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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20. 2022

[계발] 순리를 타고 목적에 이르는 기술_간헐적 몰입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모든 것에는 순리가 있다. 여름에는 수박이 제철이다. 씨를 뿌려 놓고 잊고 있어도 어느새 제철에 맞으면 싹은 솟아난다. 물을 주거나 영양제를 뿌리지 않아도 자연은 저절로 그것을 길러내며, 그렇게 자라난 수박이야 말로 영양많고 건강하게 자란다. 겨울에도 수박은 먹을 수 있다. 역시 환경과 상황이 좋지 못해도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다. 최대한 여름에 나오는 수박과 맛과 영양질을 따라 잡을 수 있지만 넘어서는 것 만큼은 쉽지 않다. 어쩌면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도 어렵다. 다만 이처럼 불완전하게 나마 성과를 얻기 위해서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 열정을 생각해보자. 가장 완전하고 좋은 것은 여름에는 수박을 먹고, 겨울에는 사과를 먹는 것이다. 영화로도 출간된 소설 '마션'을 보면 우주로 날아가 화성에 감자를 재배한다. 지구와 같이 풍요로운 자원이 넘쳐나는 곳에서 감자는 '구황작물'로 불순한 기상조건에도 잘 자란다. 생육기간도 짧아 가뭄이나 장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 작물도 '화성'에서는 온갖 첨단 장비와 과학 지식을 동원해야 겨우 기를 수 있었다. 물론 수박을 우주에서 기르는 일을 예로 들어본다면,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말은 결국 거짓에 가깝다. 순리를 거스르는 일은 '도사'가 말하는 '운명'의 루투를 거스르는 것과 다르다. 500m 상공에 축구공을 올려 놓았다고 해보자. 한 사람에게는 500m 위로 공을 올려 보라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500m 아래로 공을 내려 보라고 말해보자.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도 목적에 도달할 것이고, 누군가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만 도달 할 것이다. 자기계발은 자신을 극복하고 모든 열정을 불태워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상황을 알고 환경을 알고 지치지 않게 자신을 성장 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빌 게이츠'가 되고, 모든 사람이 '워렌버핏'이 되고,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가 될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과 상황이 존재한다. 옆 집 이웃이 하고 있는 사과 농장의 스케줄을 스스로에게 갖고 온다고 해서 내 농장의 수박이 잘 자라날 턱이 없다. 실제 아인슈타인은 스스로를 '불행한 남자'라고 칭한 적이 있다. 그는 이모의 딸, 즉 사촌 누나와 바람이 나서 본처와 이혼에 이르렀다. 그가 받은 노벨상 상금은 이때 위자료로 지급됐다. 위대한 상대성이론을 발견했으나 불행해 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아마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의 장녀 '리사 브레넌 잡스'는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라고 여겼다. 그녀는 스스로를 '성공한 아버지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칭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에게 양육비 50만원 정도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법원의 판결에 의해 그는 모녀에게 양육비 50만원을 보내게 됐고 당시 그의 자산은 이미 2,500억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반드시 그와 닮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들과 닮고 싶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들과 닮고 싶지 않아 한다. 무엇이 본질인지 파악하는 연습은 우리에게 꾸준히 필요하다. 자기계발의 본질의 '돈'과 '명예'에 있다면 우리의 모습도 앞서 말한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결과는 과정이다. 우리가 완성이라고 부르는 지점도 크게 보자면 어떤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결국 '만족'이라는 감정은 결과에 이르러서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만족'이라는 단어에서 '족(足)'은 발이다. '충족'에서도 같은 '족(足)'이 사용된다. 한 걸음과 한 걸음으로 끝까지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결국 만족은 1만 걸음 중에 느껴지는 감정이지 마지막 만 번 째 발자국에서 느끼는 1회성 감정이 아니다. 간헐적 몰입은 시간관리가 아니라 에너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마지막 한번을 위해 모든 순간을 불태울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위해 온전하게 태울 뿐이다.

 우리국어 사전에 '삼당사락'이라는 말이 있었다. 얼핏 사자성어 같지만 이 말은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참으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성공 노하우였다. 누군가가 성공에 이르기 위해 3시간을 잤다는 표면을 흉내내면 결국 이런 착오에 빠진다. 누군가는 3시간을 자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권장되는 수면시간은 7~9시간 사이다. 잘 만큼 자고, 놀 만큼 놀면서 성공에 이를 수 있겠냐느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수면시간은 도달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몰입양'이 결정할 뿐이다. 사실 어떤 것에 몰입하게 되면 저절로 수면시간을 줄이게 된다. 그 이후 부터는 일부러 절제하고 수면시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하얀 천을 천연 염색료에 넣어 물을 들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담궜다 빼는 정도로는 색감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몰입대상에 얕은 몰입 상태를 유지하면 우리의 뇌는 트랜스 상태가 된다. 이 변성의식상태는 최면이나 명상, 기도와 같이 옅게 어떤 목적에 끊임없는 연결실을 대어 놓는다. 만약 우리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보자. 밥을 먹다가도 그가 생각나고 꿈에서도 그가 나오고 샤워를 하다가도 문뜩 그가 떠오를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뇌가 일정 감정을 통해 변성의식상태로 일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객관적인 슬픔이 없는 상태에서 눈물을 쏟기도 한다. 어떤 천재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에 이런 트랜스 상태를 유지하다가 '유레카!'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기민하게 돈과 명예에 몰입되어 있다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이른 얕은 몰입상태를 위해서는 뇌가 일으키는 일종의 파동상태가 잔잔하게 유지해야 한다. 편안한 상태에서 여름에 수박이 자라나고 겨울에 사과가 자라나듯 자연스러운 몰입상태를 유지하면 순리는 저절로 우리를 목적에 다다르게 만든다. 계단식 성장 과정에서 수직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통해 그간 남을 흉내던 가짜 계발을 벗어나 자신의 옷에 적합하게 맞는 성장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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