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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18. 2022

[환경] 맷 데이먼이 말하는 불평등한 물 이야기

워터: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독후감

 말라이아와 홍역, 에이즈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아동들이 '설사'로 죽는다. 수도 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물은 현대 사회에서도 역시나 불평등하다. 우리에게는 하찮게 흘러가 버리는 물이지만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는 물을 길러 가기 위해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6~8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물을 길러가는 쪽은 대게 여성들이다. 그렇게 물을 구한다고 해도 물을 깨끗하지 않다. 오염된 물은 병의 원인이 된다. 역시 '설사'를 포함한 다양한 병의 원인이다. 소녀들은 하루 상당한 시간을 물 길러가는데 사용한다. 때문에 학교에 가기 힘들다. 물 부족으로 인해 욕실과 위생용품 사용에도 제약이 있다. '물'은 단순히 '식수'로 역할을 다하는 것만은 아니다. 생리기간 중 여러 날을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 수인성 질병으로 한해 4억 4,300만 건이나 학교를 결석한다. '물'은 '물'로 시작했으나 '교육의 문제', '위생의 문제', '남녀 차별의 문제'를 더불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국제 기구에서 우물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우물은 2~5년 사이에 약 30~50%가 고장이 난다. 그 많은 우물들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 된다. 유지관리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미국산 부품으로 만들었거나 유럽의 부품으로 만들었다면 이것을 수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가난하기에 더 가난해 질수 밖에 없다. 가난하면 돈이 많이 든다.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되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비싼 돈을 들인다. 한 빈민촌에서는 병원을 방문하는데 15불이 든다. 지역 사람들의 하루 생활비가 2불이라고 하니 터무니 없는 금액이다. 물부족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는 당연히 지원국의 제품이나 부품을 이용해야 한다. 은행 계좌도 없는 이들이 과연 어떻게 고장난 부품을 수리하고 전문가를 부를지 생각해보지 않는 모양이다. 고민해보지 않은 탁상공론의 결과 아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결과다.

 자본주의는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돈 없고 신용등급 낮은 이에게 '고리'를 받고, 돈 많고 신용등급 높은 이에게게 '저리'를 제공한다. 은행의 입장에서 '상환' 받지 못할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겠지만 냉정하게 '돈' 없는 사람이 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대로 돈 많은 이들은 투자 기타 자금 운용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얻는다. 이런 경제적 논리는 '물부족'에 시달리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부는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을 물값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이는 얼핏 적잖은데 월 200 받는 직장인이 물 값으로만 20만원 씩 쓰는 것과 다름 없다. 매년 물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의 상당수는 '화장실'이나 '상수도' 설치에 '고리대금'을 빌려 쓰고 이를 갑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하기도 한다.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 최소한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삶의 여건에 대해 '세상'은 야박하다. 세상이 이런 것에 대해 비판하거나 고치려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세계인 다수가 합의한 일종의 약속이다. 그나마 인류가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사회 유지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알면서 방치하는 일도 쉽지 않다. 조그만 어떤 노력이라도 이쪽에서 취할 것은 없을까. 영화 127시간에서 주인공은 편안한 가정집에서 쉽게 물을 사용하고 여행을 나선다. 그리고 그랜드캐년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이 꾸준하게 화면에 노출된다. 주인공이 사고로 암벽에 팔이 끼이는 사고가 일어나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영화를 보고 나또한 물 한모금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영상을 제작하고 연기하는 것은 이처럼 어떤 영향력을 누군가에게 행사하고 세상을 바꾸는 아주 작지만 큰 일이다.

 2003년 독일에서 특이한 사건이 있었다. '로텐부르크'에 사는 '아르민 마이베스(42)'는 인터넷에 사람고기를 먹고 싶으니 지원자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광고를 냈다. 자발적 희생자를 찾는 광고에 놀랍게도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이 잡아먹히고 싶다며 신청서를 냈다. '아르민 마이베스'는 그중 하나를 골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와 함께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를 봤고 결국 신청자는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잡아먹지 말아달라고 아르민 마이베스에게 말했다. 그렇게 그 둘은 헤어졌다. '오션스 일레븐' 출연한 '맷데이먼'은 이 뒤로 자신이 하나의 생명을 살렸다고 농담처럼 말하고 다녔다. 우스께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생명이 살아나고 죽어가는데 미세한 영향은 있다. 매달 카드값처럼 저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기부금이 있다. 푼돈일지라도 그 기부금을 납부함으로 투박한 '반지' 하나를 받았다. 반지를 착용하면 '나 이런데 기부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의미없는 허영심을 부릴 수 있다. 그 허영심의 값으로 어쨌건 누군가는 생명을 구했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좋아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작디 작은 나비의 날개짓으로 태평양 한 가운데에 커다란 태풍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으로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 산꼭대기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의미다. 물부족은 이처럼 엄청난 나비 효과를 만들어 부정적인 사건을 크게 만들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내가 했던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도 다시 반대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린시절부터 내 꿈은 '아프리카'였다.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를 가는 것이 오랜 꿈이다. 이유는 특별하게 없다. 다만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다 갔다오는 여행지가 아니라 '철학'이나 '사연'이 있어야만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돈'만 있다고 '아프리카'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가기 위해서는 유럽에 가는 것 이상의 경비가 든다. 시간과 철학, 그 밖에 삶을 바라보는 여유와 어느정도의 호기심과 인류애 등 좀처럼 거창한 것들을 함께 들고 있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그 땅에서 벌어지는 일에 호기심이 있다. 맷데이먼은 오래전 부터 내가 좋아하던 배우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다닌 수재이며 젊은 시절부터 화려한 외모를 가진 배우다. 심지어 엄청난 연기력과 철학이 있는 배우다. 그런 배우가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에 '그럴만도 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일종에 동질감이 들기도 한다. 글은 얼마 전 읽은 '뉴호라이즌'이라는 책이 생각나게 한다. 한 프로젝트를 성장시키는데 일어나는 헤프닝이 담겨져 있다. 다만 미지의 세계와 과학 문명의 발전, 우주의 탐구라는 신비롭고 화려한 주제가 아니라 안타깝게도 이는 인류가 겪는 어떤 위협과 불행에 대해 공유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한 쪽에서는 그저 의미없이 뿌려던지기도 하는 '물'이 어느 한쪽에서는 삶과 행복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만큼 부족하다는 데에서 얼마나 우리 인간이 무섭고도 어리석고 위험한지 알게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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