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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Nov 27. 2021

[소설] 괴이하지만 흥미롭고 재밌는 추리소설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독후감

 역시 일본 추리 소설은 재밌다. 간결한 문체에 독특한 설정, 기이한 소재. 일본 추리 소설만 풍길 수 있는 분위기로 소설은 진행된다. 우연하게 주인공 '시치사와'는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칼을 구매하게 된다. 그는 대학생이자 아마추어 영화감독으로 있으면서 이 칼을 영화의 소품으로 이용한다. 단, 이 칼은 단순한 칼이 아니다. 이 칼은 생명을 죽일 수 있어도 정확히 4시 32분 6초가 되면 그 생명은 되살아난다. 되살아난 살해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살해 될 때의 혈흔을 비롯한 모든 흔적은 말끔하게 사라진다. 살해자가 없는 살인 사건은 과연 위법일까. 끔찍하지만 현실성 있는 시체를 촬영하기 위해 주인공 '시치사와'는 이 칼을 통해 영상을 만든다.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여주인공은 '시치사와'의 친구다. 그녀는 주인공의 영상 촬영을 돕는다. 주인공과 그녀는 소설의 전개에서 총 두 편의 영화를 찍는다. 첫 번 째 영화에는 죽은 동물의 시체가 나온다. 이 동물의 시체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떤지 영화를 감상하던 관객 수 명이 영화에 대해 경찰 신고를 한다. 그리고 소설은 점점 극을 향해 움직인다.

 드디어 드디어 경찰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두 번 째 촬영에서는 동물이 아닌 사람이 죽는 영화다. 영화는 끔찍하고 잔혹해야 했다. 어차피 아무리 잔혹하고 끔찍하게 살해를 한다고 한들, 살해자는 죽지 않을 것이며 기억을 잃을 것이다. 살해자가 없는 살인은 점차 죄책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설명한 소설의 전개는 소설 초반부다. 더 극적이고 재미난 설정은 중반과 후반으로 닿으며 더 생긴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이 공존했다. 과연 '법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 물론 소설의 설정이자 일본이라는 다른 국가의 법률이겠지만, 살인자가 없는 살인은 살인법으로 처벌되기 어려웠다. 또한 살인 미수도 적용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살해자가 살해하는 동기에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다.' 가 이유다. 물론 대한민국 현행법상 이 문제를 따지고 들자면 아마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소설은 '데스노트'와 굉장히 닮아 있다. 죽음을 이용하는 자와 '법'과 '정의'를 이름으로 그를 찾아내는 자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이 소설은 '데스노트'를 오마주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소설의 설정은 다소 유치하고 황당하다. 아마 이 것을 영화화 한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B급 감성 충만'한 명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빠른 전개를 위해 다소 엉성한 설정을 심고 출발하지만 소설은 굉장한 속도감을 갖고 있다. 정확하게 되살아는 시간인 '4시 32분 6초'에 가까워지는 긴박감을 소설은 '글'을 통해 구현했다. 마치 째깍 째깍하고 흘러가는 초짐에 심장이 두근거리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활자로 들여다 보는 듯 했다. 이 소설은 아마 2시간 내지 3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일본 추리 소설의 대부분이 그렇듯, 몰입도가 굉장하다. 끊지 않고 한 번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빠르게 완독하고 작가인 '모리카와 토모키'를 찾아봤다. 그는 1984년 카가와 현에서 출생하여 쿄토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고 한다. 소설의 엉성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학 연구과 물리학 전공으로 석사를 받았다. 그는 일본 명문의 교토대에서 추리소설 연구회를 다녔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많은 작품을 출간했는데, 아직 내가 읽어 본 작품은 없다. 20대에 일본 소설에 심취하여,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설을 즐겨 읽었었는데, 그런 까닭에 일본의 번역체가 주는 단조로운 느낌이 참 좋다. 워낙 뒷 부분에 반전이 많은 소설이라 너무 많은 내용을 적어두면 스포가 되기 때문에 소설에 관한 내용을 더 적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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