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어나면서 정해진 것들에 의해 정해지는 것
7월 4일생 독후감
"너는 네가 7월 4일에 태어난 줄 알지? 아니야, 너는 실제로 5월 26일에 태어났어. 바로 너희 할아버지의 기일이지, ... 너는 저주받은 아이야"
술에 절어버린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고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와 불우한 환경.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긋나게 되는 학창시절과 인간관계. 사실 그 모든 것은 태어나면서 정해진 것들에 의해 정해지고 말았다. 영화 '똥파리'를 보면 지독하게 불우한 삶들이 연출된다. 본 소설 또한 그렇다. 수려한 필력으로 170쪽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소설이지만 한 편의 잘 만든 독립영화를 본 느낌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어둡다. 어떤 것들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대부분 납득 가능한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생기며 많은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전까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람과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어린시절 나의 실제 가정사는 무척 평범했다. 성실하시고 가정적인 아버지와 현명하고 강직한 어머니, 유머러스한 동생. 어린시절부터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면, 항상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이라는 배경을 적곤 했다. 집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풍족했고 비슷한 경제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촌에서는 부족함을 몰랐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가정환경을 가진 친구들과 섞이고 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됐다. 영화 속에서 보던 극단적으로 쉬이 풀리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갖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당시에는 그 이야기들이 꽤 공감되지 못했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을 살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보다 힘든 가정사는 흔했다.
소설을 보면 '영화 똥파리'와 '바람'이 생각이 났다. 어려운 가정사는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산꼭대기에서 굴리는 스노우볼 효과로 점차 그 사람의 작은 선택과 생각을 지배했다. 극단적인 생각과 결정의 연속,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사고를 이어가는 그의 꿈은 '소설가'였다. 조금 허약해 보이는 누군가를 그저 과시용으로 두둘켜 패고, 다시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를 증오한다. 의심하고 증오하고, 이용한다. 밝은 방향으로 여차하면 나아갈 수 있는 몇 번의 기회에도 주인공은 여지없이 자신이 색을 고수하며 바뀌지 않는다. 웃지 않고 즐기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그는 다른 누군가의 단점을 꾸준하게 찾아다닌다. 스스로 정하지 않은 태어난 날자 덕분에 어른들에게 '저주받은 아이'로 낙인 되면서 그는 행복과 사랑의 감정이 언제나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에서 평행선으로 규정되는 두 직선은 두 선 중 한 선의 각도가 1도만 안으로 달라져도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출발점일 때 아주 가깝던 두 직선도 1도만 밖으로 달라져도 수 백 광년의 거리로 멀어질수도 있다. 흔히 나비효과처럼 시작점의 조그마한 각도의 차이는 삶을 살아가면서 꾸준하게 벌어진다.
어린시절 가정환경은 꽤 중요하다. 일반화 할 수 없다는 분명함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 회장은 사람 채용시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을 주의 깊게 본다고 한다. 크고 엄청난 환경의 차이가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꾸준한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군대에서 행군을 할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별거 아닌 전투화의 무게는 출발점을 벗어나 1시간, 2시간, 3시간을 걸을 때마다 점차 무거워진다. 전투화의 물리적 무게는 달라지지 않을 지라도 시간에 따라 인간이 겪게 될 노출 빈도와 시간에 따라 그 체력의 정도가 약해지며 비록 1g의 어떤 것이라고 하더라도 1톤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이야기 꾸준하게 노출시키면 그 무게가 비록 1g이라고 하더라도 1톤의 크기로 아이의 운명을 짓누를 수 있다. 책을 보면 작가가 썼던 여러 이야기와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결국 자신가 가장 비슷한 누군가를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만난다. 표면적으로 매우 비숫한 상대지만, 유복하고 훌륭한 배경을 갖고 있는 누군가에게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느낀다. 비록 자신의 모습이지만 조금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의 비행은 과거의 어두움과 환경이 정당화 시켜 줄 수 있다고 믿던 그에게, 유복한 이의 비행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어떤 것으로 느꼈는지도 모른다.
짧은 소설이지만, 꽤 긴 내용으로 느껴졌다. 보면서 답답하고 먹먹하고 때로는 이해가 가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보는 것 같다. 이 글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아주 사소한 문장도 놓치지 않고 꾸며 놓는 문장력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욱 극으로 끌어올렸다. 배경은 어긋남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어긋남은 배경이 변명으로 작동되서는 안된다. 사랑, 연애, 우정, 진로 등 어두운 시작을 통해 삶을 바라보던 한 젊은이의 후회와 절망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다른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