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독후감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해 자연은 항상 정돈된 상태에서 무질서 상태로 나아간다. 우주의 무질서는 꾸준하게 증가한다. 인위적인 의지를 부여하지 않는한, 만물은 흐트려지고 무질서하게 된다. 정돈에서 무질서로 나아가는 모습은 인류의 성장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최초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각자의 개성대로 역사를 갖고 성장해 나간다. 동양과 서양이 자리잡은 지리적 차이에 의해 동양은 강수량이 많고 서양은 강수량이 비교적 적은 곳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간다. 강수량이 적은 서양에서는 밀농사를 짓고 강수량이 많은 동양에서는 논농사를 짓는다. 집단적 거대 공사를 비교적 많이 필요로 하는 벼농사는 인간의 심리에 '관계 우선'이라는 프로그램을 심어 넣었다. 개인이 직접 농작하고 수확이 가능한 밀농사는 '개인 우선'이라는 프로그램을 심어 넣는다. 인간의 심리 속에 심어져 있는 것들은 성향이 된다.
외부적 문화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많은 강수량으로 지반이 약한 동양의 건축물은 가벼워야 했고 목재를 재료로 사용했다. 강수량이 적은 서양의 건축물은 단단한 지반 위에 단단한 재료를 쌓아 만들었다. 동양은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건축양식을 취하고 서양은 벽을 기반으로 지붕을 얹게 된다. 벽을 기반으로한 서양은 창문을 크게 내기 어렵다. 창문이 작으니,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풍경은 중요치 않았다. 반면 동양은 기둥으로 지붕을 얹은 형태이기에 창이 크고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 보는 시간이 많고 바깥 풍경이 중요해졌다. 같은 씨앗을 어디에 심었는지의 지리적 차이는 시간과 역사가 흐르며 점차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철저하게 분리 된 지리역 역사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섞인다. 동양은 서양의 문화와 건축양식을 받아들이고 서양은 동양의 문화와 건축양식을 받아들인다. 현재에 와서는 동서양이 모두 같은 모양의 철재 콘크리트 구조의 빌딩 숲을 살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해 구분되던 두 문화가 서로 융합하며 무질서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새로운 생각이란 '창조'가 아니라, '모방'과 '융합'에 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을 때, 우리는 '개척'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인간의 본능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처럼 무질서하게 뻗어나간다. 완전하게 비어있는 공간으로 확장하고자하는 본능이 사실은 우주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샘이다. 최근 지상의 모든 공간을 촘촘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간은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는 시도를 해 가고 있다. 스페이스X창업자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0년 10월 16일 국제화성학회에서 2024년이 되면 먼저 무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26개월마다 화성 발사가 가능한 행성 궤도 문제만 없다면 3년 안에 다시 화성 우주선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끊임 없이 새로운 '빈 공간'을 향해 무질서하게 뻗어나간다.
우주공간에 대한 욕심 이외로 우리 인간이 확장해가는 공간은 '사이버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우주탐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을 해 나가고 있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500년 뒤, 그 새로운 공간의 역사가 인류 최강대국을 만들어냈던 것 우리는 지난 수 십 년 전 최초의 어설픈 온라인 공간을 개척했다. 지금에서는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등 새로 창조된 거대 온라인 대륙에 정착해가며 이 곳의 거주 문화와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중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프로그래밍은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 현대 건축물과 같이 짜임새 있게 짜여 있다. 이런 건축물이 세워지기 위해선 제일 먼저 그 지반이 있어야 한다. 건축물이 들어서기 위한 최적의 지반을 생산해내는 것이 진짜 '신대륙'의 의미다. 이런 지반과 토양은 현대 사이버공간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반도체'와 '그래픽 처리 장치'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던 탐사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의 작은 환경적 요소가 인간의 심리와 문화 그리고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 처럼, 사이버 공간의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그 공간의 문화와 거주민들의 심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한민국 코스피 순위순서. 1.삼성전자(반도체) 2.SK하이닉스(반도체), 3.Naver(IT), 4.카카오(IT) 5.삼성바이오로직스(BT) 6.LG화학(배터리) 7.삼성SDI(배터리) 8.현대차(전기차) 9.셀트리온(BT) 10. 기아(전기차). 어떻게 이 땅에 이런 기회가 열렸는지 아이러니 할 만큼 변화하는 기회에 대한민국은 보기 좋게 올라 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신항로와 대륙을 발견하며 패권국의 지위를 얻었다. 그 뒤로 영국과 프랑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며 패권국의 지위를 얻어갔다. 새로운 공간을 먼저 확장한 이들이 다음 시대의 패권을 이어가는 인류의 역사를 보자면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잘 순항하고 있는 샘이다. 이 것은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있지만, 유럽과 비교했을 때, 이는 확실히 다르다. 프랑스 파리증시 1위 LVMH는 명품 소비재, 2위 로레알은 화장품 소비재를, 생산해 낸다. 그외 10위 내로 절반 이상이 식품과 명품, 화장품을 만들어내는 소비재를 만드는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영국 또한 1위사 HSBC홀딩스는 금융을 2위는 제약, 3위와 4위는 에너지를 비롯해 하부로 갈수록 필수소비재 위주다. 역사의 패권이 미국과 동아시아 쪽으로 기울어가는 것이 명확해지는 시기에 우리는 현명한 관찰자이자 투자자로써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인문학에 관한 책이며 역사에 관한 책이다. 근래 읽었던 책 중 당연히 손꼽을 만큼 좋은 책이라고 확신한다. 유현준 작가는 건축사이지만 뛰어난 작가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또한 뛰어난 사람이다. 아마 그의 책을 신임하고 묻고 따지지 않고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