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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31. 2021

[리뷰] 아쉬워하면서 끝까지 보게되는_고요의 바다


 2008년 배우 공유 님과 식사를 했다. 장담컨데,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식사 자리는 마주보고 있던 자리였다. 몇 차례 식사 후, 배우 공유 님은 내 차 뒷좌석에 탔다. 한참을 이동하고 헤어졌다. 그 뒤로도 그를 몇 차례 마주칠 일은 있었으나,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사실, 2008년 나는 강원도 철원 6사단에서 자대배치를 담당하던 보충대 운전병이었다. 그가 우리 부대로 배치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굉장히 유명했다. 신병이 부대를 배치받으면 다시 부대 내에서 중대배치까지 일정기간 머무는 곳이 있다. 그 곳에서 나는 공유 님을 일주일 정도 본 적이 있다. 함께 왔던 훈련병들은 그를 '지철이 형'이라고 불렀다. 대략 10살이 넘는 나이 차이였지만, 그는 꽤 동기들과 잘 어울리는 듯 했고 연예인으로써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기품있는 성격이었다. 동기생들은 그를 많이 따르는 듯 했다. 그와의 식사 자리는 부대 내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그와 마주한 대각선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에서 배식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도 기억난다. "와.. 키크다..", "와.. 몸  좋다..", "와.. 얼굴 작다..", "와.. 눈 크다." 얼핏 한 마디를 건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당시에도 배우 공유는 커피 프린스로 스타급 배우였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잘 다듬어지고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몇 차례 지켜보면서, 그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부대에서 간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귀동냥으로 듣게 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후로도 배우 공유를 신뢰하게 된 큰 이유들이 됐다.




 스타급 연예인이 우리부대로 왔다는 것은 부대 관리자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픈 일처럼 보였다. 팬들의 선물과 편지가 너무나 많이 오기도 했고 주말마다 부대 종교 행사가 되면 공유 님이 다니는 '성당'으로 군인들은 몰아 신청하곤 했다. 유격훈련에서 그가 '사제 나이키 신발을 신었다'는 둥, '어떤 훈련을 열외했다는 둥' 그의 이야기와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없이 의미를 만들어 넘어가고 오고를 반복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그를 내려줬던 부대는 꽤 육체적으로 힘든 곳이였다. 당시 서른이 넘었던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가 느낄 스트레스는 꽤 심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는 끝까지 부대에 함께하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부대에서 스타급 병사가 왔다는 사실은 관리하기 쉽지 않았던 일이었으로 그는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출되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짧지만 가깝게 그를 봤던 기억으로는 기품있고 매너있는 드라마에서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사단의 지침에 따라 '싸인'을 해주면 안됐다. 나는 싸인을 부끄럽게 요청했으나 간부 님께 거절 당했다. 다시 얼마 뒤에는 내 이름이 적힌 사인을 받고 지금도 보관 중이다. 의미없는 그런 만남을 하고서 왠지 그가 새로운 작품을 찍을 때마다 특별하게 바라보았다. 나를 우연하게 스친 그 누구라도 모두가 유명해지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만약 내가 그 때 만났던, 유명 배우가 잠시 반짝이다가 지던 배우였다면 나는 이런 스치듯 만났던 인연에 대해 자랑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가 넷플릭스에서 꽤 성공적인 작품을 찍었다는 이야기와 해외에서도 꾸준히 스타로서의 입지가 높아지는 것을 보며, 나를 스치는 모든 인연이 다 잘돼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어제는 아픈 다율이를 재우고 혼자서 밤늦게 '고요의 바다'를 시청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정우성 배우' 님이 제작했다고 하니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첫 시작은 강렬했다. 물이 부족하여 '배급소'가 설치된다는 설정은 참 그럴듯 했다. 드라마를 볼 때, SF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면, 그 뒤로 조금 지루할 지도 모른다. 사실 1, 2화에서 우주, 미래 SF의 면모는 끝난다. 그 뒤로는 스릴러, 추리, 액션물과 같다. 굉장히 좋은 소재다. '달', '증식하는 물', '전염병' 이 모든 좋은 소재를 한 드라마에 섞고 버무리려다 보니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주는 지구 중력의 1/6에 해당한다. 그들이 걸어갈 때마다 그 느린 중력을 표현하기 위해 '슬로우모션' 효과를 사용했을 텐데, 배우들의 눈을 깜빡거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행동 자체가 모두 느려지는 것은 몰입하기 힘들었다. 나 또한 과학은 잘 알지 못하지만, 과학계통에 있는 누군가가 본다면 기겁을 할만큼 허무맹랑한 부분도 없지 않고 있다. 가령 대기없는 진공상태의 달에 바람이 일어난다거나, 스파이더맨이나 좀비와 같이 항체가 있는 누군가가 깨물었다고 해서 DNA 체계에 변화가 생긴다는 설정이 그렇다. 물론, 현실 고증을 철저하게 한다면, 모든 SF영화는 존재할 수 없다. 어느정도 느슨한 부분을 이용하여 공상하여 만드는 것이 SF드라마의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꼭 나쁘다고 볼 수만도 없다. 드라마는 조금 산만하면서 지루했다. 드라마만 몰입하고 보기에는 조금 버겁긴 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중간 중간 흘러가는 내용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아쉬워하면서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 봐야겠나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전개가 궁금하고 소재가 참신하여 끝까지 보게 된다. 결국 어찌됐건 '보게된다'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잘 만든 드라마'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렇쿵 저렇쿵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지만, 보지 않게 되는 드라마보다는 불만과 단점을 찾게 되지만 끝까지 보게되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많은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듣고 있지만, 드라마의 본질인 '본다'라는 영역에서 나쁘지 않은 드라마라고 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드라마가 굉장히 고요하고 늘어진다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사실 '발해기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부터는 '우주'와 '달'이라는 소재는 거의 사라지듯 하기도 하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자면,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관객의 기대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이런 관객의 높은 눈 덕분에 '한류'가 많은 나라로 부터 통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6년 봉준호감독의 괴물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 CG로 만든 괴물과 한국배우, 한국어는 참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저런 '괴수'들은 머리 노란 사람들과 '영어'에 어울리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배우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로 떠나는 영화를 봐도 작품에서 '한국', '한국어', '한국인'이라는 이름은 지워진다. 철저하게 내용과 작품으로만 평가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1인단 연평균 영화관람횟수가 전세계 1위다. 결국 수준 높은 관객들의 질타와 칭찬이 이 작품에 쏟아지고, 아마 더 발전된 형태의 드라마가 또 나와 세계인의 선택을 기다릴 것이라고 느껴진다. 모쪼록 아쉽지만 즐겁게 시청했다. 이런 소재의 영화를 자막을 보지 않고, 내가 태어난 감성으로 배우의 어감과 표정을 공감하며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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