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보인간이 알파고를 만들기까지...

by 오인환

인간은 창조의 능력이 없다. 오직 모방만이 가능하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항상 중요하게 다루었던 것은 새로 배워야 할 정보를 그저 머릿속에 단순 반복으로 심어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완벽하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렇게 훌륭한 업적을 탄생시킨 것은 창조가 아니다. 그 또한 모방이다. 인간이 돌을 깨어 날카로운 돌을 주워 쓰던 구석기를 끝내고 신석기로 넘어가던 시기, 인간은 지그 마치 79만 년 동안 돌을 갈면 날카로워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연히 누군가가 발견한 돌을 갈면 날카로워진다는 사실 하나를 모방했을 것이다. 그리고 8000년 동안 '청동'의 존재도 모르고 살아갔다. 엄청난 우연을 답습하고 답습하던 인간은 실수를 통해 혹은 우연을 통해 얻은 결과 값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남들이 했던 시행착오들 중 그나마 실패와 성공의 데이터를 조금 더 많이 들고 있던 집단 혹은 개인이 '청동기'를 개발했을 테고, 자그마치 6000년 동안 철기의 존재도 모르던 인간은 기존의 모델에 다른 형태를 형태를 붙이고 조합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겨우 철기시대로 넘어간다.

철기를 접하고 문명사회를 이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은 1200년이 지나서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500년 뒤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게 되었고, 200년 뒤에 상대성이론을 확인했다. 그리고 50년 뒤에 인류를 달로 보냈고, 25년이 지나 컴퓨터가 나오고 다시 15년 뒤에 최초의 스마트폰이 나왔다. 그리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인간의 지적능력을 위협하는 존재를 발견해 냈다. 인간의 문명이 이토록 탄력을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적능력은 '복리'가 효과를 갖는다. 최초에 우연하게 발현한 1이라는 사건과 다음에 발생하는 우연을 붙여 두 가지를 가지고 교합하는 것이다. 인간의 유일한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가 태어났다고 해도 구석기시대에 갑자기 핵폭탄을 개발할 만한 지능을 가진 인류는 탄생하지 못했다. 우리는 기존의 재료를 가지고 겨우 붙여보는 식으로 진보해 가는 방식으로 문명을 발달시켜왔다. 그건 문명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없었다면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은 떠오를 수 없었다. 갑자기 빈 도화지에 번뜩이듯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에 있던 것들을 하지고 새로운 것을 떠올리며 문명을 발생시켜왔다. 그리고 문명에 도움이 되는 천재들은 역시나 기존의 것들을 꾸준하게 접해야 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천재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모두 '독서'를 최고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지 못한다. 지금 것 경험해 왔던 사실들이나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과거의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붙여야 할 재료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최초 한 기둥에 여러 가지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를 가지면 열매가 당연히 많아지게 된다. 두 개의 가지에 열리는 열매의 수보다, 10개의 가지에 열리는 열매의 수가 훨씬 많다. 지식도 그렇다.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사람은 이미 붙일 수 있는 재료를 많이 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미 구석기 69만 년 동안 겨우 발견해 냈던 엄청난 지식을 단 수 시간 만에 알 수 있게 되었다.

최초 1이라는 재료를 얻는 데는 굉장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1이 발견되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이 2가 되고 2는 4가 되고 4는 16이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은 1과 1, 그리고 다시 1이 합쳐지는 단리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단순하게 14번의 과정을 반복한다고 쳐도 단리는 14일뿐이지만 복리의 계산으로는 무려 16,384에 달한다. 돈이나 지식을 포함해 대부분의 것들은 기존 것에 붙이는 것으로 복리효과를 낼 수 있다. 서점을 들렸다. 아이들은 장난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만, 나오면서는 책을 두 권 골랐다. 서점에 들어가면 특유의 책 냄새가 휘몰아 온다. 어렸을 때 느꼈던 냄새는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날 것이다. 어렸을 적 맡았던 냄새가 성인이 되어 추억이 된다면, 아이들은 다시 성인이 되어 장소를 방문했을 때, 향수를 자극받을 것이다. 서점이 마음 편한 곳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에도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오늘은 비가 몹시 내렸다. 쌀쌀하니 자동차 시트의 열선을 켜 두어 따뜻하게 해 놓고 아이를 재웠다. 저벅저벅 비가 내리가 바람이 부는 날은 이렇게 차에 있을 때, 세상으로 보호받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쌕쌕하고 코를 고는 소리가 적당히 분위기 있었다. 뒷자리로 넘어가 다리를 뻗고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두 시간 내내 책을 읽었다. 도통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낮잠을 자는 잠깐의 시간과 잠드는 시간에 겨우 짬을 내어 독서를 한다. 읽고 있는 책은 오늘 독후감을 작성했던 '돈 버는 법'이라는 책이다. 사실 메모를 하면서 읽고 싶었던 책이었으나 아이들이 깰까 봐 그냥 읽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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