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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30. 2021

[필독_읽을책] 속독과 다독은 어떻게 하는가

다독가가 말하는 속독과 다독법

 '파타모르가나(Fatamorgana)'라는 현상이 있다. 저주에 걸린 유령선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정박하지 못하고 영원히 바다를 표류한다는 전설이 수 백년 동안 사람들 입과 입으로 오르고 내렸다. 난데없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배는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을 혼란스러웠다. 이 현상은 '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집트 정복을 나섰던 나폴레옹이 사막에서도 확인했다. 나폴레옹 일행은 사막을 횡단 중 눈 앞에 있던 호수가 난데없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사라진 호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머리 위에 산으로 떠 있었다. 이 현상은 귀신과 같았다. 도무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해하지 못할 관경이 수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목격됐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에게 '전설'을 만들었다.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생겼다. 이 현상을 이용하려는 자들과 이 현상에 의해 이용당하는 자가 생겼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과 별의 위치를 기록한 고대의 어떤 이들은 다음 해부터 대중들보다 먼저 '날씨와 계절'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알고 있다는 정보력은 '신출귀몰'할 대자연과 소통하는 신의 능력이었다. 신과 소통한다는 이들과 그렇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는 계급이 생겼다. '파타모르가나(Fatamorgana)와 같은 비현실적 현상을 이성의 영역으로 옮긴 것은 다름 아닌 '가스파르 몽주(Gaspard Monge)라는 프랑스의 수학자였다. 그는 산과 호수가 난데없이 뒤집어지고 배가 하늘 위에 떠있는 이런 귀신과 같은 현상에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접근했다. 그에게 이런 자연현상은 '귀신'과 '신'의 영역이 아니라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그는 이런 신기루의 과학적 원인을 공기의 온도에 따른 빛의 굴절 현상이라고 밝혔다. 

 빛은 초속 299,792,458m로 나아간다. 이런 빛의 속도는 어떤 물질을 통과할 때 마다에 조금씩 달라진다. 빛은 진공상태에서 가장 빠르고, 물과 공기, 유리와 같은 매질에는 조금 느려진다. 그러다보니 빛이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지나갈 때, 방향이 바뀌는 '굴절'현상이 일어난다. 물과 공기가 마주하는 경계 부분에서 빛의 진행방향이 바뀌민서 물체는 꺽여 보인다. 이런 굴절은 반드시 물 속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경계면에서는 이런 굴절 현상이 일어나는데, 뜨거운 공기는 밀도가 낮고 차가운 공기는 밀도가 크다. 이런 밀도의 차이는 공기 중에서도 굴절 현상을 일으켰다. 다만 공기와 물처럼 완전히 다른 매질인 경우는 그 경계에서 급격하게 굴절되는 반면 공기의 밀도와 같이 경계가 모호한 매질에서는 이런 굴절 현상이 서서히 일어나면서 추척되는 각도를 크게 만든다. 즉, 어떤 현상을 맞이할 때, 누군가에게는 '신'의 영역처럼 보이는 모종의 어떤 것은 '아직모름'의 어떤 것일 뿐, 그 원리를 알고나면 사실상 별거 아닌 경우가 많다. 엄청나게 해야 할 일들이 산적되어 있는 'CEO'들이나 학자들이 어떻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빌게이츠는 1년 평균 50권의 책을 읽는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도 70~100권의 책을 읽는다. 그들에게 책은 '신출귀몰'할 어떤 현상을 대중보다 먼저 '앎'의 영역으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했다. 다독은 속독을 만들고 속독은 다독을 만든다. 속독과 다독에 대해 굳이 정의해 보자면, 다독하면 저절로 속독할 수 있고 속독하면 저절로 다독할 수 있는 서로 물고 물리는 능력이다. 이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반복과 시간이 만들어 낸 '초능력'처럼 보이는 '신기루 현상'일 뿐이다.

 이런 글이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_23자

 다시 이런 글이 있다. <<취적이란 성문 연각승의 이승이 열반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_23자

이런 두 글자는 모두 23자 이지만 읽는 속도와 이해되는 시간은 분명 다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 번 째 문장을 접할 때, 우리는 "떡 줄~"까지만 읽고 나머지 21자에 대해서는 소리 단위로 변환하여 읽어내려가지 않는다. 그 다음 나올 나머지 글자에 대해 훑고 지나가지만 그 내용은 명확하게 알게 된다. 두 번째 문장은 불경의 용어 해석 중 차용한 글이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에 대해 소리단위로 변환하여 한자 한자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둘의 차이는 '글자수'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접했는지 빈도에 따라 속도와 이해력이 정해진다. 만약 우리는 'O'라는 글자와 '金'이라는 글자를 모두 한글자로 이해한다. 이는 글자의 횟수와 상관없이 단일의 이미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떡 줄~ '로 시작하는 속담은 무려 23자로 이뤄진 글이지만 이미 하나의 이미지 덩어리로 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그것을 이미 장기기억에 있는 저장소에서 끄집어 내어 이해한다. 다시 말해, "동해물과~"까지 읽었다면 그 뒤에 이어져 나오는 공백을 제외한 216자는 하나의 덩어리로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역사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은 사람과 두 권 읽은 사람의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누군가는 <<워털루 전투란 1815년 나폴레옹 1세가 이끈 프랑스군이 영국, 프로이센 연합군과 벨기에 남동부 워털루에서 벌인 전투로, 이 러시아 원정의 실패는 나폴레옹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라는 문장에서, 이미 '워털루 전투'의 정의를 아는 사람은 이후 이어지는 굉장히 긴 정의를 한 덩어리로 읽고 타격을 줬다는 내용 또한 어렵지 않게 습득할 것이다.

 즉, 아무리 속독에 능숙하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처음 읽은 사람은 당연히 보통사람과 책 읽는 속도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고로 다양한 분야와 주제의 책을 고루 읽은 사람일수록 다양한 분야에 대한 습득력과 이해력이 빨라지고 이는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고, 더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은 더 빠른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자숙문어'라는 말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요리에 조금만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자숙'이라는 말이 '삶았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너무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자숙문어'라는 단어를 생소한 이들에게 이 자숙이라는 말은 'luộc('삶다'의 베트남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들은 아마 크게 공감할 수도 있다. '영어가 능통하다'라는 모호한 말은 어디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이들도 '무역용어'나 'IT회사의 기술관련 용어'를 쉽게 통번역할 수 없다.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사실 우리는 매번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단어를 맞이하고 그것이 익숙할 때까지 반복적인 노출을 하게 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려운 용어를 너무 쉽게 내뱉고 그들의 책과 글이 어려운 까닭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들에게는 평상어이고 우리에게는 외계어일 뿐이다. 그렇다면 다독을 위해선, 혹은 속독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당연히 더듬더듬 오래 걸리는 최초의 1권부터 정독으로 읽어 내려가야 한다. 1이 2가 되고 2가 4가되고 4가 8, 8이 16, 32,64, 128, 256, 512, 1024처럼 복리로 넓어지는 어떤 것과 같이, 최초 하나를 접할 때의 속도는 느리더라도 그 속도는 복리적 재능을 불러와 엄청나게 빠르게 많은 책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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