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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Nov 26. 2021

[계발] 아무것도 안하는 법_생각끄기연습


 중심을 잘 잡는 법을 알려준다. 아주 완벽하게 적용된다. 틀림없이 효과가 있을 것이며 이미 효과를 봤다. 방법은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다. 왼쪽에 치우쳐 있던 이가 틀림없이 겪었던 자기계발 방법에 절반은 철저하게 공감했고 나머지 절반은 오히려 쓰레기 같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앞선 중심 잡는 법에 실망한 어떤 이는 앞선 방법에 반대하며 다시 주장한다. 중심을 잡는 방법은 왼쪽으로 가는 것이다. 다시 이 방법은 어떤 이는 공감했고, 어떤 이는 공감하지 못했다. 자기계발이란 그렇다. "20대 XXX에 미쳐라.", "30대 XXX에 미쳐라", "40대 XXX에 미쳐라"와 같은 책들과 "20대에 꼭 알아야 할 XXX", "30대에 꼭 알아야 할 XXX", "40대에 꼭 알아야 할 XXX".


 세상에는 미쳐야하고, 꼭 알아야 하며, 도전해야하고, 열정에 타올라야 하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다신 못할 것 같은 조급함과 작가만큼 타오르지 못한 나의 열정에 열등감을 느끼며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란, 앞서나간 누군가의 뒷모습을 쫒아 지친 몸을 움직이는 것 뿐이다. 세상은 지치지도 않는지 무조건 영혼까지 소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모든걸 싹 다 불태워 연료로 소모시켜 재까지 타버릴 만큼이 된 지금에서는 "XXX 해도 괜찮아", "괜찮아. XXXX", "XXX 괜찮아"가 유행이다. (나의 첫번째 책이 '앞으로 더 잘될거야', 두 번 째 책이 '촌스러워도 괜찮아'인데, 내용에 적용된다.)



 사람들은 뼈골수까지의 열정을 뽑아다 연료로 소모했다가, 방전되면 위로받고 나를 제쳐 나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열등감을 쌓는다. '번아웃' 상태가 어느정도 회복이 됐다 싶으면 다시 소진된 골수를 넘어 골수세포에서의 에너지까지 끌어다 전진해 나간다. 겨우 따라잡았다 싶을 때 쯤에는 다시 방전되어 "XXX 해도 괜찮아"를 찾아 읽는다. 마치 피자, 햄버거, 콜라, 치킨을 원 없이 먹고, 다이어트 식품과 약을 먹는 것처럼 극단과 극단으로 나아간다. 어떤 때는 +100으로 가다가, 어떤 때에는 -80으로 간다. 지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20으로 꾸준히 가지 못하고 극단과 극단을 오가며 타오르고 방전되기를 지속한다. "생각끄기연습"은 일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더 타오르라!"고 말하지도 않고 "괜찮아"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 중간과 중간에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의 틈을 주는 것으로 앞으로 전력으로 달려갔다가, 뒤로 전력으로 달려가는 일을 멈추라고 말한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산다. 정말 물리적으로 어떻게 안 될 것 같은 시간을 쌓고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약 신이 실수로 당신의 하루에 24시간이 아니라 23시간 50분을 줬다면 당신은 그것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이 남들보다 불공평하게 부여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할 것이다.



 물건을 사고나면, 우리는 주어진 거스름돈을 받고 대략 수를 세어본다. 소매, 유통업의 경험이 있는 나는 사람들간의 일에는 실수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틈 사이에 누구든 실수를 한다. 정말 100% 확신했던 나의 기억은 CCTV에 의해 잘못됐었다는 것을 확인해서야 인정하게 된다. 8천원의 거스름돈을 받아야 할 때, 7천 원의 거스름돈을 받았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떨까? 내게 주어진 시간이 24시간인지 혹여나 정말 그 24시간을 제대로 활용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없다. 하루종일 시계를 보며 24시간이 지나가는 자국을 모두 확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만약 신의 실수로 나의 10분을 앗아갔다면 우리는 분명 그 사실도 모르고 어제와 오늘 하루를 살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합리화를 해 볼 수 있다.


 '신이 실수로 나의 하루에 10분을 앗아갔다.' 


미친 척하고 10분 간 아무것도 하지말아라. 지난 생각도 하지말고, 앞선 걱정도 하지말아. 계획도 세우지말고 아무것도 하지말아. 창문을 바라보면 그냥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나 나뭇가지를 보며 "와 예쁘구나" 정도만 생각하라. 하루 중 단 10분만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천치가 되어 멍청하게 있는 그대로 있어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갖지도 말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순서도 생각하지 마라.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아닌 것은 네덜란드어로 닉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동사형 어미 '-en'를 붙여 '아무것도 하지 않다'인 '닉슨'을 하라. 생각을 꺼버리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게으른 것이 아니다. '해야 하는데...'하면서 하지 않는 것과 그냥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하루 10분, 1분, 5분 짧은 틈과 틈을 이용하여 닉센을 하고 적당히 갈길을 걸어가라. 20대라고 해도, 30대라고 해도, 40대라고 해도, 그 어딘가에 미치지 말고, 모든 걸 소진되어 만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아'라는 위로를 받지도 말고, 들판의 무소처럼 묵묵하게 갈길을 가라. 100으로 달릴 필요도 없이 그냥 20으로 걸어가라. 닉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틈을 가지라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도 하지 말고 유튜브도 하지말고 그저 방바닥 무늬를 바라보거나 앉아 있는 소파의 촉감을 느끼거나 따뜻한 볕의 온도를 느끼는 등의 것을 놔두고는 그냥 머리와 일과를 비워 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루종일 멍때리라는 것과는 다르다. 철저하게 시간을 관리하고 '닉센'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철저하게 닉센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무식하게 돌아가는 CPU는 멈출줄 모르고 방전된다. 철저하게 이를 매일마다 챙겨먹는 비타민처럼 철저하게 시간관리를 통해 매일마다의 쉼을 챙겨야한다. 행복해야한다는 강박도 버리고 무언가를 이뤄낸다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냥 비워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조차 배워서 해야하는 오늘날 우리 바쁜 현대인을 위한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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