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에게 '지옥행'을 선고 받는 사람들.
종교, 언론, 경찰, 사회, 사람. 그저 화려한 CG를 자랑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드라마 '지옥'은 생각보다 메시지가 강했다. 오늘 작정하고 정주행하기로 하여 아침부터 내리 6편을 봤다. 신의 심판으로 여겨지던 여러 일들과 인간의 죄책감, 두려움, 탐욕 등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반드시 의미를 부여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관통하면서 최근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넷플릭스가 선보인 '지옥'은 다시 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쉽게 말해서 때려부수고, '화려하고, 멋있고, 재밌고' 의 기준을 벗어나 우리나라 관객들은 항상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는 습성이 강하다. 장면과 장면에 감독의 의도하지 않았던 의미까지 찾아내며 영화와 드라마의 재미를 찾아내는 관객은 이처럼 세계로도 인정을 받았다. '의미'를 찾아야 하는 직성의 풀리는 우리나라 관객의 특성은 어쩌면 '다음을 읽고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르시오.'라는 매우 익숙한 질문으로 훈련된 까닥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한 문학이 여러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자신들만의 생각과 의미를 온라인으로 적어두곤 했다. 나 또한 지금 그러하다.
북미를 이미 섭렵한 넷플릭스가 더 큰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용했던 '한류'는 성공적이었다. 전세계 인구 중 아시아의 인구는 68%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외하고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아시아 시장은 정체된 넷플릭스의 북미 시장점유율을 돌파할 새로운 개척지였다. 북미와 유럽과 같은 비슷한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대륙과 다르게 아시아는 종교와 문화, 가치관이 서로 엄격하게 다르다. 그들을 관통할 단 하나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주목한 것은 '한류'다. 문화와 종교, 사회를 막론하고 이미 아시아에 자리잡고 있던 '한국'을 아시아의 '문화컨텐츠 중심'으로 설정하면서 꽤 오랜기간 넷플릭스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국에 지원했다. 항간에는 이용만 당하고 대박이 난 이후에 성과급 지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를 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소득으로 연결되는 어떤 지급을 떠나 우리는 엄청난 문화 컨텐츠를 넷플릭스라는 미디어의 힘을 통해 공짜로 수출했다. 할리웃 영화를 보며 그들의 외모를 동경하고 그들의 제스처와 옷, 언어를 동경하던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차세대 문화수출국이 됐다. 감자튀김에 햄버거를 덮썩 먹는 장면과 고급스럽게 스테이크를 먹던 백인들을 흉내내며 우리나라 깊숙히 들어왔던 문화의 잠재적 파급력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뻗어 나감을 느꼈다.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에 올라가면서 꽤 좋은 성과를 이뤘다. 드라마를 볼만하면 몰입을 방해한다고 욕하던 BBQ의 황금올리브는 정말이지, 드라마 중간마다 난데없이 등장했다. 이 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소개되면서 우리는 국내 기업 브랜드의 홍보를 전세계로 하는 효과도 얻은 샘이다. 극 몰입이 너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의 PPL은 순작용이 있기도 하다. 이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지옥은 있을 수 없는, 하지만 있을 법한, 혹은 있어왔던 이야기들을 한 편의 드라마로 생산해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내가 찾은 의미는 이렇다. "Shit Happens" 영어 속어로 쓰이는 이 표현은 네이버 영어 사전을 통해 검색했을 때 이렇게 나온다. "개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받아들여야지 별 수 없다는 뜻)" 그렇다. '죽음', '이혼', '질병', '사고', '고통' 등...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나 일어나야 하는 것들은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런 것들이 '지옥'과 '천벌', '하늘의 계시' 등으로 해석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애를 쓴다. 더 나쁜 놈들이 잘사는 세상에서 내가 겪은 지옥의 경험이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사실은 그 의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극에서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지진과 같이 그저 불규칙적으로 적용되는 자연현상...' 그렇다. . '죽음', '이혼', '질병', '사고', '고통' 등은 당신이 지은 죄로 지옥불에 떨어져 고통속에서 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니다. 이것은 그냥 임의로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다. 규칙도, 기존도 없다. 착한 일을 하면 천국행을, 나쁜 일을 하면 지옥행을 간다는 단순한 이중 논리를 벗어나, 진정한 '신앙인'은 사실 지옥과 천국이 현실에 모두 존재하며 이곳이 지옥이고 이곳이 천국이며 과거에서 자유롭고, 미래에서 해방된다. 이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할 것 없이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하늘나라에 천국과 지옥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김학철 목사(연세대 신학교수) 님의 영상을 봤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에 SF영화보다 더 허무맹랑한 성경의 내용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불신지옥 예수천국'과 같이 맹신이 되어버린 현재 종교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한다.
넷플릭스 '지옥'에 대해 어떤 배경 지식없이 그냥 봤다. 볼때마다, 놀랍게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 님들이 많이 등장했다. 유아인, 박정민, 양익준 등. 예민한 종교, 언론, 사회에 관한 내용을 이처럼 예민한 '한국'에서 과감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또 넷플릭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과도한 PPL로 국내 제작 드라마에 대해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제작되어 수축되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문화판로를 통해 제조된 물건과 기타 상품들까지 모두 해외에서 좋은 홍보가 되기를 간절하게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