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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Nov 25. 2021

[인문] 언어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독후감


 모든 것은 연결에 있다. 식탁 위에 있는 닭고기는 내가 아니고 손가락에 붙어 있는 손톱은 '나'인 이유는 무엇인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쓰레기통에 가야 할 대상이고 모근으로 이어져 있는 머리카락에는 영양제를 넣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은 연결에 있다. 기억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직접 겪고 보지 않은 것은 나의 내면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자아'와 같이 '나'를 결정하는 영적인 관념은 '기억'으로 대부분 결정된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나'를 인지하고, 직접 연관된 일과 '나'와 상관없는 일을 구분하여 받아들이는 정도를 달리한다. 그리고 받아들여진 정보는 다시 또 '나'가 되어 나의 내면에서 '나'와 함께한다. 학창시절, 하루 몇 개 씩 외워야 하는 영어 단어를 받아들면 대부분 줄줄 무식하게 외우려고 한다. 난데없이 굴러들어 온 정보들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나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내가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이미 '나'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 서양 속담을 증명하기 위해 버지니아 대학 컴퓨터학과 학생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유명 배우와 자신이 몇 단계 만에 연결되는지를 알려주었다. 대부분의 버지니아 대학생들은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30만 명의 배우들과 이 게임을 돌렸고, 대부분은 6단계를 넘지 않았으며 평균적으로 3~4단계가 되면 거의 연결이 되었다.



  미국의 네브라스카의 296명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보스턴의 누군가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평균 5단계를 통해 소포를 전달하였고 미국 중서부에서 동부까지의 2067km가 떨어진 곳에서도 여섯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였다는 점을 증명하게 된다. 특별한 실험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맞이하는 현실에서도 그렇다. 중국 우한 수산시장의 노점상이 콧속에 있던 바이러스는 단순히 비말감염을 통해 감염되지만 수 개월 만에 전세계를 한 바퀴 돌고도 남았다. 이것은 이야기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와 사물, 지식 등이 모든 것은 나와 세세하고 촘촘하게 연결되고도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가라오케'라는 말은 일본에서 가짜를 뜻하는 '가라'와 오케스트라가 합쳐진 일본 신조어다. 혹여 이처럼 문화와 언어는 서로 섞고 섞이며 이미 나의 의식과 무의식 어딘가에 쌓여 있다. 네덜란드를 뜻하는 (Dutch)가 사실은 독일(Deutschland)를 명명하게 하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상업 패권 다툼에서의 영국의 열등감이 네덜란드를 무시하기 위해 '저 놈들은 같이 먹고도 제것만 계산하고 나갈 놈들이다.!'를 시작으로 더치페이(dutch pay)가 된 것처럼 사실 우리가 새로 받아 들이려고 하는 대부분의 지식과 상식, 언어들은 모두 알고 있거나 들어 본 적 있거나, 건너 건너 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상식, 지식, 어원, 인문학 등이 모두 나와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다면, 새로운 정보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닭고기가 아니라 나의 손톱처럼 나의 일부가 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손톱을 보고 낯설어하거나 잊어버리거나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은 없다. 모든 것은 연결이다. 사실 나 또한 영어와 일본어, 한자를 공부했을 때, 혹은 책을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보게 되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어떤 부분이 연결되어 있는가.' 엄청나게 많은 단계도 아니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생들이 이미 시뮬레이션 했던 것처럼 평균적으로 3~4회, 아주 많아도 6회 안에 그것은 이미 나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주 새로운 사실을 얻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떠올리는 부분이 조금 더 수월하다. 사실상 독서의 장점은 이런 이미 숨어져 있는 지식을 다시 상기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미켈란젤로는 거친 대리석을 멋진 조각상으로 조각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어떻게 이처럼 멋진 조각을 만들었습니까?".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대답했다. "저는 거친 대리석 속에 천사를 보았고, 그저 불필요한 돌조각을 떼어 줬을 뿐입니다." 이미 모든 것은 완전하다.



 기억을 담당하는 뇌는 어느 부분이고, 어떤 구조를 통해 이뤄져 있으며 해마가 어떻고, 측두엽이 어떻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시냅스로 연결된 모든 뇌세포는 이미 손가락 끝에 있는 세포와도 연결되어있고 외부로는 3~6단계의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문화, 역사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상 우리 모두는 연결을 통해 완전한 상태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교육이다. Educate의 어원 자체도 E(밖으로) duc(이끌다)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 뿐만아니라 여러 문화를 통해 그 뿌리와 이야기를 알고 파생되는 단어를 알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조금 극적인 연출을 위해 각색되거나 극단적인 의견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아는 것'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호기심'과 '흥미'는 충족의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겠지만, 책을 통해 흥미와 호기심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초 인문학서는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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