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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29. 2021

[역사] 조선의 천재들을 통해 보는 '문학', '인문학

조선천재열전 독후감

 천재는 확률적으로 탄생하는 것일까. 21세기에 노벨상 수상자는 매년 절반 이상인 54.5%는 미국인이다. 20세기에도 43.7%는 미국인이었다. 성비로 따지고 보자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17배나 많이 받는다. 20세기 전 후로, 노벨상을 많이 받은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스위스, 러시아, 캐나다, 이스라엘' 10개국이 번갈아가며 순위를 다툰다. 아직 한번도 수상자를 배출해 본 적이 없는 나라도 112개국이나 된다. 이는 전세계 국가의 60%다. 인구 비율로 치자면 이 숫자는 훨씬 줄어든다. 과연, 15억 중국의 수상자는 10명 뿐이고 인도도 11명이다. 인구 871만의 스위스가 27명이나 배출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기준으로 천재를 분류할 수는 없다. 수학계 권이 있는 상인 필즈상이나 문학계의 맨부커상, 예술계, 스포츠계를 비롯해 그 범주를 아무리 확장해서도 수상자 배출국가는 순위만 달라질 뿐, 그 명단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천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이다. 천재가 탄생하여 그 국가들이 부유하고 선진적인 국가가 된 것인지, 그 국가들이 부유하고 선진적이었기 때문에 천재들이 탄생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천재들은 일부 소수 사회에서만 탄생했다. 조선은 천재가 탄생하기 적절했던 국가였을까.

 조선은 한반도에서 500년 간 존재했다. 이 기간의 인구밀도를 보자면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조선 건국 직후(1392년), 200년 뒤인 임진왜란 직후 인구는 정확히 2배(1,172만)로 늘어나 있었다. 그 뒤로 다시 200년 뒤에는 1822만에 육박했다. 비슷한 벼농사 문화권이던 동남 아시아의 인구밀도보다 10배나 많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높은 인구밀도의 국가였다. 대체로 당시 인구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말해준다. 전제국가에서 인구는 국왕이 동원할 수 있는 군병력과 동원노동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꾸준한 농업 생산력의 발달과 신분간의 식량 분배, 사회시스템이 적절하게 형성됐음을 말한다. 조선 후기, 망한 나라라는 이미지와 일본강제점령기,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역사적 경쟁력을 폄하하는 간혹있다. 대한민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건국당시 60달러였던 1인당 소득이 3만 불이 넘었다.'는 식의 문구가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전쟁 직후의 경제력을 시작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일본은 15년 만에 350%의 산업생산률을 이뤘다. 이는 극적인 비교를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보여지기도 한다. 한반도는 '지리기술제도'의 저자 '제프리 삭스'에 의하면 '행운의 위도'에 정확하게 들어 맞는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이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업 기술 발달에 수월했고, 동양과 서양 간의 기온 차가 적어 무역과 교류에 수월했음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전쟁의 폭격을 당했던 '독일, 일본, 한국'이 모두 이 행운의 위도에 속해 있다. 고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이 극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조선이 애초부터 문제가 많고 가난한 나라로 보기는 힘들다.

 조선이 천재가 길러지기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설명을 했다. 이제 조선천재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도서는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등의 천재의 삶와 재능을 기술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태어났을 때부터 엄청난 천재성을 보여 준다. 불과 대여섯살의 나이에 시를 읊거나 짓기도 하고, 총명함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들은 조선의 초기부터 중기, 후기까지 순차적으로 탄생하여 조선의 부흥을 이끌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앞서 말한 조선 천재들의 재능이 문학과 예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의 커다란 문제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천재란 '아인슈타인', '뉴턴', '스티브잡스', '마라도나', '피카소' 등이 있다. 다만, 조선의 천재들은 모두 문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정약용'처럼 실학으로 사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천재들도 존재했다. 다만 당시 '조선'이 이런 천재를 양성하고 받아들이기에 쇄약한 그릇이 되어 결국, 얼마 뒤 조선이 망했다. 책의 중점은 사실 인문적 세계다. 천재들의 인문학적 재능에 대해 촛점이 맞춰져 있다. 도서 중간에 이들의 '시'와 '일화'는 꽤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세계 여느 천채들과 다르지 않게 조선의 천재들 또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천재가 불행한 이유는 그 '재능'에 있다. 재능은 반드시 쓰여지기도 하지만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일부 재능은 사람을 스스로 고립시켜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송강 정철과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정철은 국사 시간보다, '국어'시간에 더 자주 만나는 인물이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으로 많은 수험생들을 힘들게 한 인물이다. 정철은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던 문인이다. 그는 술을 마시면 신분고저를 막론하고 면전에다 옳지 않은 부분에 대한 독설을 내뱉곤 했다. 그가 54세에 세자 책봉에 대한 문제로 왕의 미움을 받자, 선조는 정철을 '독철' 혹은 '간절'이라고 욕을 퍼붓기도 했다. 정철의 이런 성격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문화로 확인된다. 전라도의 일부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고기를 다지면서 '정철, 정철, 정철'이라고 외치기도 하니 말이다. 정약용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쾌한 성격과 긍정적인 삶의 시선' 때문이다. 고학자에 '책'으로만 확인되는 '정약용'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일 것 같지만, 실제로 꽤나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제 3자가 보기에 불행해 보이는 그의 삶에서 그는 생각보다 무탈히 견디고 살아간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천재들의 대부분의 삶은 고난하고 힘들고 괴롭다. 그들을 시기하는 이들에 대한 경계에 꾸준히 노출되고 스스로의 자만을 주의해야 했다. 자신의 재능을 펼칠 사회가 오지 않는다면, 그들의 삶은 더 고달퍼진다. 글자를 먼저 읽거나, 말이 유창하거나 그림을 잘그리거나 하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아이는 천재가 아니길'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천재는 '사회'와 '역사'를 위해 필요하나, 스스로는 참으로 고단하다. 마치 누군가가 해야할 일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이들로 보여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율곡이이'가 굉장히 인상깊다. 그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처럼 보여진다. 1581년 그가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을 때,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선조와 대신들의 댓가는 참혹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뜻을 '제갈공명'처럼 모두 이뤄보지 못하고 탄핵하여 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후 제자를 양성하는 선생이 되었다가 다시 이조판서와 판돈령부사를 지내고 49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대사동 사저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의 천재들을 통해 보는 '문학'과 '인문학', '인생'에 대한 의미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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