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독후감
어쩌다보니 어른이다. '어른'이 갖고 있는 무게가 감도 잡히지 않았는데 벌써 어른이다. 이제 곧 서른을 맞이하는 초보 어른이라는 작가의 글이다. 어딘가 나와 닮고 어딘가 조금 다르지만, 자세히 떠올려보면 나의 기억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여러 글들이 모여있다.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살았는지, 왜 하지 못했는지, 왜 했는지, 나조차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쌓여가며 실수투성이 어른이 되었다. 남녀가 평등해야하고, 국적이 평등해야하고, 인종이 평등해야 하는데, 국가는 어른들만 할 수 있다는 불평등한 세상을 만들었다. 마음껏 술도 먹고, 누구에게나 존대어를 받고, 운전도 할 수 있는 어른이 언제나 되고 싶었다. 마음껏 내 시간을 내 멋대로 사용하고, 내 돈을 내 멋대로 쓰며, 내 선택을 멋대로 해도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얻은 '스물이 되던 해'가 생각이 난다. 어른들처럼 자동차를 몰 수 있는 자격증을 받는 친구를 보면 '어른'스러워 보였고 편하게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피고 저녁에는 술 약속으로 늦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른이구나"를 생각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자유'를 한 없이 부러워 했다.
산처럼 커보이던 어른들의 모습과 뭐든 정답을 알고 있을 법한 그들의 말에 오류를 보게 된다. 내가 알던 어른들이 종종 틀린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정답을 알고 있던 이들이었는데, 점차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하는 실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가끔있고 당연한 걸, 알지 못하는 무지함도 눈에 보인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의 어른들의 실수들이 너무 잘보인다. 꽉막히고 답답하고 어설픈 그들에게 날이 가면서 꾸준하게 실망한다. 산과 같던 어른은 언제부턴가 오래 된 것이 되버린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음에 실망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 불만이 생기고 그들의 행동에 못마땅함이 생긴다. 그들의 말보다 나의 말이 더 맞다는 생각이 커져가면서 나는 그들 만큼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되다보니, 이래 저래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윗보다는 조금 더 똑똑하고, 아래보다는 조금 더 많이 경험한 어른이 됐다. 위에서 실망할수록, 아래가 답답할수록, 내가 맞다는 신념들이 쌓여간다. 위는 틀리다고 말하고, 아래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게 벌써 서른 중반까지 순식간에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종종 실수를 하며 아래로부터 신용을 까먹고, 신념이 커져가면서 위로부터 신용을 잃는다. 아래에게 나의 실수를 들킬수록, 더 강하게 나의 신념을 내세운다. 경험해보지 못한 이에게, 경험해 본 이로써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옳다는 신념 뿐이다. 그렇게 아래로는 건방지고 위로는 꼰대같은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되보니 생각보다 그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하던 실수를 어른이 되서도 똑같이 반복한다. 열 아홉이나 스물이나 해로치면 1년 차이고 달로 쳐도 1달이고, 일로 쳐도 하루인데, 사상은 얇은 실선을 하나 그어놓고 나보고 어른이 되었다고 했다. 준비없이 되어버린 어른에 몇 번의 시행착오를 하다보니, 벌써 여기까지 와버린 것 같다. 내가 바라보던 어른들도 그러겠다 싶다. 얼핏 항상 몇 시에서 몇 시까지 항상 함께 하던 친구녀석들의 행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그들의 진도는 얼마나 나갔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 챌 새도 없이, '요즘 일은 잘되가냐?', '아이들은 어때?' 같은 시덥잖은 질문에, '그냥 그렇지 뭐'라는 정해진 대답을 서로, 너한 번, 나 한 번 주고 받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맞이한다. 그의 어른으로써의 진도를 확인해 볼 겨를도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간다. 길게 만나도 수 시간을 함께 하며 겉도는 이야기나 하다가 수 개월 뒤 다시 만나서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고 헤어진다. 내 또래, 이제 막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은 어떤 경험을 쌓고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궁금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어쭙잖은 어른의 이야기, 스물이 넘어서며 어른의 딱지를 달고 사회라는 곳으로 막 흩어져 나갔던 어린 시절 친구, 후배, 선배의 이야기다.
그냥 평범한 기록이다. 내가 매일 거울을 보며 하는 생각이다. 어제에 일어나도 일어날 법한 일들이고, 언젠가 잃어버렸다가 찾은 일기장이라고 해도, '그렇구나'하고 말 이야기다. 여기에는 그런 것들이 적혀있다. 그런데 역시나 남의 일기이지만, 내 일기를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