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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09. 2022

[환경] 기록적 폭우와 폭염_식량위기 대한민국

  2022년 8월 9일, 80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줄곧 마른 하늘이던 제주의 밑이라, 폭우에 공감하지 못했다. 얼마 뒤, 뉴스에서 확인한 '중부지방'은 재앙에 가까웠다. 강남구는 잠시 살았던 공간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심이 망신창이가 됐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니 실감나지 않는다. 책으로만 접하던 기후변화가 삶으로 다가온다. 경제와 정치를 건들이기 시작한다. 1914년 8월 2일, 독일이 러시아에게 전쟁선포를 한 다음 날,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는 이렇다. "독일이 러시아에게 전쟁을 선포함. 오후 수영 강습소." 메모와 가까운 이 일기는 역사와 일상을 구별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역사로 남겨질 사건들도 당시에는 중대한 사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 '우한 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을 때, 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치듯 보던 뉴스는 관심거리가 아니였다. 중국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기사에,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얼마 뒤, 한국인 최초 감염자가 발표됐다. 최초 사망자가 나왔다. 미국 대통령도 감염됐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전 세계 증시는 출렁거렸다. 오래 전부터 보유하던 주식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넘어가며 본격적으로 흔들렸다. 주식시장이 멈추는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를 봤다. 얼마 전 발발했던 우크라이나 전쟁도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매체에 나와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했다. 흔히 '말도 안돼'라는 '역사적 사건'들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 처음에는 '공상'에 가깝던 일들이 점차 일상이 된다. '경제'와 '삶'에 침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등도 지나고보니 그냥 평범하게 일어나고 점차 일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다. 또한 식량자급률이 46%다. 대한민국 농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30조 원 쯤 된다. 수입하는 농식품은 대략 40조 원이다. 우리는 개방형 식량 공급 구조를 가졌다. 세계 곡물 가격 변동과 식량 가격의 변화에 민감하다. 비슷한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는 거의 대부분의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데, 이들의 해외공급망은 다변화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꽤 안정적인 식량공급구조를 가졌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닮았다. 농산물은 생산량에 따라 가격의 변동폭이 큰 상품이다. 생산량이 10% 줄어들면 가격은 60%가 오른다. 뉴스를 보면 농산물 가격에 대해 극단적으로 자극적인 키워드가 사용된다. 농산물 가격 폭락과 폭등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농산물은 다른 상품과 다르게 '저장성'이 떨어진다. 당연히 폭락과 폭등이 쉽게 일어난다. 제주에 나오는 '감귤'을 '싱가포르'에 수출했던 기억이 있다. 수출 컨테이너는 40피트짜리 냉장 컨테이너를 사용했다. 선과공장에서 포장작업까지 완료한 상품은 현지로 옮겨졌다. 다만, 이동 시간 중 상해버린 과일 때문에, 현지 바이어는 전 상품을 재포장해야 했다. 수출의 가장 큰 문제는 '한 시라도 빨리'다. 재고를 두고 수출을 할 수 없다. 농산물 수출은 최대한 빠르게 유통시키고 판매해야 한다. 많은 상품이 쏟아진다면 대부분 폐기처리로 넘어간다. 배추는 생산면적이 늘고 기상 조건이 좋았던 2015년에 70%까지 떨어졌다. 흔히 밭을 갈아 없는다는 표현한다. 수확하는 비용이 판매가격을 넘어서면 차라리 밭을 갈아 엎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소비 규모에 맞는 생산성 조절이 필요하지만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2021년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농가 소득이 1000만원에 못미치는 농가는 70%를 넘었다. 농업은 분명 국가에서 분명 장려하는 산업이다. 다만 과한 성장도 반기기 어렵다. 제주도에는 총 184개의 양돈 농장이 있다. 농장에는 41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된다. 흔히 제주는 '제주 오겹살'이라는 좋은 브랜드를 형성했음에도  돼지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돼지를 사육하는데는 '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어미돼지의 경우는 하루 평균 20리터의 물을 마신다. 물이 부족한 '중동국가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를 먹거나 기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의 물은 지하수에 의존한다. 돼지 사육을 위해 사용되는 지하수 양을 늘려야 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 식수부족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농업은 현재 개발도상국 형 생산 방식을 따른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농장의 기업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가당 경지면적은 1.08헥타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의 농장 규모가 대체로 30헥타르라는 것을 보자면 아직까지 우리 농가의 생산 방식이 후진적이라고 생각든다. 농기계 사용이 적고 소규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재정확대에 이은 긴축에 전 세계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John Deere'라는 미국 농기계 생산업체의 주식을 매수하는 이유도 그렇다. 기후 변화는 SF영화와 같이 극적인 시각효과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지성 폭우나 산불 혹은 폭염 등의 일반적인 형태로 다가 올 가능성이 크다. 식량가격이 상승하고 식량을 인질로 한 무역전쟁이나 '가스'를 담보로 한 자원 전쟁 등이 일어날지 모른다. 근 수 년간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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