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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9. 2022

[정치] 우습다... 웃기다... 일리있다... 그리고

난세의 영웅, 허경영을 아십니까?



 대통령 선거가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의 책들을 구매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서점에 들어섰다. 역시나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걸려 있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었다. '윤석열X파일', '굿바이 이재명'.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각 정당마다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후보가 직접 작성하지 않은 책들 중 잘못된 점만 엑기스로 모아놓은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서점에는 다른 후보들의 책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대선 후보 목록을 살폈다. 서점으로 전화하여 해당 도서 '난세의 영웅, 허경영을 아십니까?'를 구매요청했다. 그리고 수 일 뒤, 입고확인 전화를 받고 구매했다. 카운터에서 멈짓했다. 일단, '허경영'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1번이오. 2번은 도서 이름이었다. '난세의 영웅...' 예약한 도서를 달라고 말씀드리기 부끄러운 이름이었다. 무협지 제목같은 이 도서를 쭈뼛쭈뻣 말씀드렸다. 책에는 '허경영 후보 님'의 사진이 크게 들어가 있었다. 직원은 이 책을 꺼내 보였다. 다시 대선 후보에 관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서성이다가 돌아왔다. 그의 책을 읽은 이유는 '최소' 상대에 대한 비방이 없기 때문이다. 



 읽으며 모든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자신을 '신인'이라고 지칭하는 것과 '세계통일', '신정주의'가 그렇다. 일단 '신인'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을 '신인'이라고 지칭한다. '신인'은 '신'과는 다른 개념이다. '신인'은 신과 같이 신령하고 숭고한 사람을 이루는 말로 '사람'을 말한다.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또한 '신정주의'를 말한다. 책에서는 듣자마자 거부감이 더는 이 '신정주의'를 조금더 논리적으로 설명했으나, 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세계통일'이다. 음... 언급하지 않겠다. 그를 보면 '터무니 없고, 허무맹랑한 생각'만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책을 읽고 깜짝 놀란 대목이 상당히 많다. 인문학과 역사, 철학에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공감된다. 그가 말하는 '초능력'과 '기이한 능력'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가 지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는 핵심을 관통했다. 나또한 크게 공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째, 가계부채다.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1765조다. 이미 포화상태인 가계부채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한민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앞도적 세계 1위였다.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압도적이다. 이미 GDP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위험수준을 넘어섰는데도 그 증가 속도가 세계 1위라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지난 IMF 당시, 국가의 부채를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국민이 되려 빚 더미에 쌓인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그는 '전국민 1억'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터무니 없어보이는 이 공략은 사실상 정권마다 진행해오던 소액 채무 탕감 정책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국민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 국가는 재정건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화폐발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둘 째, 출산률이다. 대한민국의 출산률은 재앙수준이다. 가임 여성 1명당 0.837명으로 인류가 기록해 본 적 없는 기록을 매해 갱신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인구는 이미 자연감소에 들어섰다. 허경영 후보가 주장하는 바에 '국민혁명배당금'은 얼핏 허무맹랑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일리있다. 인구 감소가 이미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하루에 1.5개의 중, 고등학교가 폐교된다. 숫자로 치자면 자고 일어나면 학교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연간 400~500개의 초, 중학교가 폐교되고 있다. 시설에 학생이 없으니 관리자가 없다. 선생도 없다. 학교는 '도시'의 중심이다. 인구가 줄면 도시는 활성되지 않는다. 학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구심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반대로 시중에 화폐가 늘어난다. 어렵지 않다. 10명이 10만원을 들고 있을 때보다 5명이 10만원을 들고 있을 때, 화폐는 시장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즉, 화폐가 많아지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국민에게 돈을 많이 지급하여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급격한 인구감소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고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90년생 부터는 지급받지 못한다. 자살률도 터무니없다. 10만 명 당 자살률은 2011년 31명을 넘어 최고를 기록했다. 언제나 이렇게 많이 자살할 같지만, 실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IMF 상황 이전인 95년까지 10명 이하였다. 즉, 자살률과 출산률 모두가 '돈'과 연결 짓지 않기 힘들다.



 셋째는 제도에 관한 글들이다.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한자교육'이다. 이제 한자가 거의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한문교육은 항상 뒷전이 되어간다. 하지만 역사과목을 배우거나 과학과목을 배울 때, 가장 그 근간에는 '한자'가 있다. 한자를 공교육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위에 온갓 응용 용어를 쏟아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중국과 연결해서 생각해야하는 문제도 아니다. 한자는 그저 어휘의 뿌리를 생각하게 하고 이를 통해 파생되는 글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우리의 한자는 거의 '선택'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 역사 교과서에는 '문명의 형성과 고조선의 성립'이라는 단원이 있다. '문명', '형성', '고'조선, 성립. 모두 한자로 이뤄진 글임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바로 설명부터 들어간다. 이는 크게 잘못됐다. 이런 잘못된 시작은 추후 돈들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엄청나게 많은 학생을 양산하여 사교육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 비효율의 극치다.  그외로 재산비례 벌금제도 공감은 된다. 물론 이를 해결하는 행정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나 많은 인구, 탈세 문제 등 머리가 아파질 여지가 많지만, 국가의 법이 10만원 가진 사람과 10억 가진 사람에게 다른 무게로 다가와서는 안된다. 산맥과 강으로 나눠진 오래된 지방행정구역 개편도 일리가 있다. 조선 태종 때 사용하던 행정구역을 수정하여 쓰는 식의 행정제도는 현대에 맞지 않는다. 뇌물쌍벌죄도 공감된다. 뇌물을 준사람과 받은 사람을 함께 처벌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 고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내뱉는 모든 말이 '허무맹랑'했다면, 혹은 모든 말들이 '일리가 있었다면'하고 생각든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람이 여러 이해관계에 대해 대립되고 다시 해결하고 충돌하고 이해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대표격 되는 사람을 출마시켜 대신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워 주기를 바라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즉, 정치인들이 싸우는 일을 나는 그다지 욕하고 싶진 않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대립된 국민들이 직접 다투지 않게 하기 위해, 대신 싸워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책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 또한 일리는 있다. 그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글들은 일리가 있느나, 아직 그 어느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즉, 누군가가 해보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만감이 교차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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