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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30. 2021

[경제_재독] 강력추천하는 현대인의 필독서

반도체 제국의 미래 독후감


 2020년,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기준으로 총 236권의 책을 읽고 리뷰했다. 2021년, 총 226권의 책을 읽고 리뷰했다. 그 와중에는 역사, 경제, 인문, 철학 등 다양한 책들을 만났다. 2년 간 총 462권의 책을 완독하고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 한 권을 고를 수는 없다. 각 분야마다 좋은 책들이 있었고, 분야 중에서도 좋은 책들은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완전해졌다. 책을 읽을 때, 나쁜 책은 사실 존재하기 힘들다. 우리집 아이가 읽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훌륭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이또한 충분히 나에게 좋은 책이다. 원효대사에게 깨달음을 줬던 것은 '수많은 부처의 말씀'이 아니라, 시체 썩은 해골물이었다. 깨달을 사람은 무얼 통해서도 깨닫고, 깨닫지 못할 사람은 무얼 통해서도 깨달을 수 없다. 다만, 좋은 책으로 명확하게 꼽을 수 있는 책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반도체 제국의 미래'다. 내가 꼽는 '좋은 책'의 기준은 대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책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그것은 '인생책'이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인생 책 중 하나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지금까지 접한 많은 반도체 서적 중, 이 책은 가장 쉽게 재밌게 읽힌다. 대한민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심지어 2021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기록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서 27.5%는 반도체가 기어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반도체 이야기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굉장한 손해다. 흔히 동학개미라고 부르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하루만에 3조 원을 매도하고 다시 하루만에 3조원을 매수하기도 한다. 자신의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장기투자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장기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투자는 큰 수익을 만들지도 못한뿐더러, 사실상 산업의 기여도도 높지 못하다.



 여차하는 짧은 이슈에 많은 개인투자자의 돈이 매수와 매도를 번걸아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굉장한 돈이 투자되고 회수된다. 흔들리는 돌다리 위에 발을 살포시 대었다가 여차하면 뺄 기세로 들어가 있는 투자자금과 눈 시뻘겋게 뜨고 경계하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돈이 자그마치 3조원이다. 반도체 관련 기사도 스스로 독해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돈이 이처럼 많으니 시장변동성이 언제나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은 그것이 곧 위험자산임을 의미한다.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호재, 무한 양적완화, 코로나 지원금 명목의 헬리콥터 머니 등으로 시장 자산 가격은 무한대로 높아졌다.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보기 힘든 각도로 상승했다가 보합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도 다르지 않다. 미래에 불안한 자산들은 살짝 발을 담구고 있다가 여차하면 뺄 기세로 눈치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위치에서도 마음 편하게 투자하는 이들이 분명하게 있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투자한 종목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한다. 자신이 어디에 투자했고 그것의 산업과 미래, 과거를 모두 아는 이들은 시장에 자신의 자산을 맡겨놓고 산업이 수순대로 번창하기를 기다린다. 200만명의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삼성전자 주주 중 반도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작년 2020년 3월 다소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제목의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해당 도서 리뷰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것은 지금도 유요하다. 이것은 재독했지만 여전히 10점 만점에 10점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반도체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고 산업의 생태계가 어떤지, 그 역사와 방향에 대해 기술됐다. 여기에 정인성 작가는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어려운 용어에 대해서 이해하려 들지 말고 커다란 흐름을 훑어 보는 느낌으로 읽으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이 책을 접해야 할 수 많은 독자가 반도체관련 산업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듯 말이다. 책에 대한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정인성 작가 님은 나의 블로그를 먼저 '구독'해 주셨다. 유현준 작가 님을 비롯하여, 정인성 작가 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어, 시야를 천지개벽하게 만든 분에는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작가 님이 먼저 연락주셨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영광을 느끼는 바였다. 더군다나 2021년 개정보증판에 친필사인하여 선물로도 보내주셨다. 개인적으로 굉장한 영광이다. 다만, 그도 잠시, 개정보증판에서 다루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만 20개월만에 전에 읽었던 책을 재독하기 시작했다. 읽고 있는 책들이 많았지만 이 책이야말로 술술하고 읽혀 다시 금새 완독했다. 그리고 지난번 읽을 때와 같은 감동을 느꼈다. 마치 마법처럼 화려하게 작동하는 전자기기들은 사실상 과학과 기술의 산물이라는 사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그 밖에 미국의 마이크론 또한 일본에 10년 간 약 176조 원을 들여 시설을 확장하고 공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개정판 이전 도서의 표지에는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로 적혀있다. 개정판에는 '흔들리는 반도체 패권, 최후 승자는 누가될까'라고 적혀 있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개정보증판의 표지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변화된 세계의 정세에 맞게 같은 책이지만 다르게 읽혔다.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은 이후부터 내가 꾸준히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던 책이다. 전자책으로 읽었다는 사실이 몹시 아쉬운 책이다. 무조건 소장하고 읽어야 한다는 확신이 드는 책으로, 책에는 적지 않은 사진과 그림이 있다. 어려운 반도체의 종류를 설명하고 역사와 미래, 산업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막연하게 '신'의 영역일 것 같은 분야가 생각보다 멀지 않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도체게 들어간 여러 기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인공 뉴런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반 프로그래밍과 기계학습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다른지, 그저 그런가보다 싶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조금은 가까워진다. 세상이 나만 두고 혼자서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같은 시기에, 사실 아직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인지는 정확한 위로감을 준다. 이 책을 다시 만난 것은 행운이다. 다만, 이 책은 작가의 말처럼 어떤 회사와 어떤 주식을 살지에 대한 해답을 내려주는 책이 아니다. 전반적인 산업과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변해가는 시장상황에서도 바뀌지 않는 '반도체'를 둘러싼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0과 1의 신호는 어떻게 인간 사회와 산업을 바꾸는지, 그리고 그것이 변화시키는 개인과 국가는 어떤 부분이 있는지, 기술과 인문학이 함께 녹혀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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