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 살면서 몇 번이나 입에 담아봤을 법한 단어일까. '열역학 법칙'이라는 말은. 우리는 원리를 모르지만 현상을 아는 것들을 겪는다. 엔트로피가 어떤 원리로 이뤄 지는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고 상대성 이론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떤 천재 누군가가 그렇다고 정의한 나와는 상관 없는 원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전기인덕션을 사용하며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명언들을 새겨듣는다. '아인슈타인은 왜 냉장고를 만들었을까.' 다소 괴짜같고 유치한 제목임에도 그 속은 우리가 몰라도 편하게 쓰는 다수의 것들에 대한 원리가 13명의 과학 영웅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열역학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과학 상식은 이야기를 거들고 빛나게 해주는 조미료 역할이다. 이 책의 흐름은 '사람'과 '사람'이다. 근래에 읽었던 책 중, 이처럼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얼제였을까 싶을 만큼 재미있다. 원자단위의 미시세계에서 시작한 원리를 이용하여 상대성 이론과 같은 거시세계로 뻗어나가고 '데이터'와 같이 현실과 디지털 세계로까지 미치는 '열역학'이란 무엇이길래, 여러 과학자들은 그것을 추정하고 비판하고 추종하고 비판하길 반복했나.
"열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질문이다. 석탄으로 물을 끓여 증기를 이용해 동력을 만들던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열효율이나 연비에 대한 관념이 없던 시기, 그들은 소모되는 에너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불과 몇 백 년 전에 일어난 이런 증기기관의 발달에 누군가는 시대를 앞서는 고민을 했다. 현상이 아니라 원리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어째서 탄소 덩어리로 되어 있는 석탄을 연소시키면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가. 그냥 그런가보다 싶어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은 본질을 좀 더 연구했다. 낭비되는 에너지에 대해 고심하는 이들은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대해 고민하고 더 큰 에너지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세상의 원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으로 우주 만물을 설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따지고 보자면 진리란 엔트로피 만큼 단순한 것 인지도 모른다. 질서에서 무질서하게 무한대로 나아가는 법칙은 참으로 단순하지만 우리 인류는 이런 법칙에 이름을 정하기까지 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쉽게 사용하는 냉장고의 원리가 사실은 우주를 구성하는 진리라는 사실을 책의 제목은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실제로 위험한 냉매를 사용하던 냉장고로 인하여 사고를 당한 베를린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받아 조금 더 완성적인 냉장고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재능을 조금 더 세상에 긍정적으로 쓰이기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중학교 과학시간이면 배우는 이런 과학 법칙을 심오하게 고민하던 이들은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이 고민하고 평생에 걸쳐 증명한 이런 지식들을 너무나 쉽게 공짜로 중학교에서 배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그것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 책의 포인트는 '과학 지식'이 아니다. 사실상 꽤 많은 부분을 '사람'에 두고 있다. 사랑과 죽음, 좌절과 질병, 고통 등 우리 모두가 평생 겪는 다양한 인생의 종류를 비슷하게 겪는 천재 과학자들의 삶 속에서 열역학은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는 단순한 원리는 '비가역성'으로 정의된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고 엎질러진 물이 다시 컵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쏘여진 화살이 한 쪽 방면으로만 가야 하는 원리를 에너지의 분산 방향의 규칙에서 찾았다. 여기에는 맥스웰부터 아인슈타인, 제임스 줄, 사디 카르노, 윌리엄 톤슨, 헤르판 폰 헬름홀츠,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루트비히 볼츠만, 에미 뇌터, 클로드 섀넌, 앨런 튜닝, 제이콥 베케슈타인, 스티브 호킹 등이 거론된다. 그들은 선배 과학자가 쌓아놓은 과학 업적을 받고 더 발전시키고 다시 후배 과학자에게 넘긴다. 넘겨 받은 과학자는 다시 좀 더 진보적인 발전을 이뤄 다음 과학자들에게 넘긴다.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경쟁을 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하고 그들 중의 일부 생각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과' 출신인 내가 '열'과 '냉장고'라는 간단한 키워드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열역학과 기타 거시세계, 미시세계를 훑어보게 된다. 분명 과학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지만, 정말 잘짜여 있는 장편 소설을 완독한 느낌이다. 코스모스라는 거시세계를 바탕으로 여러 인문학을 소개했던 명저 '코스모스'의 정반대인 '미시세계를 바탕으로한 설정으로 충분히 대적해 볼 만큼 재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