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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30. 2022

[사회] 왜 세상은 점차 '공정'을 이슈로 두는가

공정한 보상 독후감

 왕권은 신이 주신 것으로 신민은 왕에게 복종해야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랫동안 인간 세계에서 지켜오던 정치 이론이다. 굉장히 오랜기간 인간은 공동체 내부에서 생산수단과 권력을 독점하는 집단을 만들었다. 그들은 소수의 권력은 상대적 다수의 인간 집단을 지배했다. 이는 대를 물리고 물려, '혈통'이라는 이름으로 정의가 됐다. 똑같이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 다를 것 없는 인간들 사이에 계급이라는 추상적 관념이 들어섰다. '이 아무개'가 하는 말을 '무조건 복종하세요'라고 현대 대한민국인들에게 말한다면 당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불과 110년 전 까지, 이 땅에는 518년간 27명의 임금이 대를 이어 통치해 왔다. 그들은 '신성불가침'한 존재였다. 이런 존재는 현대에도 세계 곳곳에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은 '북한'이다. 1984년 생, 젊은 통치자는 철저한 우상화 작업을 통해 '백두혈통'이라는 선전도구를 이용했다. 30대의 젊은 리더는 '국정안정'을 위해, 지도자 지위의 '신성불가침'이 필요했다. 남들과 다른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정치 선전'을 통해 이뤄졌다.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수공업 위주의 생산은 공장제 기계 공업으로 발전했다. 기존 '땅과 노동력'을 독점하던 계급이 아닌, '자본과 생산설비'를 독점하는 이들이 부를 얻게 된다. 산업혁명이 가속화 될수록 지주와 신흥 자본가 간에는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왕과 지배계층이 독점하던 '농업'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시설과 자본을 가진 '자본가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주의 위상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젠트리라는 계급은 신흥자본가, 법률가, 의사, 상공업자, 금융업자 등으로 넓어졌다. 사회는 '계급'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되려 하는 일 없이, 국고나 축내는 '지배층'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이에 16~18세기 유럽 전역에서는 그간 '무지했던 사회 구조의 모순'에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계몽주의'는 그렇게 탄생했다. 왕이나 귀족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은 국가 운영 또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에 도달했다. 그렇게 왕권을 몰아내고 '의회'가 들어서며 세상은 진일보했다. '알게 된다'는 사실은 그처럼 무섭다. MZ세대가 '공정성'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그간 알지 못하던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불공정은 사실 이제와서 생긴 문제는 아니다. 아주 오랜 기간 우리 사회는 점차 공정한 방향으로 진화해 오고 있었다. 과거보다 더 공정한 방향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에서는 '공정'에 메말라 한다. 이유는 '인터넷 발달'이라고 본다.


 '젠더이슈', '세대 간의 이슈', '지역 간의 이슈는 언제나 있어왔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공정한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처럼 '갈등'이 표면적으로 들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분명하게 있다. 없었던 일들이 발현된 것도 아닌데, 젊은 층은 굉장히 예민하게 군다.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인터넷'의 발전이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젊은 층에는 두 가지 독특한 특징이 발생했다. 하나는 '열등감', 다른 하나는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다. 과거 우리 동네에는 굉장히 유명한 통닭집이 있었다. 통닭 집은 동네에서 유명하여 항상 줄을 서서 주문을 해야 했다. 특별한 소스나 메뉴도 없이 후라이드 치킨을 판매하던 통닭집은 후추가 들어간 소금을 종이에 싸서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통닭은 굉장한 인기였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점차 통닭집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세상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치킨이 사실상 기본 튀김 반죽옷을 입힌 닭고기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금액이면 꽤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사람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야기한다. 과거에 동네에서 공 좀 차던 누군가는 '축구 신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지금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세계 최고 선수의 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나보다 덜 힘든 일을 하는 누군가의 연봉을 알게 됐고 나와 상관없는 지역에 사는 누군가의 '성공' 소식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두가지 감정을 느꼈다. '시기'와 '공정에 대한 의문'이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시기를 느꼈다. 이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론'을 탄생시켰다. 또한 동시에 '공정'에 대한 요구가 생겼다. 쉽고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 속에서 알게 된 불공정은 '사회구성원 간의 이해관계 상충'이었다. 간혹, 정원이 정해진 '취업인구' 중, 누군가가 성공한다면, 나는 떨어져야 한다. 사회의 제한된 이익을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에서 사람들은 그간 알지 못했던 '유명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들의 행위를 가깝게 맞이하게 됐다. 또한 그들이 사실상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치 절대왕정 시기에 누구는 태어나보니 백정이고, 누구는 태어나보니 왕자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이제는 '신'이 부여한 권력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같은 직업군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비를 알게 되고 그들의 급여 수준을 알게 되며 재벌가의 가업승계가 사실상 '불법'의 영역에서 이뤄져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 


 어른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을 것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품고, 남성과 여성은 사회적 이익을 두고 공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제한된 이익을 어떤 지역에 몰아 주는지 또한 너무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계몽했으며 사회에서 사실상 그냥 저냥하고 넘어가던 문제들이 쉽게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세상이 의외로 '법률적'으로 움직이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행동은 '국가원수'의 권력에 핵심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 사실상 그 곳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자들은 '최대한 공정'을 앞세운다. 운이 생사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동하면서도 사람들은 진행자들의 말에 따라 '공정성'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심지어 '진행자'가 아닌, '게임 이용자'들 간의 다툼이 전개된다. 사실상 공정은 MZ세대의 성향의 문제라기보다 전세계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다. 오징어 게임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히트를 한 이유도 비슷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공정한 보상에 대한 목마름은 어디서 해결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해 세계의 경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참가자이며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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