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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은 어떻게 조용하게 움직이나

중국의조용한침공 독후감

by 오인환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여 43가지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관영 언론에 표적이 되고 격렬한 불매 운동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다수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중국은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도 경제카드를 꺼내들었다.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작가인 류사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베이징은 노르웨이 연어 수입량을 크게 줄였다. 또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여 희토류를 무기화 하기도 하였는데 2010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한 일도 있다. 사실상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이런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여러차례 성공하기도 했다. 무역과 경제는 정치와 구분해야한다는 일반적인 국제규범이 중국에 의해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경우를 수차례 보며 중공에 대한 불신이 다른 나라로 확대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5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대 중국 대응 협력을 이야기하며 언급한 D10 역시 이런 국제 질서에 반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민주주의 10개국이 협력하자는 뜻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 일 법한 이런 난데없는 이념분쟁은 중국의 잘 통제된 사회가 성공하면서부터 본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소련이나 여타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을 국제무대로 잘 이끌어 성장시켜준다면 민주주의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미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을 바라보는 이런 긍정적인 시선으로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민이 충분한 소득이 발생하면 자유에 대한 갈망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는 미국의 긍정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시대는 사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바뀌어갔다. 바로 기술의 발전이 그렇다. 조지오웰의 1984를 읽어보면 오늘의 중국이 떠오른다. 철저한 통제 사회는 현재 기술의 도움을 받고 완벽에 다가가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 소설 속 빅브라더는 현재 AI와 빅데이터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안면인식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은 AI와 CCTV를 결합하여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통제는 일당독제 국가의 국가 전략에 브레이크가 없도록 도와준다. 중국이 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 중 가장 규모가 있는 사업을 꼽자면 아마 일대일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명분으로 보자면 21세기 실크로드를 만들고 전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물류이동의 혁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이웃 국가에 대한 내정간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시절 중국인이 주인인 아파트에 살았다. 20층 가까운 고층 아파트였는데, 소유주가 중국인이었다. 이 아파트는 '중국인 아파트'라고 아무도 부르지 않았지만, 명백하게 중국인 소유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아파트 프론트의 안내자와 매니저 아파트 속 편의점 직원과 숙박인들 거의 대다수가 중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아파트에 대한 구인공고는 현지 구인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 밖에 해외에서 일을 구하다보면 중국인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잘 형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인들끼리의 커뮤니티에 외국인이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나는 우연한 기회에 중국인들의 모임에 몇 차례 초대되어 가본적이 있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가족'과 같은 느낌으로 서로를 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리 한민족이라고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인들의 단합을 보자면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아마 독재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감정이 '애국'과 '민족'과 같은 '전체주의사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소리를 내는 누군가에 대해 사회적 지탄을 주고 국가와 전체가 옳다는 방향으로 일관성있게 움직이기 위한 세뇌와 선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중국이 엄청난 성장 후 중국이 세계로부터 걷어들인 부는 다시 대학과 정치, 기업에까지 들어가 그 사회에 작은 '중국 커뮤니티'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중국커뮤니티는 외국에 본적을 두고 있지만, 전체주의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 전체주의의 상위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게 커다란 함정이다. 최근 엄청나게 큰 중국 기업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기업이 정리되고 또한 내실 좋은 기업에 정책적으로 위기를 주어 그것을 중국 정부가 구제해주면서 중국의 사기업들을 하나 둘씩, 중국 정부 산하 기관처럼 두려고 한다. 이런 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국가 중 하나는 호주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2016년 부터 점차 균열이 생기더니 2020년 호주가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조사를 정밀히 해야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얼어 붙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쇠소기를 수입규제하고 보리와 와인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렇듯 중국의 보복과 위협에도 호주는 맞불로 중국이 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제동이 될만한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책은 클라이브 해밀턴이라는 호주 찰스스터트대학 교수의 글이다. 그의 글은 당연히 호주를 촛점으로 맞춰져 있으며 호주에 중국의 자본과 영향력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보이지 않도록 서서히 자본과 문화를 통해 접근하는 조용한 중국의 침공에 대해 그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주를 다녀 온 사람들은 안다. 호주에는 너무 많은 중국인들과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 타임스는 이를 보며 호주는 중국이 조종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중국 헝다 그룹의 파산관련 이슈가 추석을 전후로 흘러나오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여 급한 불을 껐다지만 중국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언발에 오줌누기일 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대형 재벌 그룹에까지 거침없는 모습을 보며 중국공산당의 무서움과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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