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Nov 25. 2021

[생각]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믿어도 좋을 이유

 항체는 영어로 antibody라고 한다. 몸을 뜻하는 body,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anti-'가 붙으며 만들어진다. 즉, 몸으로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물질이다. 항체는 바이러스, 세균 등이 신체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기 위해 혈액에서 만들어진다. 단백질에 탄수화물이 결합된 형태로, 이 항체에는 어떤 물질과 반응한다. 이 물질을 항원이라고 한다. 항체가 항원에 반응할 때는 아주 정교하게 결합된다. 레고에서 같은 모양의 블럭이 딱 들어 맞는 것과 같다. 이처럼 항원과 항체가 결합되는 것을 면역반응이라고 한다. 질병에 걸린 누군가의 병원균(항원)이 들어와 질병의 항체를 생성하게 되면, 질병의 원인이었던 항원을 소멸시킨다. 이런 반응을 세포는 기억해 둔다. 그러다가 다음 번에 같은 병원균의 침입을 저지시킨다. 마치 테트리스에서 복잡한 블록과 블록이 완벽한 한 줄을 쌓고나면 모난 결합해야 할 모난 모양이 사라지는 것처럼 +와 -가 들어 맞으며 0으로 중화된다. 우리가 맞는 백신 또한 이런 간단한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은 과연 어떤 모양의 블록을 갖고 있을까. 넓게는 300개로 나눌 수 있지만,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A항원의 모양, B항원의 모양이 대표적이다. 어떤 적혈구는 A항원의 모양을 갖고 있고, 어떤 적혈구는 B항원의 모양을 갖고 있다. 마치 하나의 자물쇠에 하나의 꼭 맞는 열쇠가 있듯, 각자의 적혈구 입체구조(자물쇠)에는 거기에 꼭 맞는 입체 구조(열쇠)가 있기 마련인데, 이 둘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되면 혈액은 결합구조가 맞아서 서로 굳어(응고)버린다. 그래서 A 항원에는 B항체가, B 항원에는 A항체가 있게 된다. 이 말을 다시 하면 A와 B의 혈액이 서로 섞이면 응고 되어 버리니, 적혈구의 표면모양이 같지 않은 피끼리 섞이면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이를 기준으로 사람에게는 A, B의 혈액형태가 존재하게 되고, 항체 A와 B를 모두 가진 형태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형태가 생긴다. 따라서 항체 A만 있는 A형, B만 있는 B형, A와 B가 모두 있는 AB형, 아무것도 없는 O형이 생기는 샘이다. 이런 이유로 수혈시에는 O형은 누구에게나 수혈 할 수 있지만 나머지 혈액형은 서로 다른 항체를 가진 이들에게 수혈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적혈구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로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구분 짓는 것은 애초에 굉장히 바보같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 유형을 믿는 것은 반드시 나쁘다고 해서도 안된다. 

"A형은 소심하거나 세심하고, B형은 이기적이거나 개성있고, O형은 활동적이지만 외로움을 잘타고, AB형은 차갑지만 분석적이다."

 이론적으로는 터무니 없고 O형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이 혈액형 성격에 이처럼 내가 긍정적인 이유는 내가 O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따지고보자면 더 재밌는 이유도 있다. 사실 혈액형 성격유형이 우생학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출발점이 불순하다. 그럼에도 혈액형 성격유형은 중요한 순기능도 하고 있다. 

 혹시 자신의 'M뒤로 이어지는 숫자 8자리의 여권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들마다 알고 있으면 중요한 번호와 유형들이 존재한다. 흔히 우리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그렇고 카드비밀번호가 그렇다. 그 중 사람들이 잊지 않아야 하는 것들 중 혈액형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여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즉각적으로 혈액을 인지하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중요한 수술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혈액 타입이 맞지 않아 수혈하고 혈액이 응고되어 사망해버리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란 말인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런 이유로 서로 서로를 위해 자신의 혈액 타입을 알아야 좋다. 갑작스러운 전쟁 상황이나 자연피해를 통한 부상자가 생겼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위해서 혈액타입을 암기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원래 문자가 없는 시기, 후손들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흥미'를 심어주는 스토리텔링이었다. 곰을 숭배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부족의 전쟁에서 곰의 부족이 승리한 것을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람들은,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경쟁을 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5천 년 뒤에도 중요한 것을 잊지 않게 했다.

 우리는 혈액에 관한 공통적인 관심사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빠르게 친해진다. 원래 자연의 세계에서 '사회성'이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가족 단위의 어떤 개체들이 더 큰 집단으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선 서로 같은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외국에서 만나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금방 친해지는 것처럼, 처음 보거나 외국에 살거나, 다른 성별이거나 할 것 없이 모르는 누군가와의 공통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 빠른 친화성을 만들어준다. 모르는 누군가와 가볍게 혈액형 이야기를 하고 공통적인 관심사를 나누는 것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 과학적이냐, 그렇지 않냐를 떠나 다른 순기능의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혀 상관 없다라는 믿음이 모두에게 생겨서 그 누구도 혈액형에 관심이 사라진 세상보다는 적당히 거짓임을 알면서도 서로 웃으며 사교를 할 수 있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적정선에서 유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인문] 언어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