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옹이라는 새가 있다. 현재는 객체수가 많이 줄어 희귀종에 속한다. 몸 길이는 91cm로 거위와 비슷한데, 날개를 펴면 길이가 3~4미터가 넘는다. 일본에서는 이 새를 '아호도리'라고 불렀다. 뜻은 '바보새'라는 뜻이다. 워낙 큰 날개 탓에 걸어 다닐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날개가 질질 끌려 다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가와도 폭풍우가 와도 피신하지 않고 바보처럼 맞서고 있는다. 이를 새를 잡는 일은 몹시 쉽다. 한 번 날려면 무척이나 애를 먹기 때문에 사람이 잡으러 가도 뒤뚱뒤뚱 도망갈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바보같은 새는 바보로의 삶을 사는 듯 하지만, 바람 좋은 어느 날, 기회를 잡고 이륙하면 두 달 안에 지구를 한 바퀴나 돌 수 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땅을 밟지 않고 날 수 있을 정도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골이 깊을 수록 산이 높고 젊을수록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세상의 분배는 그렇게 이뤄져 있다. 흔히 말하는 음양의 조화는 서로 물고 물리며 섞이지만 대립되있고 대립되어 있지만 함께 하고 있다. 땅에서는 바보 같은 새지만 하늘을 날면 그 어떤 비행체보다 오래 난다. 프레디 머큐리는 영국에서 멸시를 당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는 이후 엄청나게 많은 히트를 하는 가수가 된다.
보이는 모습 뒤에는 상상도 못할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어린시절 학교에서 사용하던 색종이에는 양면의 색깔이 달랐다. 파란색 색종이를 뒤집어 보면 빨간색이 있었다. 이 색종이를 책상 위에 놓고 바라보면 그 뒷면을 결코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색종이의 뒷면이 색종이가 아닌 건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스스로든 타인의 시선이든을 떠나 갖고 있는 완전한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병원에서 받은 마지막 약을 털어 먹었다. 정말 까무러치도록 앓아 누워 본게 언제만 인지 모르겠다. 약을 먹고 잠시 돌아오는 짧은 재정신에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재빨리 쓰러진다. 사람의 몸이 참 희안하다. 아프기 전에는 아프다는 게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몸만 건강하면 다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짐을 한다. 정말 숨만 쉬어도 아프고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 약과 물을 먹지 못할 정도로 오한이 왔을 때,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병중에 있는 감정과 일상에 대해 조용 조용 문장화해본다. 왠지 나중에 보기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손가락 뼈마디까지 뚫어오는 추위감 때문에 몸이 좀 낫거든 하기로 다짐한다. 몸이 낫고나니 별로 아플 때 기억을 더듬어 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사람은 아플 수도 있고 건강할 수도 있다. 비가 올 수도 있고 맑을 수도 있다.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이렇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멈춰진 세상이 오롯한 현재이자, 미래이고, 과거이기도 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바보새는 땅 위에서는 뒤뚱 뒤뚱 바보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만 비행만 시작하면 하루에 800km를 날아가고 한 번의 비행으로 16,000km 이상을 비행한다. 지구의 둘레가 40,120km이니, 앞서 말한대로 두 달이면 지구 한바퀴를 돌 수 있다. 바보같음 뒤에는 위대함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위대함 뒤에는 바보 같음이 있을 수 있다. 단 한번의 제대로 된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김연아 선수는 하루 8시간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연습했다. 마치 천재처럼 보이던 옆 자리 우등생 녀석의 공부 비법은 그저 바보 같이 묵묵하게 같은 글을 읽고 또 읽고, 풀고 또 풀었을 뿐이다. 근력을 키워 멋지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아무런 생산적이지 않은 행동을 반복해야한다. 그저 무겁기 위해 존재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렸다가 놔두기를 반복하는 바보 같음이 위대함을 만든 것이다. 세상에 위대함으로만 뭉쳐져 있는 결정체는 존재할 수 없다. 혹 쉬어 갔다면, 그 다음 발걸음은 쉬기 전보다 더 빨라 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