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여러 방식으로 해석하는 책들이 많지만 총균쇠는 내가 가장 공감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사피엔스, 코스모스와 더불어 영어 원서와 전자책까지 총 4권 씩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됐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는 차이가 있는가?'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40년만에 일본은 세계 2번째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50년만에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된다. 비슷한 위도의 국가들이 부유한 국가가 된 것은 여러가지 정치적, 문화적, 역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인간문명의 발전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자연과 동일 시 바라보는 것이다.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 아래 아주 작은 부속물일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면 피해를 줄인지 예방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풍이 오면 대비를 할 지언정 태풍의 진로를 바꿀 수는 없다.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자면 맞춰지지 않던 여러 퍼즐들은 일순간에 맞춰진다. 총균쇠는 이 모든 퍼즐을 다 구비해 놓은 독서가들의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책이다. 세상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들의 집합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사소한 일에도 필연적 이유가 있다.
지구는 가운데가 볼록한 구의 형태다. 위도에 따라 태양과의 거리가 다르다. 지구는 23.5도로 약간 기울어져 공전한다. 이 이유로 사계절이 생겨나고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의 차가 발생한다. 이런 계절과 기온의 차이는 재배 작물의 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가축할 동물의 종에도 영향을 준다. 어떤 지역은 야생동물의 가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다시 어떤 지역은 재배 작물의 확대로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됐다. 농사와 동식물생산이 용이한 환경적 구조는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의 차이와 '문명'의 차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같은 위도의 문명 간에 활발한 교류는 필연적이다. 남과 북으로는 같은 거리를 오르고 내려가면 좌우로 움직일 때와 다르게 기온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남과 북으로의 교류는 다른 교류에 참여하기 힘들고 고립하기 쉽상이다. 아쉽게도 지구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대륙은 다르게 태어났다. 남과 북으로 이루어진 대륙이 있고 동과 서로 뻗은 대륙도 있다. 남과 북의 방향으로 뻗은 대륙은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와 남북아메리카가 있다. 이 대륙은 동일한 위도에서 동물이나 식물을 교환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사람의 이동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을 부양하던 다른 위도의 가축과 농산물 또한 위도를 바꾸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런 지리적인 이유는 인구의 차를 발생시켰다. 높은 인구 밀도는 기술혁신이 일어난다. 또한 유라시아와 같이 길게 대륙으로 뻗은 연결고리에서는 이동이 쉽지만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보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의 경우에는 커다란 대양이 가로막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라시아의 같은 위도에 있는 문명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문화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간이지만 현재 강대국이라는 G7이 모두 같은 위도에 머물러 있는 걸 보자면 21세기에도 우리는 아직 지리적 이점을 극복하지 못한 자연의 부속물일 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그 근본을 원시적인 곳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근본은 지리와 기온 등 자연적인 부분에서 찾아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를 극복한 사례는 수도 없이 찾아 볼 수 있지만 순리를 따르는 것과 따르지 않는 것은 그 에너지가 분명하게 다르다.
동남아시아의 경제부국 싱가포르를 수출차 방문했던 적이 있다. 이곳은 분명 엄청난 경제 강국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말 못할 장애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공항에 내리면 싱가포르 시내로 바로 연결된 지하철이 있다. 공항을 내리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도시 안으로 들어갈 때는 몰랐던 내용을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깨닫게 됐다. 동남아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싱가폴 국가 전체는 에어콘 가동률이 상상을 초월한다. 도시 전체의 건물이 냉방 중으로 건물을 벗어나면 덥고 습하여 활동하기 힘들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다시 서늘해지기 쉽상이다. 적도에 위치한 도시국가가 지역적 장애를 극복하고자 불필요한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다. 겨울에 에어컨을 장사하거나 여름에 히터를 판매하는 일 또한 불가능이라고 할 순 없으나 더 많은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 일이다. 순리를 극복하는 일은 자칫 영웅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그닥 영리한 방법은 아니다.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보다는 강물을 이용하여 더 멀리 힘들이지 않고 떠내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누군가가 어떤 사업으로 성공을 했는지, 혹은 누구가가 어떤 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군가가 만난 환경이 그를 쉽게 그 방향으로 이끌었을 지도 모른다. 제주에 있는 사람은 제주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해야하고, 서울에 사는 사람은 서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해야 한다. 요즘 대세에 따른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환경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위도에 있는 농작물을 재배하겠다고 커다란 모험을 하는 것과도 같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한라산을 올라가다 보면 해발높이에 따라 자생하는 생물과 생태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저절로 자라나는 것들이 있다면 그 환경은 천혜의 자원이 된다. 모든 것은 순리에 거스르지 않되, 순리가 이끄는 방향에 탄력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