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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건축을 주제로 한인문학 책_공간의미래

by 오인환

건축가로 알려진 유현준 교수의 글이다. 공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건축학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작년 겨울에 '퍼시스'에서 출판한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2오피스 일상을 바꾸다'와 맥락을 같이 하는 글이다. 코로나 19가 팬데믹이 되면서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 보다 '사이버 공간'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며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건축'보다는 '코딩'에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 또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서로 경쟁구도가 아니며 그들의 산업도 제로섬이 아니다. 우리가 온라인 체류시간이 늘어남에도 분명 오프라인의 건축은 중요하다. 이 분야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바로 앞으로 우리의 사회변화에 맞는 건축양식이 생겨나야 하기 때문이다. 마당이 있는 발코니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지금으로써는 조금 허황한 'DMZ 평화 도시'까지 그가 건축을 통해 이야기하는 스펙트럼은 역사,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해 넓다.

그저 건축의 역사와 변화에 대한 서술이라면 수 장을 잃고 지루해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읽을 책이다. 이 책은 그러지 않다. 가볍게 들어가는 예시들만 보더라도 유현준 작가의 내공이 보인다. 그는 또한 현 정권이 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쓴다.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공감이 된다. 그는 임대 주택자의 확대를 보고 소작농을 길러내는 정책이며 정부가 지주가 되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부분을 보면 정치적인 사안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사실 학문이나 과학, 공학의 분야는 정치와 연결되어선 안 된다고 보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이나 국가는 모두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영국과의 세금 문제가 결국 독립의 물고 가 되어 결국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그렇고 춥고 척박한 환경 때문에 유목생활을 하며 빠른 기동력을 가져야 했던 몽골제국이 그랬으며, 대륙문화와의 고립으로 항상 문명의 후방에 속해 있었지만 결국 외부 침입에 자유로워 세계적인 제국의 팽창을 했던 영국과 일본이 그랬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위기의 순간이 없었더라면 이순신이라는 명장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혹은 코로나 위기에 더 큰 경제적 위기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코로나가 분명 우리 국민과 국가에 큰 위기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를 기회로 활용하자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도시화율이 90%가 넘는 전 세계 3개국 중 하나이며 홍콩과 싱가포르가 도시국가라는 점을 생각하자면 유일한 국가이며 국민 인구 5,000만의 거대 경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울니ㅏ라의 긴터넷 보급률은 95.9%로 전 세계 평균인 58.8%를 크게 웃돌고 모바일 인터넷 속도 또한 압도적인 1위다 심지어 5G 시대에 사물인터넷, 4차 산업혁명 시대 초고속 대용량 통신이 요구되는 이때, 가장 유리한 고지에 대한민국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산업인 4차 산업 시대의 원자재 격인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좁은 밀도에 큰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기술이고 그것은 지금의 우리 국토와 문화에도 분명 존재하는 부분이다. 그린벨트가 서울 외곽을 둘러싸 매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도심화가 더욱 밀집되어 발전할 수 있었으며 이런 것 또한 매우 유리하게 적용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가 가볍게 제시하는 여러 가지 내용은 꽤 설득력 있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참 신선하고 좋았다. 학교 체육시간에 꼭 학교에서 수업 일수를 채우는 것이 아닌 '등산'을 했다는 서류를 제출하면 일수를 인정해주는 제도 혹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만 타지방으로 내려가 다른 지방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도 수업일수를 인정해 주자는 주장도 흥미롭다. 책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내용을 모두 기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 이 책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주말에 시간을 내면 하루에 완독 할 수 있는 양이다. 적지 않은 사진이 충분하게 들어가 지루할 틈도 없고 이해도 쉽다. 비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사람을 상대하는 공간에 대해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망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코로나 19라는 위협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클럽을 다니기도 하고, 신앙인들은 종교에 다니기도 하며 이달 제주 관광객은 100만 명을 돌파하며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의 공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신과 혁신을 통해 더 알맞게 진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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