반전을 숨기고 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킬링 타임으로 읽기는 특별히 나쁘지 않은 책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 이런 자극성이 현실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켰던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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