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자연스러움이란..._아이들과 사려니숲

by 오인환

인생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인생은 불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인생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디즈니만화를 보면 주인공은 언제나 악당을 물리친다. 악당이 물러서면 꼬여 있던 모든 것이 풀린다. 드라마는 심하게 꼬여 있던 모든 문제가 마지막화가 되면 '술~술~' 속시원하게 풀린다. 주인공을 미워하던 악역이 갑자기 주인공을 좋아한다.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 해결되지 않던 수많은 문제는 난데없이 풀린다. 영화는 '기. 승. 전'이 '결'을 향해 모아진다. 소설 또한 작가가 첫 줄을 시작하며 정해 놓은 해답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간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가 정답지를 먼저 확인하고 나면 술술 풀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답이 되기 위해서 풀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문제는 답을 위해 존재한 듯 느껴진다. 그렇지만 미디어를 통해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렇지 않다. 흔히 우리가 악당이라고 여기는 '이완용'은 3.1운동이 일어나고 다음해 백작보다 높은 '후작'으로 승급했다. 또한 그는 죽기 전까지 3000평 짜리 집 옥인동에 살았다. 그가 죽은 이후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50명의 장례위원 참석 하에 휘황찬란한 깃발이 함께한 장례가 치뤄졌다. 이때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 이때 몰린 인파는 고종황제 사후 최대 인파였다.

인생은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태어나보면 부모에 의해 '계급'이 정해지는 사회를 우리 인간은 수 천 년을 지속했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뒤로부터 '빈자'와 부자'는 보통 나면서 결정됐다. '열심히' 혹은 '노력'하면 무언가가 이뤄져야 하는 환상은 '디즈니 만화'를 보며 '악역'은 언제나 패배할 것이라고 믿는 순수함과 다를바 없다. 원래 인생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이것은 태어나보니 '남자'이고, 태어나보니 '여자'이며, 태어나보니 '미국인'이고, 태어나보니 '소말리아인'이라는 사실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만, 그것은 반드시 존재한다.

인생은 불완전하다. 원래 인간의 삶과 죽음에서 '완전한 것'은 '죽음' 밖에 없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자연은 원래 무질서하게 변해간다. 사실 그렇게보자면 가장 무질서한 상태가 가장 완전한 상태다. 잉크 한 방울을 깨끗한 물에 떨어뜨리면 물 전체가 서서히 파랗게 바뀐다. 물 한 잔에 떨어진 잉크 한방울은 점차 퍼져나가 하나가 되지만, 이미 물이 퍼져 있는 잉크물을 아무리 그냥 둔다고 잉크와 물로 나눠지지 않는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고 구분되는 것은 자연 법칙에 어긋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돌과 풀은 질서없이 자라고 죽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걷지도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점차 완전을 향해 가지만 결국 다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돌아간다. 삐걱거리며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며 균형을 잡아가는 추라고 볼 지언정 정확히 균형을 잡고 살아가진 않는다.

인생은 불안전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외부의 적, 스트레스, 사회구조 등이 산재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언제라도 그것에 의해 안전을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언제라도 위협을 하고 있고 사회구조는 언제든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사실은 받아들어야 한다. 인생은 불완전하고, 불안전하며, 불공평하다. 만약 세상이 안전하고, 완전하며, 공평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반드시 모순에 부딪칠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인 것들을 받아들여야 그 다음이 조금 더 편해지는 사실들이 있다. 인생은 '정답'과 '행복'이라는 답을 향해 전진하지 않는다. 아주 불규칙적이고 무질서하게 상황과 현상은 이어지고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이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점이 었으며,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시점에는 오류가 되기도 한다. 태어나보니 인도의 시골에서 태어났다면 사실과 현실을 부정할 것만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 주어진 문제가 해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태어나보니 갖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합리화 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스러움이란 '권선징악'의 이야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악당이 때로는 더 잘 살 수도 있고, 인생은 불공평하며, 원래 삶이란 불안전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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